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이자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


다음 아고라의 경제방에서 유명 논객으로 글을 쓰고 계신 세일러님의 최근 글 중에 “은행은 이자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 라는 글이 있습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744033

세일러님의 글은 현 경제상황의 분석과 미거시적 경제론을 쉽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매우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 글은 무언가 석연치 않다는 느낌이 듭니다. 경제학은 학부 때 교양으로 들은 지식 밖에 없어 그렇다고 꼭 집어서 명쾌하게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제 상식에 기반하여 세일러님의 이번 글에 대해 제 생각(비판)을 서술해 보겠습니다. 이 곳의 경제 고수님들의 소견을 부탁드립니다.


1. 은행은 이자를 감당할 통화는 공급하지 않는가?

세일러님은 은행은 대출을 통한 신용창조로 시장에 통화를 공급하나 그 총통화량은 대출총액일 뿐, 대출자가 감당해야할 이자에 대한 통화는 공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시장에는 이자만큼의 통화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이자를 각 개인이 감당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기업)의 대출금액(원금, 원본)에서 가져와야 한다고 합니다. 결국 의자뺏기 게임과 같이 진행되어 최종적으로 자신의 원본(원금)을 내어 주고 누군가의 원본(원금)을 가져오지 못하는 사람은 부도가 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사회 내에는 이자 만큼의 통화가 항상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이러한 채무화폐제도의 속성은 우리를 경쟁으로 몰아 넣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그 냉혹함을 베르나르 리에테르 교수의 말로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은행이 당신에게 담보대출로 10만 달러를 빌려주었다면 거기서는 원금만 발행한다. 그 돈을 당신이 소비하면 사회 안에서 유통된다. 은행은 당신에게 앞으로 20년에 걸쳐 20만 달러를 갚으라고 한다. 그러나 나머지 10만 달러, 즉 이자 부분은 은행이 발행하지 않았다. 대신 은행은 당신을 각박한 세상으로 내보내 다른 모든 사람과 싸우라고 한다. 나머지 10만 달러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다.

.......

탐욕과 경쟁은 변할 수 없는 인간 본성의 결과물이 아니다. …탐욕과 결핍에 대한 두려움은 사실 우리가 이런 돈을 사용하는 데 따른 직접적인 결과로서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증폭되어 왔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충분히 먹고도 남을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이 세상에는 분명히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일거리가 있다. 그러나 빚을 모두 갚을 만큼 충분한 돈은 없다. 결핍은 우리 통화 속에 있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서로 싸워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냉혹한 현실을 지연시키는 방법은 대출을 추가로 계속 늘려 부족한 통화량(이자)을 게속 공급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과연 세일러님이 말한대로 실제 사회 내에 부족한 통화량이 이자만큼 큰지, 그리고 이것(화폐시스템)이 탐욕과 경쟁의 원인인지 구체적으로 따져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세일러님의 글에는 사회(시장) 내의 부족한 통화량(이자)를 계산해 놓은 것이 있습니다. 먼저 세일러님 방식대로 계산한 것을 살펴봅시다.

세일러님은 5000억을 한국은행에서 현금으로 공급받은 은행이 3.5%의 지급준비금을 예치하고 신용창출 했을 때, 시장에 공급하는 총통화량과 이자율 5%/년일 때의 이자를 계산하고 있습니다. 지급준비율이 3.5%일 경우 통화승수는 27.5714배가 되어 은행이 시장(사회)에 대출해 주는 통화량은 13조7857억이 됩니다. 그리고 연리 5%의 5년간 이자는 3조 4464억이 되구요. 세일러 님은 이 이자 3조 4464억은 은행이 공급하지 않은 통화량으로 시장(사회)내에 부족한 통화량되어 이것이 경쟁과 탐욕을 필연적으로 유발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사회 내에 부족한 통화량이 3조 4464억이나 될까요? 세일러님은 은행이 대출금으로 공급하는 통화량 외에 사회에 공급하는 통화량이 또 있음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은행은 신용창조 과정에서 개인(기업)이 예금하는 금액에 대한 예금이자를 사회(개인, 기업)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예대 마진이 2%라고 한다면 예금이자는 3%/년이며, 5년간 예금이자는 (13조7857억-4825억)*3%*5년 = 1조9955억입니다.

은행이 예금이자 말고 사회에 공급하는 것은 또 있습니다. 은행 운영에 소요되는 인건비 등 총 경비는 은행이 대출이자에서 받은 이익으로 사회에 지급합니다. 이것을 총대출액의 1%/년라고 한다면 5년간 6893억이 되겠지요. 그리고 대출을 해주고 부도가 남으로써 회수하지 못하는 통화량을 대출액의 0.2%라고 하면 그 부도금액 2757억은 은행이 사회에 이 만큼의 통화를 공급한 것과 같은 결과가 됩니다.

또 하나를 더 생각해야 합니다. 은행이 이익을 남기고 그것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경우도 은행이 통화를 사회에 공급하는 것이 됩니다. 이 주주배당금을 총대출액의 0.3%로 한다면 4136억이 되겠지요. 법인세 등 제세금도 있으나 논의의 편의를 위해 생략하겠습니다.

결국 은행이 사회에 공급한 총통화량은 대출금 외에 예금이자(1조9955억)+운영비(6893억)+부도금액(2757억)+주주배당(4136억) = 3조3741억이 됩니다. 대출이자 3조4464억과 비교하여 723억 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 금액은 은행이 사내 유보한 자금이 될 것이고, 이 금액만큼 사회 내에서 통화량이 부족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3조 4464억 만큼 계속해서 통화를 공급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 유보한 금액인 723억만 추가로 공급하면 사회(시장)은 통화 부족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사회 내 부족 통화량은 은행이 사내 유보한 금액 만큼이며, 그 금액은 매우 작아, 화폐시스템이 작동하는데 어려움을 전혀 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이것을 간단한 표로 나타내 보겠습니다.

은행이 공급하는 통화량 : 대출금 총액+예금이자+운영경비+기대손실액(부도)+주주배당

사회(시장)에 부족한 통화량 : 은행의 사내 유보금


2. 통화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는 다른 이유는?


만약 시장(한국경제)이 폐쇄된 계이고 주주가 외국인이라 주주배당금이 시장(한국)을 떠나 다른 시장(외국)으로 빠져나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이 부문만큼 추가로 통화량을 공급해야 하겠지요. 그러나 현실은 세계경제가 한 울타리에 있고, 주주배당금이 전체 통화량에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이런 측면은 어떨까요?

은행이 부도에 대한 Risk관리를 직접하지 않고 그 부분을 따로 떼어내어 보험사나 파생상품 취급회사로 넘길 경우입니다. CDO, CDS, MBS 같은 파생상품의 등장을 말합니다. 은행은 부도 Risk를 넘기는 대신 그에 상응하는 보험료(수수료)를 이들 회사에 넘기는 것이죠. 앞서 기대손실율(부도율)을 0.2%를 잡았습니다. 이것에 일정 수수료(대출금의 0.05%라고 가정합시다)를 얹어 보험사에 0.25%에 넘겨 헤징하고 이 일정 수수료(0.05%)를 대출이자에 추가하여 대출자에게 부담지웁니다. 이렇게 하면 은행은 Risk를 헤징하고 안정적 수입을 얻을 수 있습니다.

보험사는 이 Risk를 level에 따라 묶어 상품화(CDS)한 다음 시장에 판매합니다. 문제는 이 파생상품을 만드는 회사들의 레버리지입니다. 이 파생상품들은 은행대출이나 일반보험 같이 지급준비금을 적립하지 않기 때문에 그 레버리지가 무한정이 될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가 50이 된다고 하더라도 수수료 0.05%는 2.5%가 되어 순식간에 그 만큼의 사회 내 통화 부족을 가져오게 됩니다. 위의 예에서 본원통화 5000억, 총신용창조(대출금) 13조7857억이라면 3446억이 순간적으로 부족분으로 발생하는 것이죠.

물론 이것이 risk관리에 따른 정상적 가치창조라고 한다면 달리 보아야 하겠습니다만.


원칙적으로 통화량은 사회(시장)이 성장하면서 필요로 하는 량만큼 늘어야 인플레이션 없이 안정화됩니다. 그러나 사회가 성장한다는 것은 자원을 더 활용한다는 것이고, 그 자원은 유한한 것이기 때문에 자원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밖에 없어 인플레이션이 따르게 되고 그에 따른 통화량도 성장에 필요한 통화량과 함께 늘어나야 합니다. 이러한 인플레이션과 통화량 증가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문제는 성장에 따른 불가피한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가치 창조와 관계없는 자산, 즉 부동산이나 실질가치와 괴리된 주식의 버블로 야기되는 통화량 증가입니다. 또 위와 같이 파생상품들이 레버리지를 최대화함으로서 일시적으로 통화량 부족을 가져오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요?


국채가 통화량 부족(통화량 추가 공급 요인)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논리적으로 설명을 못하겠습니다. 국채는 부도가 나지 않는 것으로 그 이자는 세금으로 충당하고, 그 세금은 민간 통화량을 잠식하는데, 국채의 이자는 가치창조를 하지 않는 이상, 통화량 부족의 원인이 아닌가 잠식 생각해 보았습니다.(말도 안되는 이야기이지요?)



얕은 경제지식과 상식에 근거하여 글을 쓰다보니 억지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2번은 비약과 무리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세일러님의 “은행은 이자를 만들어 내지 않는다”는 글을 보고 의문이 들어 긁적거려 보았습니다. 경제관련 고수님들의 신랄한 비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