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존적 차원에서 근대화의 필요성에 눈을 떴기 때문에, 이후의 과정은 자연적/자생적인 근대화의 코스를 밟지 않고, 엄청나게 단축되고 축약된 형태로,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에서 근대화가 계획적이고 인위적이고 집약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는 그 전체의 과정을 뜻한다는거죠.
출처(ref.) : The Acro - 메인게시판 -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꽤 괜찮은 글 -
http://theacro.com/zbxe/main/262649
by 시닉스 ""

일단, 식민지 근대화론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먼저 "일제가 우리를 근대화시켰단 말이냐? 근대화는 좋은거잖아? 어떻게 일제를 좋게보나?"류의 논란과 둘째로는 "식민지 시대때 근대화가 됐다치자, 그래도 우리도 주체적으로 근대화할 수 있었다, 조선 후기부터 근대의 씨앗이 있었다, 일제가 그 기회를 박탈했다, 그래서 역사가 왜곡됐다"의 부류, 이 부류는 특히 '근세'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조선을 바라봅니다. 중세와 근대의 중간에 근세라는 개념을 소개함으로서 우리도 스스로 근대의 길을 밟아나가고 있었다는 뜻이죠. 중고등학교 국사교과서가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셋째로는, "식민지 근대화론의 논리라면 박정희 시대의 개발독재때 근대화가 '완성'됐다고 해야할텐데 '정치적'으로 그걸 못받아들이겠다, 어떻게된게 우리의 근대화는 식민지와 독재를 거치면서 된거냐? 젠장할" 입니다.

특히 이 세번째때문에 많은 진보개혁주의자들이 식민지 근대화론에 태생적으로 거부감을 가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시닉스님이 퍼오신 글 중에 제가 다시 인용한 저 부분은 원글쓴이가 우리 사회가 해방 이후 박정희 시대때 맞은 근대화를 별 고민없이 썼다는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일제시대때의 근대화가 '자생적이지 않고 인위적'으로 이루어짐으로서 가지게 되는 특징, 그로인한 우리의 '근대화'에 대해 가지는 관념과  '근대화'세력이 해방 이후의 독재시대때의 근대화와 가지는 관련성에 대한 고민을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박노자의 <우승열패의 신화>는 일제에 먹히기 전 조선 후기부터 서서히 싹튼 우리 사회의 '근대화'는 '적자생존', '승자독식', '경쟁지상주의', '사회진화론'과같은 매우 극단적인 winner takes all식의 관념을 가진 '선각자'가 주도했다고 썼습니다. 일본이 근대화되면서 내세운 주요 이념이 바로 '아시아 주의'였는데, 이것은 바로 백인종과의 인종대결에서 황인종이 뭉쳐서 싸워야한다, 황인종의 대표가 바로 근대화된 일본이다, 일본 밑으로 모여 였습니다. 인종경쟁에서 패하면 노예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종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하고, 그 목적을 위한 수단이 근대화로 여겨지던 때에, 그런 의식을 근대화라고 받아들이는데, 바로 옆 섬쪽바리에 불과한 일본에 대국 청나라를 이기고 강국으로 부상하는 모습을 지켜봄으로서 조선의 지식인들의 '근대화'가 급속히 시작됐다고 합니다. 그런 근대화 의식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일본의 '아시아 주의'를 이식받았고, '인종간 경쟁'의 논리가 근대화 의식의 주된 내용 중 하나였고, 역으로 인종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근대화가 필요하다는 식의 사고를 하게 됐다고 합니다. 쇠락하는 조선은 저런 관점에서 볼 때, 하루빨리 '근대화'를 이루어야 했고, 그 과정은 자연스레 적자생존, 우승열패의 극단적인 경쟁논리가 지배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아시아 주의'에 흡수됐기 때문에, 쇠락하는 조선이 만약 근대화에 실패해서 강국이 못된다면, 황인종의 대표인 일본과 함께하는(흡수되는) 것만이 조선의 살 길이라는 논리를 저항없이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민족개조, 계몽, 교육을 외치던 '민족주의자'들이 일제의 지배가 안정되어가자 아주 쉽게 일제에 협력하면서 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들의 변절이 조선의 근대화를 이끈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한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경쟁에서 조선이 밀렸기 때문에 아시아 인종으로서 일본에 먹히는(그들은 아시아 인종의 협력이라 봤으나) 것은 자연스러운 '근대화'의 일부라 생각한 것입니다.

해방 후에도 저런 근대화에 대한 인식은 별로 바뀌지 않아서 소위 말하는 개발독재때 생존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의식 하에, 폭압적, 강폭적, 맹목적인 부국강병식의 근대화가 가능했고(북한과의 체제'경쟁'도 있었으니 더더욱) '억울하면 성공해라'라는 격언(?)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평등에 대한 의식이 강하면서 동시에 모든 분야에서의 경쟁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신기한 모습의 사회가 되었다고 합니다.


시닉스 님께서 퍼오신 글은, 조선 후기와 일제시대가 우리의 '근대화'의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리고 그 영향이 우리의 '산업화'시대때의 개발독재, 그리고 지금의 우리의 모습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고민이 적었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