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보신당을 지지한다. 허나 지방선거에서 심상정의 사퇴에 찬성했었다. 이유는 진보신당의 일정 득표율을 올려서 당을 당장 키우는것보다 당장 이길수있는 선거를 이기는것이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생각은 진보신당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다수의 생각은 아닌것같다. 오히려 촛불시위때 어설프게 진보신당을 지지하게된 얼치기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그리고 유시민지지자로 몰리며 사상검증당하기도 한다.

지방선거때 유시민보다 인천 송영길의 당선가능성이 높았지만 나는 김상하 진보신당 인천시장 후보의 사퇴는 고려한적이 없었다. 왜냐면 송영길은 민주당 후보였고 유시민은 거의 무소속이나 다름없는 국민참여당후보였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지지자들 사이에서 나처럼 심상정 사퇴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위와같은 생각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크로를 보면서 민주당지지자들은 그렇지 않다는걸 알게됐다.

아크로말고 다른 토론사이트에서는 대부분 유시민 팬덤이 토론을 주도한다. 전문적이면서 소수가 참여하는 사이트가 아닌 이상 일정 규모 이상의 사이트는 어김없이 유시민 팬덤이 장악하고 있다. 민주당지지자의 주장은 어디서도 볼수없었지만 아크로에서는 너무 많이 볼수있어서 좋다.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지역주의와 민주당 개혁에 대한 민주당지지자의 생각을 가감없이 볼수있는 사이트는 거의 없기에 아크로가 더 발전했으면 한다. 그러나 너무 민주당의 목소리만 나오기에 다양성 차원에서 내 생각을 쓴다. 어차피 비난만 듣겠으나 별로 개의치는 않겠다. 그리고 인상비평수준의 글이기 때문에 대단한 뭐가 있지도 않다.


나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같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달라도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지역은 물론 이념도 다르다. 한나라당은 이익결사체의 성격이 너무 짙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엘리트들의 집합소가 한나라당이다. 성공의 관점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겠다.

개발독재이래 수도권과 영남을 축으로 경제성장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자연스레 정치경제적인 패권을 쥔 영남출신 엘리트가 당연히 한나라당의 주류고 영남 이외 지역 엘리트가 거기에 결합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광주항쟁과 DJ로 상징되는 호남은 정치경제적으로 차별받았고 그로인하여 독자적인 정치적 정치성을 획득했다. 호남출신 엘리트들은 엘리트지만 영남에 밀려 2류신세로 전락했고 호남이라는 이유로 1류에 편입되지 못하므로 독자적인 엘리트그룹도 형성했다.


현재의 민주당은 이러한 구도속에서 탄생했고 성장했기에 한나라당과 영남패권의 안티테제의 성격이 강하다. 물론 DJ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70년대부터 미래의 진보개혁정치세력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등 독자성을 뗬지만 민주당이라는 당자체는 한나라당과 영남패권의 안티테제였다. 이것이 바로 민주당의 한계이다.


호남은 다른지역과 마찬가지로 엘리트그룹과 비엘리트그룹으로 나뉘어져있다. 당연한 말이다. 호남에도 잘사는 사람이 있고 못사는 사람이 있고 배운자가 있고 못배운자가 있다. 민주당은 호남의 엘리트, 부자, 지식인들이 1류(실력을 말하는게 아니다)가 되지 못하기에 독자적으로 뭉친 반한나라당의 성격을 띠면서 출발했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로부터 짝퉁한나라당이라는 소리도 듣는다.

전국이 영남패권으로 뒤덥히지만 호남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는 그것이 진보적일수있다. 그러나 1류인 영남패권과 수도권이 결합되는 지금에 이르면서 한나라당의 영남패권은 수도권패권으로 변하고있다. 지역성이 덜한 수도권을 한나라당이 '힘'으로 먹고 있는것이다. 부가 세습되는것처럼 영남패권은 수도권패권으로 세습된다. 이런 과정에서 위축된 호남의 엘리트를 대변하는 민주당의 목소리는 예전 영남패권과 맞서던 때와 다르게 들릴수밖에 없다. 물론 이번 개각에서 이명박이 어마어마한 영남위주의 인사를 했지만 대세는 수도권이다.


민주당이 호남 엘리트를 대변하는 민주당이지만 1류엘리트를 대변하는 한나라당과 상대하는 당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개혁적인 위치를 점하기는 한다. 그리고 실제로 호남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민주당은 충실하게 한나라당의 보수성을 견제하는 야당의 역할을 어느정도는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호남이다. 왜 영남을 건들지 못하고 호남만 건드냐고 하시던데 사실 영남도 열심히 건들고는 있다. 허나 솔직한 말로 한나라당의 힘이 민주당보다 훨씬 세고 진보적인 역사성을 지닌 호남에서 진보의 목소리가 잘 먹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호남을 건드는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를 역으로 보자면 호남에서 특히 호남엘리트를 대변하는 민주당이기에 호남엘리트가 아닌 일반 호남민중의 이해를 더 잘 대변할 정치세력이 부재하는 현실을 볼수있다. 영남엘리트뿐만아니라 전국적인 엘리트(심지어 호남)의 결사체인 한나라당은 애초에 너무 힘이 강하고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엘리트를 대변하면서도 영남지역에 떡고물을 많이 뿌려줄수있다. 타 지역을 상관치않고 개발사업을 몰아줄수있고 예산배정을 막해줄수있다. 그러나 호남엘리트를 대변하는 민주당은 그게 잘 안된다. 따라서 호남민중들의 이해를 민주당이 잘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에 호남에서 진보적이고 계급을 자극하는 목소리, 민주당을 넘어선 다른 정당을 찾자는 목소리가 먹히는 것이다. 이건 호남 삥뜯기가 아니다. 호남을 민주당이 맡아두기라도 했단 말인가?


여기서 잠깐 이야기를 바꿔서, 내가 심상정 사퇴에 동의했듯이 나는 굳이 '진보신당'의 타이틀을 단 정치인의 성공이 진보의 성공이라고 보지 않는다. 유시민이 경기지사가 된후 진보신당의 진보정책이 도정에 많이 반영된다면(나도 매우 회의적이지만) 그것이 진보의 길이라고 본다. 마찬가지로 내가 만약 민주당지지자라면 '민주당'의 간판에 목매지 않을것같다. 정당의 역사와 정통성이 중요한 가치이지만 그보다 중요한것은 개혁진보적인 정책을 실현하는길이다. 아크로를보면 조금이라도 민주당의 양보를 바라는 진보의 요구를 매우 무섭게 대하고 마치 민주당을 망치려는 시도로 생각하는데 다른 진보지지자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민주당이 예를들어 호남 지역구 하나를 양보하는 대신 수도권 등지에서 완벽한 야권단일후보를 낸다면 그림도 보기 좋고 민주당을 신뢰하지 않는 진보측의 신뢰도 얻게될것이며 여기 민주당지지자들이 많이 바라는 '빅텐트'도 꿈만은 아닐것이다. 게다가 새로운 개혁정당이 생긴다고해서 그 정당이 DJ를 부정하는 시도를 할거라곤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DJ는 계승하고싶은 위대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호남엘리트중심의 민주당은 일단 호남에서 호남민중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 한나라당처럼 영남민중에게 떡고물을 내줄 형편도 되지 못한다. 핵심 지지기반의 이러한 한계때문에 민주당은 비호남지역의 개혁성과 호남의 보수성이 공존할수밖에 없고 이를 달리 표현하면 민주당의 한계인 보수성이다. 선명한 개혁정당이나 진보정당을 꿈꾸는 나로서는 이러한 보수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는 호남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오히려 한나라당같은 극우보수가 설치지 못하는 지역이기에 꿈같은 지역이다. 물론 호남민중입장에서는 당장은 별로 꿈같지 않겠지만..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나는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지역이슈에 매몰되기보다 바로 민중의 삶과 직결된 문제를 마딱뜨리는 방식을 나는 선택했다(물론 내가 무얼 하고있다는건 아니다). 인정한다, 호남이 계급과도 연결된다는것을. 그러나 호남엘리트와 호남민중은 또 다르다. 적어도 호남에서 민주당을 극복하자는 주장을 그래서 나는 동의한다. 이것이 나비효과처럼 민주당의 붕괴와 한나라당의 자민당화를 초래할거라는 비판도 듣지만..일단 그건 지나친 생각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