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첨단을 자부하는 사람들이 실은 가장 촌스러운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들이 비난하는 "국개" 유권자들이야 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첨단을 걷는 경우가 있다. 서영석의 why 유시민이라는 책은 이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이다.

why 유시민의 내용은 한마디로 "영남 후보론"이다. 이 책의 신기한 점은 그 내용이 오로지 영남 후보론이라데 있다. 즉, 다른 내용이 없다. 심지어 유시민이 무슨 정책을 펼치고 어떤 이념을 가졌는지에 대한 언급도 거의 없다. 모든 내용이 왜 유시민은 호남의 콘크리트 지지를 바탕으로 영남의 균열을 낼수 있는 유일한 후보인지를 논증하는데 맞춰져 있다. 그리고 그 논거는 허망하게도 유시민의 "주민등록 초본", 즉 출생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서영석은 우악스럽고 순수한 형태의 영남 후보론에 바탕을 두고 책을 "써버린" 것이다.

그래서 서영석이 책 곳곳에서 호남을 치켜세운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그것은 영남 후보론의 한 기둥인 "호남의 콘크리트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권력의 영역에 들어가면 서영석의 가장 큰 적은 오히려 호남이다. 경계 대상 1호는 놀랍게도 한나라당이나 영남 보수 세력이 아니라 민주당 내의 "정치 자영업자"라는 것이 서영석의 결론이다. 즉, 서영석이 비록 호남을 추켜세우고 영남 보수 정치를 비난한다 해도 그것은 도덕적 공염불에 그치고, 실제 현실 정치는 민주당내부의 호남파와 싸우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은 민주당 분당 시절의 유빠 논리와 한치도 다를게 없다.

이것은 유시민이 얻어내야 하는 것이 "호남의 지지를 얻는 영남 후보"라는 지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남 후보는 민주당에서 나오고, 호남의 지지를 바탕을 둘떄만이 의미가 있다. 그래서 유시민은 한나라당과 싸우기 위해 일단 민주당내부의 호남 세력과 피터지게 싸워야 한다. 문제는 호남 사람들이, 애초부터 호남의 불가능성과 영남의 특권을 전제하는 영남 후보론을, 단지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는 것을 위해 받아들이는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또한 지금 이 시점에서 호남을 위해 영남 후보가 되겠답시고 하는 일이 민주당과 호남 때리기라면, 왜 호남 사람들이 불확실한 장래의 가능성을 위해 현재의 수모를 견뎌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떠오른다. 즉, 상시적 영남 후보론 체제를 가동하는 것은, 호남에 너무나도 많은 양보와 참을성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후보가 되기도 전에 분란과 상처만 남기고 파탄 날수가 있다.

또, 유시민이 간신히 후보가 되어서 호남지지를 얻고 영남 표를 갈라먹는다 한들, 그게 반드시 전국적 승리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수도권과 충청은 어쩔 것인가? 서영석은 유시민이 민주당 후보가 되면 마치 개혁 유권자 표는 따놓은 당상인것처럼 말하는데, 영남 후보론이 이끌어 낼수 있는 최대치를 얻었던 노무현 조차도 이회창에게 굉장히 아슬아슬한 표 차이로 승리했으며, 그것도 정몽준과 단일화를 했기 때문이었다. 즉, 영남 후보론은 실상 제대로 검증된 적이 없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영남 표 1,20% 끌어온다고 해서 승리가 보장된다는 논리가 말이 되는가? 대통령 선거는 전국 선거다.

영남 후보론은 후보의 대중성과 능력이 충분히 검증을 받은뒤에 선거의 승리를 위해 고려될수 있는 얕은 변수에 불과하다. 선거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잡아서는 곤란한 지엽말단적인 논리인 것이다. 영남 후보라는 정체성 보다는 후보 개인의 이념 정체성, 정책 능력, 대중성이 훨씬 중요한 요소이다. 즉, 유시민을 위해서라면, 대선을 2년 반이나 남겨두고 영남 후보론 따위를 떠드는 것 보다는, 유시민에게 결여된 대중성을 어떻게 하면 증진시킬것인지, 어떤 정책 패키지와 이념 정체성을 가져야 하는지등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전국에서 통하는 큰 후보가 된뒤에나 영남 후보라는 플러스 알파가 의미가 있는것이다.

처음부터 영남 후보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유권자 입장에서 봤을때 영남 호적을 자랑스러워 하는 쌩 양아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보이며, 현실 정치에서는 결국 민주당과 호남만 때리는 것으로 귀결된다. 노무현 정신을 입버릇 처럼 외고 다니며 온갖 간지나는 말은 골라서 하는 유시민이 정작 하는 일은 민주당과 호남 때리기. 정책 논의도, 이념 논쟁도, 가치 선점 경쟁도 아닌, 지역을 둘러싼 분투와 밥그릇 싸움을 하게 된다. 촌스러운 이론이 만드는 것은 촌스러운 현실이다. 유시민이 영남 후보론에 허우적 대는 이상 안희정, 김두관, 송영길은 미소를 지을수밖에 없다. 그가 굳이 자폭을 하겠다면 말릴 필요는 없겠지만 그 과정에서 호남이 입을 상처는 짜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