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글루스에서 또 한의학 문제로 말썽이 생긴 모양입니다. 전 한의학이나 (서양/현대)의학 모두에 대해 거의 무지하므로 이에 대한 논의에 직접 끼어드는 것은 제 능력을 벗어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논의 중 과학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길래 이에 관해서 좀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좀 무책임한 말이긴 합니다만, 저는 해당 논의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주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하려는 것입니다. 아마도 공론성이 약할 것 같으므로, 누군가 지적한다면 그냥 내리겠습니다. 다만 논리적 모순 지적이나 개선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이 글에서 하려는 작업은 '과학'을 정의하는 것인데, 모든 정의는 어떤 공동체 내에서 사용되기 위해 임의로 선택한 것입니다. 즉, 제가 하려는 것은 어떤 '진리 주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다만 비교적 애매함이 적은 방식으로 일반 상식에 합치하는 형태를 추구하려고 합니다. 이전에도 제가 과학이나 과학적 방법론에 대해 몇 번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지금 보면 대부분 형편없는 수준이고 간혹 논리적 모순도 있습니다. 아마 이 글도 나중에 제가 공부를 좀 더 하고 나서 재검토를 한다면 허술해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과학이란 무엇이냐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는 답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저는 과학철학에 대해 거의 무지하다는 것을 밝히고자 합니다. 즉, 이에 대해 아는 내용은 기껏해야 한국어로 된 개론서 몇 권에서 얻은 것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이 글의 내용은 과학철학의 메인스트림에서 제시된 보다 세련된 모형들과는 거리가 있을 것입니다.

## 저는 이런 공론공간에서 철학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좀 명확하게 표현해야 할 때는 더욱이 말이죠. 대부분의 이런 주제가 쓸데없이 추상적인 것도 중요한 문제긴 하지만, 철학에 대해서 제대로 글을 쓴다는 것, 논리적 모순이 없고(이면에서조차도) 연결이 흐트러지지 않는 글을 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아직 기본적인 논리학이나 수학 공부가 충분히 되어 있지 않은 저 같은 경우는 재확인할 때마다 오류가 보여서 매번 글 수정을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철학에 대해 글을 쓰는 이유는, 지금은 이쪽 아카데미로 나가겠다는 생각은 접었지만 어쨌든 이런 탐구가 전적으로 무의미한 것은 아니리라 생각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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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과학은 이하에서 다루는 성질을 만족하는 몇 개인가의 집합을 통틀어 칭하는 명칭입니다.

0-1. 과학은 어떤 '언어' 위에서 정의됩니다. 이는 대상술어, 포함기호(∈), 논리기호(~, ∨ 따위), 괄호, 존재술어 등의 기호를 포함합니다.
0-1-1. 대상술어는 물리적으로 관측 가능한 대상과 일대일 대응이 이루어지는 기호입니다.


1. 어떤 집합 S가 과학이려면, 이 원소들은 명제여야 합니다.(*)

1-1. 명제는 진리값을 줄 수 있는 기호열입니다. 기호열에 진리값을 부여하는 조건이 무엇이냐에 대한 물음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납니다.
1-2. 존재술어 E는 대상술어의 물리적 존재를 지정하는 관계로, 대상술어 x에 대해 E(x, C)형태로 표현됩니다. C는 대상술어가 대응하는 물리적 관측 가능 대상의 관측 좌표를 의미합니다. 좌표는 공간좌표와 시간좌표로 나누어집니다.(자세한 것은 제가 물리학을 잘 모르므로 생략)
1-3. 대상술어 x와 적당한 좌표 C에 대해 E(x, C) 형태의 표현은 명제입니다. 이를 '사실적 존재명제'라고 부르겠습니다.
1-4. S에 포함되는 명제는 사실적 존재명제, 사실적 비존재명제(~E(x, C)형태), 이런 명제들의 재귀적 포함 주장(p∈S형태) 및 이들의 연언과 선언에 관한 명제뿐입니다.
1-5. 과학 S의 원소가 갖추어야 할 조건에 대한 제약이 있습니다. 편의상 이를 '논리규칙'과 '선정규칙'의 두 종류로 나누겠습니다.


2. 논리규칙은 다음 다섯 개의 공리로 구성됩니다. 편의상, 어떤 과학 S에 대해 p가 이 원소라는 명제를(p∈S) S(p)로 표현합니다.

2-1. S는 N 공리를 만족합니다. 즉, p가 항진명제라면, S(p).
2-2. S는 K 공리를 만족합니다. 즉, 임의의 명제 p, q에 대해(이하생략) S(p) ∧ S(p⇒q) ⇒ S(q).
2-3. S(p) ∧ [p→q]s ⇒ ~S(~q). 이때 [p]s는 '적어도 하나의 과학 T에서 T(p)'. 
2-4. 적법성. 즉, S(p∧q) ⇔ S(p) ∧ S(q).
2-5. S(S(p)) ⇒ S(p) 및 S(~S(p)) ⇒ ~S(p).


3. 위의 5개 공리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정리를 몇 개만 나열하겠습니다.

3-1. S(~p) ⇒ ~S(p).
# 2-1과 2-3에서 [~p⇒~p]를 이용하여, S(~p) ∧ [~p⇒~p]s ⇒ ~S(p).

3-2. 과학은 모순을 포함하지 않는다. 즉, ~S(p∧~p).
# 2-4와 3-1에 의하여 S(p∧~p) ⇒ S(p) ∧ S(~p) ⇒ S(p) ∧ ~S(p).

3-3. S(p) ⇒ ~[~p]s.
# 모순명제 F와 항진명제 T=df ~F에 대해, 2-3에서 [p→F]s ⇒ [S(p) → ~S(T)]. 그런데 2.4에서 [S(p) → ~S(T)] ⇔ ~[S(p) ∧ S(T)] ⇔ ~S(p∧T). 그리고 p∧T ⇔ p이므로 2-1과 2-2에 의하여 ~S(p∧T) ⇒ ~S(p). 또, [p→F]s ⇔ [~[p∧T]]s이고 []s의 정의와 2-1, 2-2에 의하여 [~p]s ⇒ [~[p∧T]]s. 그러므로 S(p) ⇒ ~[~p]s.
3-3-1. 과학 간의 무모순성. 즉, 과학 S1과 S2에 대하여, S1(p)이고 S2(~p)이면 모순.
3-3-2. S(S(p)) ⇒ ~[~S(p)]s와 S(~S(p)) ⇒ ~[S(p)]s.
3-3-3. S(S(p)) ⇒ ~S([~p]s).
3-3-4. S(~[p]s) ⇒ ~[S(p)]s.

3-4. 삼단논법. 즉, S(p) ∧ S(p→q) ⇒ S(q).
# 2-1, 2-2, 2-4에서 S(p) ∧ S(p→q) ⇒ S(p ∧ [~p∨q]) ⇔ S([p∧~q] ∨ [p∧q]) ⇒ S(p∧q) ⇒ S(p) ∧ S(q) ⇒ S(q).

3-5. 추이법칙. 즉, S(p→q) ∧ S(q→r) ⇒ S(p→r).
# 증명생략. 위와 유사하게 2-1, 2-2, 2-4에 의해 성립합니다.


4. 선정규칙은 기본적으로 해당 분야 과학자들 간의 합의에 의해 어떤 명제 p를 S에 포함되도록 지정하는 규칙입니다.

4-1. 다시 말해서, 선정규칙에 따르는 명제 p를 Q(p)로 쓴다면, Q(p) ⇒ S(p).
4-2. 선정규칙은 논리규칙에 위배되는 지정을 할 수 없습니다.
4-3. 선정규칙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현재 시간에 관한 사실적 존재명제 혹은 사실적 비존재명제를 선정하는 것. 둘째는 과거 혹은 미래 시간에 관한 사실적 존재/비존재명제를 선정하는 것. 셋째는 명제들의 선언을 선정하는 것.
4-4. 첫째 선정규칙은 직접적인 관찰 보고 및 진위 검토만으로 족합니다.
4-5. 둘째와 셋째 선정규칙은 일괄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첫째 선정규칙에서 쌓인 데이터를 증거로 우선 반영해야 한다는 것 외에는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이 부분이 본격적인 과학철학의 영역이겠지요.
4-6. 하지만 몇 가지 참고 사항은 있는데, 예컨대 '직접적인 관측에 의하지 않고 대상술어의 수를 쓸데없이 늘리지 않는 것'(오컴의 면도날 1), '이론의 미지정성을 최소화하는 것', '이론의 예측력을 최대한으로 할 것', '이론의 미지정성 및 예측력이 변화하지 않는 선에서는 이에 포함된 명제의 수를 최소로 할 것'(오컴의 면도날 2) 따위입니다.
4-6-1. 어떤 명제 p에 관해 과학 S의 미지정성은 ~S(p) ∧ ~S(~p)가 참인 경우로 정의됩니다. [S(p) ∨ S(~p)] ∨ ~[S(p) ∨ S(~p)]는 항진이므로, p에 대해 S는 1. S(p), 2. S(~p), 3. 미지정의 세 가지 경우 중 하나에 놓입니다.
4-6-2. 이론의 예측력을 최대한으로 한다는 것은 미래 시간에 관한 사실적 존재/비존재명제의 미지정성을 최소화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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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술어', '명제' 등의 용어를 제가 위에서 좀 난삽하게 사용한 감이 있는데, 우선 술어라는 건 술어논리학의 술어라는 용어와는 별 상관없이 사용했습니다. 또한 명제라는 것도 좀 파고들면 미묘한 부분이 있는데, 여기서는 논리적 엄밀화가 목표는 아니니 그냥 직관적으로 이해해 주세요. 또 위에서 S를 논리적 작용소operator 비슷하게 사용했는데 따지고 들자면 복잡하니 이 논의는 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