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무슬림 국가들의 교육제도에 대해 좀 조사를 하고 있는데, 아랍 문자를 쓰는 국가들이 많다 보니 자료 수집이 매우 어렵네요. 일단 전 페르시아어는 전혀 모르고 아랍어는 초급 단계이며, 아랍 문자의 자음은 읽을 수 있고 모음을 적어 주면 읽을 수는 있는데(뜻은 모르더라도), 문제는 아랍 문자 특성상 초등학교 교재 정도(와 곡해되어서는 안 되는 꾸란) 외에는 모음을 귀찮아서 안 적는다는 거예요. -_-;; 그래서 조금만 어려운 단어가 나와도 문장을 읽을 수조차 없게 됩니다. 결국 터키어를 제외하고는 기계번역에 대체로 의존할 수밖에 없지요.(인도네시아/말레이어 정도는 구조가 익숙한 편이니 사전을 보면서 찾을 만은 합니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같습니다 정말;;

주요 목표는 역사, 생물학, 수학 고교 교과과정의 비교입니다. 그나마 쉬운 건 수학 쪽이지요. 나중에 다른 글로 생물학 교과과정을 비교하는 글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의 한계 상 많이 찾지는 못하고 이란-이집트-시리아-(파키스탄?)-말레이시아 정도의 비교에 제한될 것 같네요. 터키의 경우는 이미 생물학 교과과정을 올린 글이 메인에 있었고요.

어쨌거나 이번 글에서는 간략하게나마 이란의 수학과 생물학 교과 수준을 가늠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위키에 나온 교육제도 개괄을 잠시 들여다 보면(여기), 이란의 초등 및 중등교육제도는 5-3-3-1이라는 형태를 취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마지막 1년은 고교 수료 후 대입시험을 준비하는 단계인 것 같네요). 대학이나 전문대는 그냥 4~2년 정도로 같고, 석박사 등도 별다를 건 없습니다. 의무교육은 중학교(8년)까지. 중학교 수업 필수과목에 종교 교육, 꾸란, 아랍어(각각 주당 2시간, 참고로 일반 외국어는 4시간)가 들어 있다는 게 눈에 띄네요.
 
고등학교(9~11년)는 실업계 및 인문계로 나뉘며, 인문계는 다시 (1) 수학/물리과, (2) 실험과학과, (3) 문예 & 인문학과의 3과로 나뉩니다(편의상 이하 1과 2과 3과). 또 인문계 고등학교는 크게 일반계와 특목고 비슷한 삼파드(SAMPAD, Sazman-e Melli-e Parvaresh-e Estedadha-ye Derakhshan)라는 걸로 나뉘는데, 삼파드는 상위 5%의 학생들만 가는 엘리트 학교로(중학교도 있습니다) GPA 20점 만점에 19점 이상 받은 학생들만 지원이 가능합니다.

개괄은 이쯤 하고.. 그럼 실제로 고등학교에서 뭘 배우는지 볼까요. 예로 삼파드 중 하나인 테헤란 가파리(Ghafari*) 가에 있는 알라메 헬리 고등학교('알라메 헬리'라는 이름을 가진 삼파드는 남고입니다)의 수학 연습문제를 볼까요.(여기; 아랍-페르시아권에서는 숫자를 별도의 원조 아랍 숫자로 씁니다) 아마 1과 학생들이 푸는 문제 같은데, 한국 교과과정에는 없는 삼각함수의 역함수와 미분방정식이 등장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첫 번째('다음 등식을 보여라.')는 별 게 없고, 두 번째('다음 함수들의 n차 도함수를 구하라.')그룹의 문제에는 라이프니츠 공식을 써야 할 듯한 까다로운 미분 문제가 등장하긴 합니다. 세 번째('다음 방정식을 유도하라.')는 별 어려움 없고, 네 번째('미분을 사용해서 x=2일 때 다음 식의 값을 계산하라.')에서는 적분 후 정리하고 미분하든지 테일러 전개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물론 축차법으로도 풀리겠죠?) 다섯 번째('주어진 점에 대해 다음 함수의 미분계수의 값을 구하라.')도 어렵지는 않고, 여섯 번째는 그냥 극한 계산 문제인데 로피탈 법칙을 쓰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것도 좀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는 음함수의 미분 문제입니다. 3학년(즉 한국의 고2) 학생 대상 문제인데, 딱히 머리를 쓰는 문제는 안 보이네요. 마지막 음함수 미분 문제가 좀 까다로울 수는 있겠군요.

이 학교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교과과정과 시험 과목의 개괄에 대해 언급한 글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수학과 기하학 과목이 구분되어 있고, 페르시아어 과목과 문학 과목이 분리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종교와 아랍어 과목이 고등학교에도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물론 아랍어보다 영어를 중시하지만)이네요. 대강 일부만 옮겨보면:

1학년 수학 : 정수론, 유리수와 무리수, 대수(다항식론 및 초보적인 군론), 삼각함수, 직선의 방정식; 시험문제는 증명식.
1학년 기하학 : 삼각형, 사각형, 원 등을 다루는 논증기하학. 역시 시험문제는 증명식.
1학년 종교 : 꾸란 성구의 페르시아어 번역과 운문의 강세 암기하기 등.
1학년 문학 : 책에 나오는 작가들의 작품 분석하기 및 창작 과제.
1학년 생물학 : 일반적인 생물학 과정 및 추가로 수업 시간에 다루었던 분자유전학(DNA와 RNA의 구조와 돌연변이)을 낸다는군요.

정도인데, 2학년 이후의 자료는 암호가 걸려 있는 게 대부분이라 접근할 수가 없네요.. 이 외에 수학 교과과정표를 다른 사이트에서 찾기는 했는데 기하 / 대수-확률 / 미적분으로 과정이 나뉜다는 정도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군요. 다만 꽤 심화된 데까지 파고드는 듯합니다. 위 학교의 숙제 문제를 보면(**) 베르누이 부등식을 특별한 경우에 증명하라는 문제 같은 것이 대수-확률 연습문제에 나오기도 하네요. 전반적으로 수학 과정이 이론에만 상당히 치우쳐 있는 것 같다는 인상입니다.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겠지요.

마지막으로.. 생물학 교과과정에서는 진화론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아무래도 주 관심사가 되겠는데, 일단 유전학은 확실히 다루고 있지만.. 진화론에 대해 정확히 어떻게 기술되어 있는지는 교과과정표 같은 걸 찾기가 어려워서 잘 모르겠군요. 돈을 내면 교재를 웹상에서 받아볼 수 있기는 한데.. 교재는 대강 이렇게 생겼네요. 이론 교재와 실험 교재가 따로 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면역학과 신경계, 뇌의 구조 등에 대해서는 한국의 고교 과정보다는 훨씬 심도있게 다루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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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어의 모음 a는 장모음과 단모음이 있는데, 장모음은 '아'에 가깝지만 단모음은 '어'에 가까워서 보통 한국어 출판물에서 페르시아어를 아는 분들이 번역한 책에서는 '어'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페르시아어를 잘 모르므로 일단 모두 '아'로 전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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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스캔본이라 긁을 수가 없어서 문제 번역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일단 링크는 걸어 둘게요.(1 2 3 4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