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이 전여옥 의원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2008년 2월) 5일자로, 상고를  포기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인터넷서비스 제공자의 명예훼손 책임에 대해 사회적인 합의가 마련되어가는 한 과정에서 인터넷서비스 이용자로서의 책임도 함께 고민해야 온라인 세상이 질서 속에 더욱 발전해나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건이다.  이와 관련해 많은 시사점을 주는 책을 한 권 소개하고자 한다.


최근(2007년) 예일대학교 출판부는 흥미로운 책을 출간했다.  한국에서 큰 소동을 불러일으켰던 개똥녀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평판의 미래>라는 책이다. 다니엘 제이 솔로브가 최근 저술한 <평판의 미래>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둘러싼 최근의 사회문화현상의 명암을 다룬 책으로서 매우 시의적절하며 전문서적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성과 가독성이 높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쌍방향 매체로 평가받는 인터넷은 양날의 검이다. 익명성과 함께 고도의 접근성을 가진 인터넷은 이용자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최고로 보장하는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라는 밝은 측면이 있는 반면, 명예훼손·프라이버시의 침해 등을 유발하는 공간이라는 어두운 측면도 있다. 이러한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라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두가지 가치의 상충은 일상생활에서도 빈번하지만 인터넷에서는 고도의 매체접근성 때문에 훨씬 극적으로 또 파괴적으로 나타난다. 일부 언론학자는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부정적 측면에 경도되어 회복불가능한 상황이 초래된다고 보아 인터넷을 자제하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말하기 까지 한다. 그러나 인터넷을 끊을 수는 없는 일. 어떻게 딜레마를 해결할까?


지하철에서 애견의 대변을 치우지 않은 여성의 얼굴이 선명하게 나온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돼 큰 논란을 일으켰던 개똥녀 사건-부연설명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사건이다-과 홈페이지에 오른 악플 때문에 우울증이 생겨 결국 자살까지 이른 가수 유니 자살 사건. 그리고 딸 서모씨의 자살에 전 애인 김모씨가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어머니의 블로그를 읽은 네티즌들이 흥분하여 김모씨의 직장과 학교를 찾아가서 항의하고 비난한 끝에 그 남성이 직장을 그만두고 사회생활을 포기하는 결과까지 초래했던 서모씨 자살 사건. 최근 우리 나라에서 인터넷을 매개로 해서 벌어진 굵직한 사건들이다. 2007년 현재도 이 사건들은 사건의 이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은 무엇인지와 관해서 해결점을 보지 못하고 있다. 


2005년 6월에 발생했던 개똥녀 사건은 해외 언론과 학자들에게까지 전해져 공중도덕과 프라이버시라는 가치의 갈등문제로, 또 한편으로는 매체로서의 인터넷이 가진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라는 문제로 아직도 논란이 진행중이다. 2007년 1월, 네티즌의 악플로 결국 자살까지 이르게된 가수 유니씨의 경우는 인터넷실명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 되었다. 개똥녀 사건과 유니 자살 사건 등의 영향으로 인터넷의 폐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자 2005년 5월에 발생했던 서모씨 자살사건은 극적인 전환을 보여주었다. 악평을 뒤집어 쓰고 사회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피해를 본 김모씨는 포털사가 악성댓글과 개인정보유포를 방치했다는 이유로 포털사를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포털사에게 명예훼손의 방조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법률전문가의 의견들이 많았던 터.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2007년 5월, 법원은 포털사의 방조책임을 인정했다. 개똥녀 사건과 가수 유니 자살사건의 사례에서 보듯 악플에 의한 악평의 유포와 인터넷상의 프라이버시 침해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맥락적 상황 속에서 법해석을 달리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결국 포털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책임도 커져야한다는 이유로 포털의 방조책임을 인정하는 근거가 마련됐다. 서모씨 자살사건은 포털사들을 상대로 한 1심 소송은 종결됐고 2007년 12월 현재도 악성댓글을 남기고 김모씨의 개인 정보를 퍼뜨려 좋지 못한 평판을 만들어낸 수 많은 개개인 네티즌들을 상대로 1심 소송이 진행중이다. 


이같은 문제는 최근의 현상만도 아니고 당장에 논란이 해소될 문제도 아니다. 성수여자중학생 폭행 사건, 부산 해양대학교 학생의 장애인 구타 사건 -논란이 확대되자 해양대학교 측에서 루머라는 해명이 있었다- 등 인터넷 도입 시절부터 늘상 있어왔던 문제지만 최근에는 이 문제들에 대해 보다 심각한 고민이 필요해졌다. 인터넷 보급의 확대와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인터넷이라는 도구가 더욱 편리해진만큼 사건이 더욱 빈발하고 폐해도 더욱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상의 각종 루머와 가쉽, 여론재판과 인권 침해 등의 문제를 제대로 다뤄온 저술은 부족했다. 2004년 경희대학교 이기형 교수가 저술한 <인터넷미디어 -공론장인가 논쟁의 게토인가>라는 책에서는 인터넷이 공론장으로 기능하기보다는 논쟁의 게토로 변해버린 현상을 조명했다. 같은 해 MIT 출판부에서 펴낸 <Democracy and New Media> 역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그 책의 제 2장 <Technologies of Freedom?>을 쓴 로이드 모리셋 (Lloyd Morrisett)은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활용함에 있어 명예훼손과 프라이버시 침해를 줄이고 민주적인 공론장으로 기능하기 위한 여섯가지 조건(1. Access, 2. Information and Education, 3. Discussion, 4. Deliberation, 5. Choices, 6. Action)들을 분석하고 있다. 로이드 모리셋은 인터넷에서는 Deliberation(熟議)가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공론장이 되지 못하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각종 루머와 가쉽들이 난무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기형 교수의 저술은 충실한 사례가 제시되었지만 원인분석과 대안제시에는 부족한 점이 있어 아쉽고 로이드 모리셋은 원인분석과 대안제시는 되었지만 충실한 사례가 없어서 아쉽다. 두 저술 모두 일반인이 쉽게 읽어 내려갈 수가 없어 대중성 내지 가독성이라는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이에 비해 다니엘 제이 솔로브 교수의 <평판의 미래>는 시의적절성과 가독성, 대중성의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평판의 미래>는 영미 문화사회학의 전통을 따른듯 충실하고 실증적인 경험자료들을 많이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제 1장 도입부에서 개똥녀 사건을 큼지막한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 한국 독자들에게도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다니엘 제이 솔로브 교수는 개똥녀 사건에 대해 책 제 1부의 결론에 해당하는 제 4장에서 한 개인의 규범위반에 대해 영구적으로 수치스러운 기록을 남기는 것은 “디지털 주홍글씨(Didital Scarlet Letter)로 낙인찍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제 1부에서 문화사회학적인 접근을 한 뒤, 제 2부에서는 법학적 접근을 하면서 민주주의의 두가지 중요한 가치이자 일견 상충되는 가치인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법규범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제 2부에서 다니엘 제이 솔로브 교수는 타인의 정보를 노출시키고 타인의 평판에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사회를 보다 규범적인 사회로 만들어주지만 프라이버시의 보호라는 가치에 의해 제한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또, 무엇보다도 타인의 평판이 부정확하고 불공정한 정보에 의해 형성될 때는 큰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한다.


<평판의 미래>를 읽다보면 아이러니컬하게도 인터넷에서 고도화된 자유는 우리를 덜 자유롭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인터넷은 고도의 접근성과 익명성으로 그러한 문제가 심화되기 쉬운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보다 훨씬 더 조심해야한다. 사실 개똥녀같은 사건들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매체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받아들여야 하는 것 자체가 딜레마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고려한 법 해석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뒤에는 ‘바람직한 제도는 무엇인가’라는 정책론상의 문제가 필수적으로 따른다. 이 역시 함께 풀어야할 어려운 과제다. 평판에 관한 인터넷의 어두운 측면을 해결하고자 최근 우리나라는 제한적실명제를 도입하기에 이르렀지만 제한적실명제라는 제도가 부적합하다는 이견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평판의 미래>역시 정책론에 대해서는 서술이 다소 미진하여서 아쉽다. 책의 도입부분에서 주목을 끄는 이슈를 긴장감 있게 제기한 것에 비하면 결론은 원론적인 이야기로 끝맺고 있어 다소 맥빠지는 느낌이 있다. 다니엘 제이 솔로브 교수는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라는 두 가지의 가치를 각각 조금씩 양보하는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법학에서의 기본권 충돌시의 해결방법에 관한 원론인 ‘규범조화론’을 이야기한다. 다니엘 제이 솔로브 교수는 “이 문제는 매우 복잡하며 그 어떤 대답도 쉽게 할 수 없다”고 말하고 “하지만 우리가 노력을 한다면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이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라고 하면서 공동체 구성원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책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평판의 미래>는 올바른 정책론을 도출하기 위한 영감은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사실 모든 문제는 규범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의 문제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프라이버시 침해와 명예훼손 등 제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이해당사자들로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인터넷 정보통신이 발달한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평판의 미래>를 일독해보는 것이 뜻 깊은 일일 것 같다.


ps: 비즈니스맵 출판사로부터  The Future od Reputation 이라는 책에 대한 서평을 써달라고 해서 써준 서평입니다.   지난 여름에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올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올리려고 했다가 깜빡하고 미뤄두다가 방금 미투라고라님의 정지민 번역 비판 글 보고 생각이 나서 올렸습니다.

처음에는 이 서평(원고지 25장 분량)을 10만원을 받고 써주었는데 서평을 읽어본 출판담당자가  적합한 번역자를 찾기 어려운데 내가 이 분야에 대해서 전문지식을 많이 가진 것 같아서 번역자로 적격이라며 번역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번역까지 해주게 됐습니다. 첫 번역이라서 인세계약은 못하고 원고지 장당 용역 계약을 했습니다.  첫번역 작업 치고는 다른 번역자보다는 많이 받은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책이 '인터넷세상과 평판의 미래' 라는 책입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2600153


인터넷세상의 가쉽, 명예훼손, 모욕, 인터넷주홍글씨 등등 각종 온라인평판,  실명제, 온라인저널리즘 등등 이 쪽 분야에서 우리 나라만큼 최첨단의 풍부한 사례가 있는 나라가 없습니다.  언젠가는 평판의 미래 한국판을 내서 미국에 역출판을 해보는 게 소망입니다. 


참고로  서모씨 자살사건은 2009년에 모든 재판이 종결됐습니다.  포털사들에 대한 소송은 포털사에 책임을 물어 포털사가 서비스하는 공간에서 네티즌간 발송한 명예훼손에 대해 방조책임을 물은 최초의 판결이 되었습니다.  또 네티즌 및 기자들에 대한 소송은 대부분 피해자와의 합의로 소취하로 결정이 났으나 저의 경우만 피해자와의 합의를 거부하여 벌금 50만원으로 2009년 최종 판결 났습니다.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ps2:   "평판의 미래란 책에서 나오는 내용입니다. 저자는 다니엘 솔로브란 사람인데 조지워싱턴대 법학부 부교수이자 프라이버시법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라고 소개되어있네요. 생각 좀 더 해봤으면 좋겠군요. 

pp.238-239
'소송의 남용'은 우리가 주의해야 할 문제다. 예를 들어, 명예훼손이 비평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오용될 수 있다. 명예훼손법은 반대의견, 비평, 풍자, 모욕의 대상이 된 사람을 지켜주지 않는다. '당신의 평판에 해를 끼칠 거짓의 확산'으로부터 지켜 줄 뿐이다." 

말러리안님에 대한 반박 댓글로 '보다보다 한심해서'님이 쓰신 글인데요.  "명예훼손법은...  '당신의 평판에 해를 끼칠 거짓의 확산'으로부터 지켜 줄 뿐이다." 는 미국의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고  우리 나라의 경우는 형법의 명예훼손규정은 '거짓' 확산 뿐만 아니라 '참'의 확산으로부터도 방어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