지금 하고 있는 일 한 일주일 하면 딱 890만원 채우니 어쩌면 이번 달에도 천 만원 벌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재미나는 일. 일 하는 중에 동일 패턴의 600만원 짜리 일감이 들어왔는데 내 입장에서는 식은 죽 먹기인 내용이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연장선에 있는 일. 기한이 27일이라 조금 촉박했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같이 진행해도 딱히 못 해낼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피곤했고 당연히 품질 떨어지고 또 납기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싫어 이틀만 말미를 달라고 했는데 납기가 중요하댄다. 그래 파토가 났다. 첨에 그냥 OK 했으면 이번 달엔 1300은 하는 것이었는데. 처음에 3주면 천 오백 정도 일감 마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버릴 것을.


어떤 분야는 그냥 보고서 번역해내려갈 수 있다. 그 분야 전문가들이 보기에 꽤나 전문적인 분야이더라도. 그 조건은 내가 그 분야의 명제를 고민해 보았는가 여부이다. 내가 고민해 보았던 명제들은 그렇게 쉽게 번역해 내려갈 수 있다. 


외국 회사와 거래하면서 느끼는 것은 여전히 그것이다. 내 뒤통수에서는 값을 더 부르라고 한다. 하지만 내 전두엽은 그래도 그건 아니야라고 한다. 양자 사이에서 나는 고민한다. 최소한 정직한 동물은 되어야 한다. "저네들이 저만큼 받는데 나도 그 정도는 받아야지". 저 명제는 경제학과 심리학 그리고 생물학, 의학 전문가들이 뛰어들어 풀어야 할 명제이다.


내가 아는 선에서 서구 "평범한" 번역자들에 비해 나는 정상가격을 받고 있지 않다. 어느 번역 분야가 난이도가 높다거나 그런 비교는 필요도 없다. 출판번역이나 고품위 인문학, 과학 번역이 번역의 본령이라거나 기술 번역이나 일상 경제 분야 번역은 별 볼일 없는 번역이라는 논리도 의미 없다.


나는 여느 평범한 한국인이 그러하듯이 착한 것이다.


내가 고맙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나는 그들을 폄하하거나 멸시하거나 적대감을 보이거나 그러지 않았다. 단지 나무랬고 더 좋은 정반합을 이끌어내보고자 말을 전했을 뿐이다.


국내에서 나는 편한 번역 일감을 받아본 적이 많치 않다. 이상하고도 기이하고 한 장 해내느라 몇 시간을 보내야 하는 번역물들. 나는 접해보지도 못한 분야의 번역물들. 그렇게 하다 보니 나름 내공이 생겼나 보다. 외국 업체의 일들은 국내 업체들이 보내준 일감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는 아니지만 차암 편안한 일감들이다.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국내의 그들이다. 나 정도 "평범한" 한국 번역사도 '평범한' 외국 업체와 거래하면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

여기서 '평범한'이란 형용사는... ... . 그리고 물론 내 주 거래 외국업체는 아직 '평범한'  무엇은 아니다. 얼마간은 경제 동물에 가깝드라. 그 안에도 평범한 상식을 갖춘 사람들은 물론 많다.


번역은  counterpart 찾기, 어쩌면 표준 정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