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에서 담로님이 다신 덧글에 덧글로 다시 달아놓으려 했는데, 적다 보니 연표가 굉장히 길어져서 새로 글을 올립니다)

일제 강점기가 없었을 때 대한제국이 자생적 근대화를 이룰 수 있었는가하는 문제는 판단을 내리기 힘든 영역입니다. 이런 논의는 단지 추측에 그칠 공산이 높다고 봐요. 물론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별로 중요하지 않아서 독립해 있었다고 가정해 볼 수는 있겠지요. 그렇지만 앞의 글에서와 같은 단편적인 사례들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별로 증명하는 것이 많지 않을 것 같은데요.. 여전히 '근대화'의 정의도 모호하고요. 예컨대 1인당 국민소득의 성장을 논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논의를 좁히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앞의 글에서와 같이 근대화 사실을 죽 나열하는 것만이라면 다른 독립국의 사례도 얼마든지 들 수 있겠지요. 오스만 제국, 페르시아, 아프가니스탄, 아비시니아(에티오피아), 시암(태국) 등. 이런 국가의 역사에서 정말 '자생적 근대화'를 이룬 사례들만 봐도, 담로님의 이전 글과 같이 연대를 나열하는 것 정도로만 따지자면 인상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시암(태국)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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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60년 조폐국 신설 및 근대적 화폐경제 도입
- 1860년대 경찰제도 개편
- 1862년 보통교육 정비 시작
- 1865년 펫부리에 여성기술학교 설립
- 1871년 인력거 도입
- 1871년 신식 태국어학교 설치
- 1873년 국세청 설립
- 1873년 왕궁 내 영어학교 설치(F. G. 패터슨이 교장으로 초빙됨)
- 1874년 신문 발간('다루노왓')
- 1874년 추밀원 및 국정자문위원회 설치
- 1874년 여자기숙학교 설립(최초로 등록금을 내는 학교)
- 1879년 난타우타얀 궁에 새로운 영어학교 설치(맥파랜드 박사가 교장으로 초빙됨)
- 1881년 사관시종학교 설치(최초의 장교 양성학교 - 1911년에 문관학교로 전환)
- 1881년 전화 개설
- 1882년 서양인 초빙 및 군사지도학교 설치
- 1882년 지도(地圖)학교 설치
- 1883년 체신청 설치
- 1884년 시암 최초의 신식 공립 보통학교 설립(방콕) - 1885년에 전국 20곳으로 확대됨
- 1885년 세계우편연맹 가입
- 1887년 왕립 군사학교 설립, 신식 전투부대 창설, 와치룬힛 태자를 사령관에 임명
- 1887년 종교부 내 교육청 신설(1892년 교육부로 독립) 및 사립학교들이 본격적으로 설립되기 시작
- 1887년 도박장 금지령
- 1888년 전차 소개
- 1888년 최초의 신식 병원 설치(왕립의료원을 비롯한 4개)
- 1891년 신식 도로 및 철도 건설 시작(책에는 1892로 나와 있는데 틀린 듯)
- 1892년 사범학교 설립
- 1892년 방콕-아유타야 철도 개통(책에는 1897로 나와 있는데 틀린 듯)
- 1894년 전차의 본격적 도입
- 1896년 여성 간호 및 조산원 학교 설립
- 1897년 위생청 설립
- 1897년 사법개혁 및 법률학교 설립
- 1898년 육군참모학교 설립
- 1898년 보통교육이 지방 도시들까지로 확대됨; 교육제도 개편(일반교육-유치원, 초등학교, 중등학교, 대학교- 및 특수교육)
- 1900년 방콕-나콘라차시마 철도 개통
- 1901년 잠업청 설립 - 양잠업 육성
- 1901년 인력거법 제정
- 1902년 화폐청 설립
- 1902년 자동차가 소개됨(라비 왕자)
- 1902년 교육제도 개편(초등교육, 중등교육, 고등교육-초기의 고등교육은 중등학교 7-8학년(12-13학년)을 의미-)
- 1903년 최초의 정식 고등교육기관 5곳 설립
- 1903년 톤부리-펫차부리 철도 개통
- 1904년 북 클럽(book club; 원어를 모르겠네요) 설립. 나중에 태국상업은행으로 발전. 시암 최초로 국내 자본에 의해 설립된 은행
- 1905년 징병법 공포
- 1905년 지방 행정단위에 각각의 위생부를 둠
- 1905년 노예(대략 우리나라의 노비 비슷한 개념) 해방
- 1906년 해군학교 설립
- 1907년 전기 이용 규격 등을 갖춤(전기발전 시작은 대략 1870-1880년대 덴마크의 지원으로)
- 1908년 화폐단위 통일(밧/사땅)
- 1908년 노예매매금지법 선포 및 위반 시 엄격한 처벌 시행
- 1909년 상수도용 저수지 및 수로건설공사 착공(상수도는 1914년 완공)
- 1910년 북부선 철도 개통
- 1913년 농업협동조합 발족 및 저축은행 설립
- 1913년 이름에 성을 사용하도록 함
- 1914년 항공대 신설
- 1916년 농업협동조합의 전국화
- 1916년 돈므앙 공항 건설(1914년의 형태를 좀 더 다듬음; 민간기 취항 가능)
- 1917년 문관학교를 왕립 출랄롱꼰 대학교로 승격하여 의대, 공대, 문리과대, 행정대를 둠
- 1918년 남부선 철도 개통
- 1918년 공립학교법 제정
- 1921년 의무교육법 공포(아시아 최초)
- 1925년 법인법과 채권법의 독자적 완성, 기존 법률학교를 왕립 법률학교로 승격하여 법무부 산하에 둠
- 1927년 근대적 의회 설치
- 1931년 헌법초안 완성
- 1932년 입헌군주제 도입
(행정개편 등은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므로 위에서는 뺐습니다.)

김영애, 『태국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2002, 158-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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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연표만 놓고 보면 태국이 많은 면에서 조선이나 대한제국보다 더 근대화가 빨랐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외형상의 화려한 면면과는 다르게 국민들의 정치의식은 별로 성숙하지 못했습니다. 1932년 입헌군주제로의 전환 이후 20번 남짓 쿠데타를 겪었으니까요. 또한 경제적으로도 동남아 내에서는 나름대로 선진적인 그룹에 속해 있지만(약 1인당 국민 소득 4천 달러(명목)/8천 달러(PPP)) 전 세계적인 기준에서 볼 때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요.

담로님께서 쓰신 글에서처럼 이런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중요한 일이지만, 과연 이것만 가지고 추후의 근대화 경로 등을 판단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