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최악에 가까운 경제난을 겪고 있다. 내가 보기에 그것은 세 가지 이유다. 첫째는 중앙집중식 공산주의가 갖고 있는 결함 때문이다. 이 결함으로 인해서 기술도 낙후되고, 능동적으로 무역을 진흥시킬 수 없고, 이런 상황이 누적되어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았다. 둘째는 김일성/김정일정권이 거짓말로 세뇌하는 바람에 개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연이은 자연재해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개방이 김정일정권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100%이기 때문이다. 그냥 붕괴로 끝난다고 하면 권력만 내놓을 각오만 하면 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반드시 김정일일당들의 피를 보게 되어 있기 때문에 김정일일당은 붕괴를 초래하거나 방치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김정일정권은 개방을 하지 않으면서도 경제발전을 달성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어떻게 하면 개방을 하지 않으면서도 경제발전을 할 수 있을까? 북한이 경제발전을 하려면 자본과 기술과 원료와 전력과 인프라가 필요하다. 자체적으로 이게 생산이 안 되니, 외부에서 누군가가 이것들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중국이 공짜로 자본과 기술과 원료를 제공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중국이 그래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도리어 조금씩 제공하면서 북한을 한계상황에 놔 두는 편이 정치적으로 더 유리할 것이다.

김대중의 햇볕정책과 이를 계승한 노무현의 햇볕정책에 따라서 개성공단이 만들어졌다. 북한은 토지와 노동력을 대고, 남한은 자본과 기술과 판매망을 대는 식의 협력관계이다. 그러나 이 경우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겨우 노동자의 임금에 불과하고, 기술이나 다른 모든 것들은 북한에 조금도 남지 않는다. 개성공단의 GDP가 많이 늘어난다고 해도 북한에는 거의 남는 것이 없다. 참고로, 북한노동자의 임금은 월 100달러 이하라고 알고 있다.

개성공단은 잘 유지되기가 어려운 공단이다. 북한의 과거 행적을 보면, 그들은 약속을 뒤집는 것을 예사로 알고, 군사적인 도발과 정치적인 도발을 협상의 도구로 사용하며, 뒷구멍으로 핵폭탄을 개발했다. 미국은 핵확산을 막아야 하는 절대명제가 있기 때문에 북한을 몹시 미워하고 적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북한과 미국 쌍방간의 적대감과 언행들이 연쇄적인 상승작용을 일으키면, 그 타격을 개성공단이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덧붙여 남한과 북한 사이에도 이왕자 씨 피살사건 등과 같은 사건이 일어나면 개성공단이 중단 위기를 맞는 것이다. 또 하나의 요인은 남한 내에 북한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고 미워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점이다.

만약 어떤 사정으로 남한의 기업이 개성공단에서 철수한다면, 북한은 남은 공장시설을 사용해서 경제발전을 할 수 있을까? 할 수 없을 것이다. 원료가 있어야 생산을 할 수 있고, 수출(판매)가 되어야 원료를 살 달러를 벌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처럼 김대중과 노무현의 햇볕정책은 보잘 것 없다. 햇볕정책 정도로는 북한의 경제발전을 눈꼽만큼 밖에 지원하지 못하고, 남남갈등을 불러일으키고, 그나마 안정적으로 유지하기조차 어렵다. (김대중의 햇볕정책이 보잘 것 없음에도 불구하고 냉전적 사고를 탈피하게 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시도로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김정일의 사망이 가시권 안에 들어왔고, 김정일의 사망 이후 북한에는 정권붕괴가 일어날 것으로 보이므로, 통일비용이 우리 코앞에 닥친 문제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나는 100조원을 북한에 지원하자는 대담한 상상력을 발휘했다. 매년 20조원씩 5년간 지원한다.

이 100조원은 아무 조건이 안 달려 있다. 김정일정권이 개혁을 하건 말건, 개방을 하건 말건 아무 상관이 없다. 김정일정권이 원하는 바로 그 개방불가조건을 100% 만족시킨다. 핵무기를 개발하건 미사일을 발사하건 아무 상관이 없다. 매년 20조원에 해당하는 물자/기술/인력을 남한에서 북한으로 보내는 것이다. 북한에 필요한 자본, 원료, 전력, 기술, 판매망을 모두 제공함으로써 북한이 스스로 경제발전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북한이 이 100조원의 물자와 기술로 자력갱생할 수 있다면, 장차 통일비용은 대폭 줄어들 것이다.

100조원은 북한 김정일정권으로 봐서는 이익만 생기지 손해가 생길 일이 없다. 100조원은 남한으로 봐서는 당장은 부담이 되지만, 장차 통일비용이 대폭 줄어들고, 북한국민이 대거 남하하는 재앙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햇볕정책이 나은가, 100조원이 나은가?
느닷없는 통일비용으로 코너에 몰리는 게 나은가, 미리 100조원을 부담하는 게 나은가?

<엔파람에 올렸던 글을 조금 편집하여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