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차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을 거야. 밑에 글쓴 횽 말대로 노골적으로 호남을 차별하던 예전보다는 그런 모습이 훨씬 덜하게 된 것은 맞는 것 같아. 내가 영남에 연고를 두고 있는 영남 토박이라서, 내 어릴적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확실히 그런 면을 잘 느낄 수 있는 것 같거든.


내 기억에는 그래. 사실 우리 부모님이 호남 사람들과 교류가 있는 것이 아니라서 그닥 호남이 화제가 될 일이 없었음에도, 가끔 호남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면 별로 좋게 말하시지는 않더라. 호남사람들은 뒷통수를 잘친다, 믿을 수 없는 족속들이다... 뭐 이런식의 차별적인 발언을 곧잘 하시곤 했거든. 물론 웹에서 보듯, 호남에 대한 노골적인 증오를 드러내는 분들은 아니었고. 그냥 어쩌다 호남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그냥 별생각 없이 그런 말씀들을 하시는 정도였는데, 그게 그당시 아마 평균적인 영남인들의 호남에 대한 인식이었을 거야.


뭐 부모님들이 그정도 였다면, 그당시, 곧 80-00년대 영남에서 초중고-대학까지 다닌 내 세대 친구들은 부모님 세대보다는 호남차별의식이 훨씬 덜했던 것 같아. 물론 가정에서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호남에 대한 편견을 심하게 가지고 있는 친구들도 몇몇 있었는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학교생활하면서 실제로 호남차별 발언을 하거나 혹은 들었던 기억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 그게 꼭 우리 세대에 이르러 호남차별 의식이 희박해진 증거라고 볼수는 없겠지만, 다른 재미난 일들도 많은데 하필 별관심도 없는 지역감정에 관한 얘기들이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될 일은 거의 없었고, 그래서 딱히 호남에 대한 비하 발언이나 호남차별의식을 친구들끼리 공유할 기회도 별로 없었다는 말이겠지. 그래서 내 학창시절 기억만 떠올려 보면 부모님 세대보다는 우리 세대가 상대적으로 호남차별의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부모님 세대는 아마 정치적으로 지역감정이 한창 가공-조작되던 시기였기에 조중동 등의 언론이나 매체를 통해, 그리고 그에 부응하는 지역민들의 입소문과 지역내 분위기에 발맞춰 서서히 그러나 깊숙이 그런 삐뚤어진 의식에 물들게 됐다면, 우리 세대는 조금 다른 것 같아. 우리 세대 때는 강준만 교수가 본격적으로 호남차별 문제를 거론하고, 이후 안티조선운동 등을 통해 처음 정치의식에 눈뜨게 된 친구들을 중심으로, 적어도 호남차별이 우리 시대의 부끄러운 유산이요, 그 바탕에는 영남패권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반영된 구태한 인식이라는 것 정도는 알게 되었지. 이런 부류들의 일부가 영남비주류를 형성했고, 이후 노빠, 유빠, 그리고 일부 진보계열로 흘러들어가 청년당원들의 주축을 이루게 된 것도 같고. 


근데 다시 지역내 차원으로 돌아와서, 과연 이런 애들이 지역 내에, 특히 영남 지역내에 얼마나 되냐는 것이지. 그리고 실생활에서 이런 애들의 발언이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먹히는 영향력이 얼마나 되냐는 것이고. 쉽게 풀어 말하면, 특정 계기들을 통해 호남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된 내 또래 친구들의 비율을, 영남내 학교의 한반 단위안에 놓고 보면, 전체 학급 50명 중에 3-4명 꼴도 채 안된다는 것이지. 그리고 나머지 대부분의 친구들은 정치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영남패권에 대한 이해 자체가 없고, 그런 와중에 지역감정 운운하며 자기 지역인 영남을 까는 얘기를 시작하면 그게 오히려 역효과만 나게 된다는 것이지. 


차라리 부모님 세대 처럼 얕지만 폭넓게 호남차별의식이 지배하고 있었다면 지역감정의 문제제기에 공감하는 면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우리 세대는 그런 직접적인 차별에 가담한 애들이 거의 없고 그냥 밥상머리 교육을 통해 피상적으로 호남차별에 대해 알고 있을 뿐인데, 대뜸 비장한 어조로 호남차별-영남패권의 구도 자체를 강조하며 지역감정의 가해자로 영남인들을 싸잡아 매도하면, 그게 오히려 더 큰 반발을 불러오는 역설적인 국면을 맞게 된다는 것이지. 뭐랄까. 자신은 가해의 기억이 없는데, 가해자로 내몰리는 더러운 기분이 들어 그제서야 호남애들 피해의식 쩐다, 혹은 부모님이 말했던 호남인들의 뒷통수 얘기가 사실이구나 하는 식으로 요상하게 얘기가 꼬여가는 구도랄까. 아마 영남내에서 정치의식이 없는 대부분의 젊은 세대들에게 지역감정의 폐해와 그에 혁혁하게 기여한 영남패권 구도를 제대로 이해시키려면 좀 더 연원을 거슬러 광주항쟁의 한에서 부터 그 전후의 영남 군사정권 시절동안 호남이 어떻게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극심하게 차별받아왔는지에 대한 배경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관심없는 친구들에게 이 거창한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난망한 일이고, 혹여 그 얘기를 끝까지 듣는 친구들 중 보편적인 정의의 관점에서 영남패권에 깊은 문제의식을 갖는 이가 몇이나 될지도 확신할 수 없는 일이지.


내가 이것을 가장 극명하게 느낀 게 바로 2002년 대선 때였어. 한창 노사모 열풍이 불기도 했었고, 젊은 친구들 중 그 분위기에 휩쓸려 나름 정치의식을 피력하며 반한나라당 노선에 노골적으로 동참한 친구들이 영남내에서도 꽤 있었으니까. 이때는 정말 영남내에서도 노풍의 세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붐이 일기는 했는데, 내 기억에 노무현을 지역감정에 맞선 올바른 정치인으로 소비한 친구들은 내 주위에는 거의 없었고, 그냥 뭔가 한나라당의 구린 정치를 청산할 개혁적인 인물로 소비하는 당시의 풍토에 휩쓸려 노무현 개인에 대한 팬심에 기반해 표를 준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어. 그래서 중앙의 정치공학 측면에서는 민주당 당적과 지역감정 극복 의제가 유효했는지 몰라도, 영남내 지역에서 노무현은 노무현=민주당, 지역감정에 맞선 이 보다는, 그냥 노무현 개인으로 소비되는 풍토였던 것 같아. 그래서 지역감정 극복이라는 주된 의제가 노무현을 통해 영남내에서 제대로 문제제기 되거나, 폭넓게 공유될 만큼 착근되지는 못했었지. 적어도 영남, 그리고 내가 사는 지역권 내의 친구들 사이에서는 말이지.


그리고 나 역시 개인적으로 반한나라당 노선이었고, 그래서 당시 노무현이나 민노당 쪽을 지지하는 얘기들을 술자리에서 꽤 하곤 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부모님 세대로 부터 물려받은 그 밥상머리 교육의 힘을 실감하게 되더라. 솔직히 나랑 학창시절을 같이 보낸 친한 친구들 중 정치에 관심있는 친구는 단한명도 없었어. 그냥 웹이나 언론에서 조중동 까고 한나라당 까는 얘기가 성행하던 터라, 기득권정당 딴나라당의 부패한 집권행태에 공감하는 분위기는 있었고, 그것을 청산하기 위해 개혁세력에게 표를 줘야한다는 당위에도 어느정도 공감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는 있었지. 


하지만 학급내 인원수 비유를 다시 들면, 이런 개혁 마인드를 강하게 품고 공공연하게 발언까지 하는 친구들 수는 전체 학급 50명 중에, 대선 기간동안에는 좀 더 늘어 대여섯명 정도 됐었다고 할까? 나머지 대다수는 정치에 대한 별다른 관심이 없었는데, 그 와중에 개혁세력 친구들의 논리에 공감하여 개혁세력 쪽으로 표심을 굳힌 애들이 열댓명 정도 있었다면, 나머지는 부모님들의 영향으로 그냥 영남인은 무조건 한나라당이 진리! 이러는 애들이었고, 게중에 몇몇은 정치 좀 안다고 앞에서 나대는 친구들과 개혁세력에게 호의적인 친구들에게 맞서 서서히 수꼴로 자기 정체성이 돌변하는 경우도 꽤 많이 생겨나곤 했었어. 


아쉽게도 내 가장 친한 친구들 중에는, 개혁세력 애들의 정치적 호들갑 자체를 별로 맘에 안들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 사실 학창시절 동안 서로간에 한번도 정치얘기를 안해서 서로의 정치성향을 구체적으로 알 기회가 없었는데, 그무렵의 충돌로 인해 서로의 속내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할까? 그후 가끔씩 술자리에서 자기 속내를 터놓고 차분히 정치에 관한 얘기와 자기 생각을 말하기도 했었는데, 뭐 여전히 복잡한 정치얘기로 깊숙히 들어갈수록 다들 관심이 없었고 그런 얘기들을 서로 불편해 하곤 했었지. 그래서 몇번 정치얘기 하다가 그냥 친한 친구사이에는 정치얘기 하지 말자는 식으로 흘러갔고.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내가 영호남 지역감정 문제를 노무현과 얽어서 말할 때, 그 배경이해를 위해 결국 영남 가해자 논리에 이르게 되니까 굉장히 불쾌하게 여기는 친구들이 많았었어. 그때 불쑥 김대중 빨갱이 부터 시작해서, 학창시절 동안 한번도 못들어봤던 호남비하의 발언들을 내 친구들이 줄줄 읊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었지. 그때 처음 밥상머리 교육이 무섭구나는 실감을 했었고, 그후에는 친구들이 영남 가해자 논리 뿐 아니라, 호남 피해자 논리 조차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이때는 꼭 현실론이 동원되더라. 현실 정치를 권력을 통한 자원 배분으로 본다치면, 권력의 속성상 자원의 차등배분은 지역구도 내에서는 특정 지역의 편중현상으로 나타나기 마련이고, 우리가 경기 및 수도권으로 인적 물적 자원의 집중화가 이뤄지는 현실을 당위적으로 보는 것 만큼이나, 호남의 정치사회문화적 차별 역시 당대의 시대현실과 개발논리, 또 권력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봐야 한다는 현실론으로 맞받아치는 거지. 그래서 내가 그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라는 윤리적인 측면에서 문제제기를 하니까, 뭐 표면적으로야 그런 대의명분이 중요한 것이지만, 그런 거 내세우기 좋아하는 개혁세력 조차도 정치가 권력을 손에 쥔 자와 그 강력한 지지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집권을 위한 힘의 논리와 피튀기는 처절한 쌈박질은 정치권 내에서는 당연한 현실인 것인데, 새삼 윤리타령 하는 것은 순진한 이들이나 하는 한가한 소리일 뿐, 즐! 하는 분위기였어. 전형적인 한나라당식 논리이기도 하고, 우파가 좋아하는 힘의 논리이기도 하며, 어찌보면 세상이 움직이는 이치이기도 한 뭐 그런 얘기지. 


심지어 이런 말도 하더라. 돈주고 여자 따먹는게 윤리적으로 옳냐? 그른 것은 다안다. 그렇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월급날만 되면 빡촌 한번 안가는 사람이 어딨냐? 그거 침튀기며 비난하는 이들도 자기가 돈 있고, 옆에서 같이 가자고 살살 꼬시면 별죄의식 없이 당연하게 다 간다. 세상이 원래 다 그렇게 돌아간다. 근데 문제는 개혁세력 애들은 자꾸 자기는 마치 안그런 사람인 것 처럼 말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놈도 입만 나불댄 것 뿐 결국은 몰래 몰래 다 가더라. 그래서 개혁 세력 애들은 체질적으로 존나 재수가 없다. 뭐 그런 얘기. 


또 너 옆에서 누가 공돈 주면 안받냐? 그리고 돈준 사람 모른체 할 수 있냐? 나쁜 것은 다 안다. 하지만 정치가 돈없으면 안돌아간다는 것은 뇌물성 돈 받으면 나쁘다는 것 만큼이나 진실이고, 그래서 정치가들은 음으로 양으로 들어오는 돈을 다 받게 되는 거다. 그리고 돈준 사람 편의를 봐주는 정치를 하게 되는 거고. 인간사가 원래 그렇게 돌아가는 것은 과거의 역사를 봐도 너무나 자명한 것인데, 그런 점을 어느정도 고려하고 현실 정치를 봐야지, 순백의 영혼이나 되는 것 처럼 굴다가 결국 자기도 돈받은 거 다 뽀록나고도 입만 나불거리는 개혁세력 새퀴들은 존나 재수가 없다. 뭐 그런 얘기.


너무 노골적이라 천박하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들리는 이런 얘기들이 보수적인 토양에서 자란 내 친구들의 기본적인 현실인식이고, 이들의 사고방식에서 보듯, 역사적으로 친한나라당을 표방해온 영남 유권자들의 보수적인 표심 행태 역시 다 이런 사고방식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거야. 뭐 이들을 국개론으로 매도하면 단순함이 주는 명쾌함은 있겠지만, 보수적인 표심의 정체에 대해 한참 핀트가 어긋난 이해를 하는 것 같아, 나는 별로 국개론에 동의하지는 않거든.


아무튼 그래. 영호남 차별의식도 그렇고, 현실정치 문제도 그렇고. 개혁세력이 내가 말한 그런 보수적인 친구들의 인식과 현실의 지평에서 제대로 맞닿고, 그 단단한 현실논리를 극복하기 위한 설득력 있는 정치논리를 개발하고, 그것을 현실 정치의 역학 구도 내에서 집권을 위한 표심으로 제대로 결집해 내기 까지에는, 작금의 개혁세력의 좌충우돌 하는 행보들을 볼 때, 과연 가능한 일일까는 의구심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야. 난 그닥 여기 횽들 처럼 정치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내 친구들에 비해 아주 약간 관심만 있다 뿐인데, 어쨌든 좀 더 좋은 세상이 왔으면 꿈꾸던 옛시절의 마음을 여전히 품고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개혁세력의 집권을 바라고, 그래서 세상이 지금보다는 좀 더 여유롭고 살기좋은 방향으로 바꼈으면 좋겠거든. 하지만 횽들이 하는 재밌는 얘기들이 가끔은 뭔가 현실과 밀착하지 못한 채 붕떠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고,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호남차별문제를 끄집어 내서 몇줄 갈겨본 거야.


아무튼 정치 일각에 있는 분들은 좀 더 힘내 줬으면 좋겠고, 여기서 정치평론 하는 횽들은 좀 더 현실논리에 근접해서 문제제기와 비판이 이뤄졌으면 좋겠어. 특히 닝구횽들이 노빠 유빠 까는 것을 나는 논리적으로는 거의 수긍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아니 그럼에도 일부 극렬 노유빠의 현실이 전혀 변하지 않는 것은, 이 게시판의 시시비비 논쟁에서와는 달리 실제 정치판의 현실이 내가 위에서 말한 그 보수적인 현실논리로 움직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 노유빠 횽들이 말은 안해도, 그렇게 움직이는 현실 논리들을 다들 체감하고 있고, 어느정도 거기 발맞춰 현실적인 정치공작?을 하고 있는 것인데, 닝구횽들이 눈치없이 계속 시시비비만 따져물으니까 그만 꿀먹은 벙어리 처럼 가만있되, 속으로는 닝구횽들을 향해 이 문디 자슥들 하며 혀를 끌끌 차는 게 아닌가 싶은... 난 가끔 그런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하더라.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