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에서 재미있는 글을 읽었습니다. 참여당의 지지율은 별론, "유시민 개인의 경쟁력이 계속해서 유지되는 이유는 민주당이 채워주지 못하는 어떤 것을 유시민이 채워주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의 글입니다. 동의합니다.

사회현상을 바라볼 때는 당위적으로 이래야한다고 생각하면서 바라보기 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 힘들지만 중요합니다.

유시민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거의 변화없이 10%정도의 대선후보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가 경기도지사 야권단일후보로 선출되었을 때에도 그렇고,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낙선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의 지지율도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 서거 이후에 25%이상을 꾸준히 기록합니다. 지방선거 승리 이후 30%를 넘나들다가 다시 안정화되어서 25%를 기준으로 움직입니다. 그런데 25% 지지율을 기록하는 정당에서 유의미한 수치의 대선후보 지지율을 기록하는 정치인이 없습니다. 한명숙의 10%는 오갈데없는 지지율이 잠시 정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저 지지율이 신기하긴 합니다. 충분히 유시민에게 갈만한 지지율인데도 굳이 유시민에게 가지 않고 한명숙에게 가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거기에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등을 합치면 15%정도 나옵니다.


이걸 보면 명백히 유시민의 경쟁력의 특징이 드러납니다. 참여당의 지지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시민의 지지율은 고정적입니다. 이것만 보면, 유시민에 대한 지지는 정치인 개인에 대한 지지의 성격이 유난히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예전에 유시민이 박찬종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쓴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조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박찬종은 유시민보다 일시적으로 더 높은 지지를 획득하기는 했지만, 안정적이지 못했습니다. 박찬종만의 논리체계도 없었습니다. 그저 '한나라, 민주 둘 다 썩었어'를 외침으로서 일시적인 신선함을 획득한 것에 불과했다고 생각합니다. 유시민도 일단 '한나라, 민주 둘 다 썩었어'를 외치지만, 그것말고도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현실 정치에서 계속적인 영향력-대선후보지지율, 독자정당 창당, 전국 선거출마-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저 '무언가'가 유시민의 안정적인 지지율의 핵심인데, 저는 이것을 '사회운동으로서의 정치'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영남'이라고도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생각이 정리된 것이 아니고 계속 유시민과 개혁진영을 관찰하면서 생각을 가꿔나가야 하기 때문에 뭐라 확실한 답을 내리지는 못하겠습니다만, 유시민이 내세운 한국정치, 한국사회에 대한 어떤 메시지는 아직까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했던, '상식, 원칙, 정의'의 상징자본을 유시민이 상속했다고 보여지기는 합니다만, 이것을 두고 '사회운동으로서의 정치'를 유시민이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유시민이 그와중에 내세웠던 정치에 관한 주된 메시지는 '정당정치'에 있었고, 핵심은 '진성당원제'였습니다. 당원이 주인되는 정당, 당원의 참여로 운영되는 정당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것을 '사회운동'이라고 보겠다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유시민'만'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당' 자체도 지지하는 사람들, 즉 점점 그 세가 축소되는 2~3%의 지지자들에게는 이것이 유시민이 채워주는 '무언가'일 수 있으나, 나머지 지지층, 즉 유시민을 지금의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유시민으로 만들어주는 바로 그 나머지들을 채워주는 '무언가'가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참여당과 유시민의 지지율 격차가 너무 크고, '진성당원제'가 미국 보수세력이나 진보세력의 사회운동,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비교되기에는 그 층위가 너무 다릅니다.

물론 유시민뿐만 아니라 참여당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참여당의 소위 '정당문화'라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민주당은 물론이거니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도 자신들(참여당)의 정당문화와 비교하면 '후지다'라고 생각하는 경향-그런데 제가 접한 바로는, 참여당의 저러한 정당문화를 극찬하는 참여당 지지자들이 주로 드는 '참여'의 형태가, 참여당 행사에 나갔더니 천호선님과 유시민님이 나오셨고 격의없이 우리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경청해줬다 정도던데, 셀레브리티를 만났는데 그 셀레브리티가 나에게 관심을 보여줘서 너무 좋았다 수준이 혹시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이 있기 때문에, 참여당이 내세우는 '국민참여'가 유시민의 '무언가'의 일부라고는 해석해야 할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러나 뭔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는 '취향'의 문제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냥 제가 제 주변을 관찰한 바로는, (물론 무슨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꼭 이렇지는 않습니다) 비민주당 야당지지자들의 정치적인 '취향', 문화적인 '취향'에서 어떤 일관성같은 것이 있습니다. 갤럭시S같은 것을 쓰는 것보다 아이폰을 선호하며, 일반 노트북을 쓰기보다는 맥북을 써야합니다. 트랜스포머같은 블록버스터영화보다는 박찬욱, 봉준호를 선호합니다(해외 예술영화나 국내 마이너 영화까지 섭렵하는 층은 그 수가 너무 적기에 일단 저정도), 간통,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각이 개방적입니다. 보그나 GQ에 나오는 맛깔나는 글 속의 쿨한 라이프스타일을 멋지게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어디에도 메여있지 않으면서 동시에 사랑하는 누군가, 우정을 나누는 누군가는 꼭 있고, 능력과 경제력을 갖추었으고 동시에 거기에 별로 연연하지도 않으면서도 개인 커리어에 열중하는 뭐 그런 멋진 삶...,개인과 개인간의 만남과 감정같은 것에 굉장히 큰 아름다움과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습니다(누가 안그러겠냐마는), 기득권에 대한 불신, 기득권을 바라보는 관점이 혐오에 가깝습니다. 실력도 없고 공정하지도 않은 룰에 의해 현재의 기득권이 형성되어 있다고 보고 그에 대한 저항, 반항에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그런데 이율배반적으로 엘리티즘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말하면 '서울대를 개혁하자는 주장은 서울대출신이 해야 간지난다'식입니다.
섬세한 자유주의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기득권에 대한 반발심이 굉장히 큽니다. 경제적으로 통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대놓고 주장하는 모습은 많이 못봤습니다, 자유로운 의식때문에 '규제, 통제'같은 단어 자체에 반감이 많아 보입니다. 세금을 높여서 복지를 강화하자는 식의 주장에 매력을 느끼기보다는 무언가로부터 해방되어서 자유롭게 뭘 해보고 싶다는 식의 생각이 많아보입니다.

그런데 분명 비민주당 야당 지지자들이 꼭 저렇지도 않습니다. 극단적인 민족주의자도 있으며, 국수주의자로 보이는 사람도 있고, 정말로 종교적으로 정치를 바라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직 무슨 생각이 정리된 것은 정말 아니어서, 결론 내리기 힘들지만, 비민주당 야권 정치인중에 거의 유일하게 정치적, 대중적인 영향력이 있고 그것이 꾸준히 유지되는 유시민이, 위의 저런 취향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런건 실체가 불분명한, 구질구질하게 논리적으로 설명되기보다 그냥 뭔가에 꽂혔다고 표현되듯...사회문화적인 취향 차원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정치적,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는 추동력이 되어줄지는 미지수같습니다. (민주당은 저런 취향을 충족시켜주기엔 분명 부족하긴 합니다. 실제 정치는 이익을 다투는 자들간의 피튀기는 다툼을 조율하는 섬세한 작업이기 때문에 밖에서보면 구질구질해 보이고 없어보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