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남아 4개국(*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교육제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조사하겠다고 했던 아랍 문자를 쓰는 이슬람 쪽은 인터넷 사정도 좋지 않고 언어 장벽도 높아서;; 이슬람 국가들 중 자신있게 조사할 수 있는 건 그나마 터키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정도네요. 초등교육은 너무 비교할 거리가 없어서, 또 고등교육은 너무 많아서 제대로 비교를 할 수가 없고.. 그나마 가장 비교하기 좋은 게 중등교육이다 보니 이걸 중심으로 찾아보고 있지요. 마침 한국어로도 이쪽 국가의 교육에 대한 자료가 몇 권 출판되어 있기도 하고요.

근데 조사하면서 한국의 교육제도와 종종 비교를 하게 되는군요. 뭐 어느 정도는 예상한 거였지만 인문계 고등학교(혹은 중학교 상급반)에서 한국과 유사하게 문이과제를 취하는 국가는 베트남 정도밖에 없네요. 베트남의 경우는 자연계/사회계로 나뉘는군요.(참고; 그래도 정확히 한국 상황과 대응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종교계 고등학교가 독립된 분과로 있다는 점이 특이한데(그래서 인도네시아의 고등학교는 일반인문계(SMA), 실업계(SMK), 종교계(MA)로 나뉩니다) 일반인문계는 어문계, 사회계, 자연계의 3개 분과로 나뉘는군요.(**참고) 또 태국의 경우는 더 세분화되어 과학계, 수리-영문계(수학+영어에 집중), 외국어계(영어와 제2외국어에 집중), 사회계의 4개 분과로 나뉩니다.(참고; 정확히 말하면 몇 개 선택과목 중 1~2개에 집중하는 시스템) 말레이시아의 경우는 학교마다 달라서 좀 복잡한데, 말레이 수능인 STPM(이전에 제가 위키에 번역해둔  참조)에 맞추어 강의가 진행되는 것 같네요.

이상을 보면, 일괄적인 문/이과 구분을 적용하는 경우는 동남아에서 웬만큼 교육 구조가 갖추어져 있는 나라들에서도 흔치 않다는 걸 알 수 있네요. 이제 한국도 슬슬 다변화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당장 분리 없는 선택제로 가기는 무리라면 3개 혹은 4개 정도로 소위 '과'의 수를 늘리는 게 좋아 보이네요. 적어도 어문계 지망 학생과 일반 사회과학계 지망 학생은 구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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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동남아의 교육 수준은 위 4국과 싱가포르, 브루나이, 필리핀만 따져 보면 생각보다는 꽤 높은 편입니다. 이 방면에서 선진적인 쿠바, 아르헨티나, 칠레, 우루과이 정도의 케이스를 제외하면 중남미와 비슷한 정도죠. 2008년 교육지수를 보면, 높은 순서로 브루나이(0.892), 필리핀(0.887), 태국(0.886), 말레이(0.848), 싱가포르(0.843), 인도네시아(0.834), 베트남(0.810)입니다. 이렇게 놓으면 세계 기준에서는 대략 평균 정도. 특히 태국의 교육열은 동남아에서 알아주는 편입니다. 교육지수도 꾸준히 상승 중이라 얼마 안 되어 동남아 최고가 될 것이라고도 하고요.

이 동네엔 인구 수가 많고(길게 잡아도 30년 내로 동남아 인구는 유럽을 추월한다고 합니다) 젊은층도 많아서 영재교육 역시 꾸준히 발전하는 중인 것 같습니다. 특히 수학 및 과학 분야의 국제 올림피아드에서 태국의 약진이 두드러집니다. 5위권 안의 성적만 보면 태국은 수학/과학 분야 일반(2010 IPhO 1위, IBO 2위, IChO 2위, IMO 5위-정확하지 않은데, 국내 자료에서는 카자흐가 5위라고 하고 태국 언론 등에서는 태국이 5위라고 하네요-)에서 상위 성적을 거두고 있고, 이 외의 동남아 국가로 인도네시아가 물리 분야(2010 IPhO 4위)의 성적이 좋은 정도네요. 전통적으로 수학 분야가 강세던 베트남은 잠시 주춤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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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이란의 고등학교도 3개 분과로 나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때는 수물계, 실험과학계, 인문계로 나뉘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