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김대중광신도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노빠였고, 지금은 비노다.
나는 지금까지 유시민추종자였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 같다.
그런 내가 유시민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DIFF 님이 물어오셨다.
이 글은 바로 그 대답으로 쓰는 글이다.

2. 나는 2002년 8월 이전까지는 유시민에 대해서 일말의 관심조차 없었다.
이름도 건성으로 들어본 것이 전부였다.
나는 90년과 91년에 전문대를 다녔는데, 시국 데모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나는 2000년 총선 때까지는 노무현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언론청문회 때는 내가 고등학생이라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당시만 해도 정치에 대해서 아는 거라고는 뉴스와 신문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도전과 낙선을 보고 그에 대해서 정치인으로서 매우 큰 호감을 느꼈다.
김대중 밑으로 가면 누구나 낙선시키는 경상도의 투표 경향을 뻔히 알면서도
경상도에서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대의가 우선이라는 사고방식을 짐작케 해 준다.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지는 못하지만 호감을 갖게 된 것이다.
노사모가 결성되었다는 소식도 들었지만, 가입은 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당내경선에서 노무현 돌풍이 일어날 때까지만 해도 나는 노무현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2008년 8월 안티조선 우리모두에 민주당 대선후보인 노무현을 지키자는 모임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바로 그 노무현을 지키려고 바리케이드를 치겠다고 나서는 인물들이 누군가 하고 봤더니 유시민이 있었다.
나는 유시민이 진행한 토론 방송도 본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말이다.
정관용이나 정운영이나 또 다른 사람의 토론사회자는 본 적이 있지만 말이다,
나는 안티조선 우리모두에서 서프라이즈로 이동했다.
그리고 유시민을 따라 개혁국민정당을 창당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유시민을 현장에서 직접 보기도 했고, 몇 마디 묻고 답하기도 했다. 그리운 추억이다.

3. 나는 김대중이나 김영삼이나 노무현이나 유시민을 떠올릴 때 '기수旗手'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건 어떤 영화에서 본 장면에서 연상된 것이다.
1700년대 프랑스군과 다른 군대가 전투를 벌인다.
프랑스군은 여러 겹으로 일렬로 늘어서서 총을 발사할 준비를 하고,
다른 나라 군대도 프랑스 군대처럼 준비한다.
북소리가 울리면 허리쯤에 장전한 총을 들고 앞으로 전진하는 프랑스 병사들.
깃발을 든 기수도 이 병사들과  열을 맞춰 걸어서 전진한다.
일정 거리가 되면 양쪽 병사들은 서로를 향해서 총을 쏜다. 화약연기가 피어오른다.
총알에 맞은 병사는 쓰러지고, 나머지 병사는 북소리에 맞춰서 계속 전진한다.
깃발을 든 기수는 비무장이지만, 계속 걸어서 전진한다.  
다시 한 번 총을 발사하고, 병사들은 총알에 맞아 쓰러진다. 기수도 쓰러진다.
나는 그 병사들이 공포를 느끼면서도 전진할 때 기수가 용기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국가나 입에 발린 애국심보다 기수의 깃발이 더 용기를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4. 민주화운동에 공로가 있는 사람은 부지기수로 많다.
그런데 그 민주화운동의 공로자로 상을 받거나 널리 알려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수많은 독립유공자가 무명이고, 극히 일부만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과 마찬가지다.
(혹시 김원웅 의원의 아버지가 독립운동가였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나는 김대중이 민주화운동에 공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공로가 다른 민주화운동가와 비교해서 특별히 대단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김대중이 민주화운동의 공로자로 노벨상까지 받게 된 것은 공로의 크기가 유달리 커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대중의 민주화운동이 감동스럽고, 또 그가 민주화운동의 깃발을 든 기수였기 때문에 대표로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5. 민주화운동의 깃발을 든 기수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그들이 탄압자들의 타겟이 되는 것을 감수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유별난 공로를 세워서가 아니라, 깃발을 든 점 자체를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한화갑은 자신이 깃발을 든 적이 없다. 김대중 기수 밑에서 돕기는 했지만 말이다. 신당 창당은 너무 늦었다.)

6. 김대중의 말, 노무현의 말, 유시민의 말을 들으면 나는 동질감을 느낀다.
내가 생각하는 상식과 김대중 노무현 유시민의 말은 거의 그대로 일치한다.
김대중 노무현 유시민의 행동을 내가 생각하는 상식으로 분석하면 거의 모두가 이해가 간다.
내가 정치인이라면 아마 나도 그들처럼 그리 언행할 것 같다....
(그렇다고 100%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이해 못할 대목이 여럿 있기는 하다.)
김대중 노무현 유시민 그들은 '내가 생각하는 상식대로' 언행하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가 생각하는 정치를 할 것으로 보고 그들을 지지한다.
(노무현은 말과 행동은 그리 했는데, 결국 과오가 그 모든 것을 쓸어가 버렸다.)

7. 내가 생각하는 상식이란 건 이런 거다.
일제가 식민지배를 하면 독립운동하는 것이 상식이다.
독립운동하지 못하는 대다수 국민들은 용기가 없거나 피해 입는 것을 두려워했거나 둘 중의 하나다.
공산군이 쳐들어오면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 나가 싸우는 것이 상식이다.
어떤 놈이 독재를 한다면 독재를 못하게 민주화운동을 하는 것이 상식이다.
어떤 놈이 쿠데타를 일으키면, 이 반역자와 맞서 싸우는 것이 상식이다.
독재자를 편들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부정부패를 보면 분노하고, 이를 없애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상식이다.
북한을 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통일할 대상으로 주로 보는 것이 상식이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때로는 양보도 하고, 때로는 협력도 하는 것이 상식이다.
무능하면 높은 자리에는 스스로 가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김영삼, 이 무식쟁이야, 알겄냐?)
가난하면 돈을 벌어 부유해 지려고 하는 것이 상식이다.
..................
김대중과 노무현과 유시민의 언행은 내가 생각하는 상식과 거의 일치한다.

8. 나는 그동안 김대중 노무현 유시민을 위해서 쉴드를 쳐주는 글을 써 왔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상식과 내가 아는 진실에 근거해서다.

9. 내가 김대중 노무현 유시민의 과오를 알게 되면 나는 무척 괴로웠다.
유시민의 경우라면 특히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그렇다.
표절을 넘어서서 짜집기를 통해 떼돈을 벌었고, 그걸 기반으로 정치활동을 했으니 추종자인 내가 다 부끄러울 지경이다.
이 일에 대해서 아무 해결책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건 내가 생각하는 상식과 부합되지 않는다.
나는 이런 과오들에 대해서는 쉴드를 치지 않는다.
김대중이든 노무현이든 유시민이든 맞아야 마땅한 매는 맞게 내버려둬야 한다.
그래서 대북송금특검도 앞장서서 찬성했고, 노무현-박연차 사건도 수사를 하라고 촉구했다.
나는 상식이 우선이다.
내가 생각하는 상식과 잘 일치했기 때문에 김대중 노무현 유시민을 지지한 것이다.

10. 유시민은 대통령감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대선에 출마할 수 있고, 누구든 대통령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김영삼이나 전두환이나 박정희를 대통령감이라고 말할 수 없듯이,
나는 유시민을 대통령감이라고 말할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상식에 거의 근접하는 말을 유시민이 해서 내가 오르가즘을 느끼도록 해 주는 것과는 별개 문제다.
노무현의 실패에서 나는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오르가즘을 주는 말과 행동만으로는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대통령의 자격이 있으려면 유능해야 한다.
여기서 유능하다는 말은 곧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다'는 것이다.
윤덕홍 안병영 같은 인간을 교육부총리로 임명하는 안목으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감으로는 미달이다.

11. 나는 유시민이 국민참여당을 좋은 정당으로 건설하는 일에 집중할 것을 바란다.
그것만으로도 역사에 지워지지 않는 공로를 세우는 것이다.
나는 유시민이 자신이 대통령감으로서 유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그가 장관으로 임명할 사람이 누구인지 인터뷰해 봐야 할 것이다.
교육부총리로 누구를 임명할런지, 경제부총리로 누굴 임명할런지, 통일부총리로 누굴 임명할런지....
그걸 보면 유시민의 안목을 엿볼 수 있다.
유시민의 안목이 충분히 높다면, 나는 그를 위해서 선거운동을 할 것이다.

12. DIFF 님이 이 글에 만족하실런지 모르겠다.
개별사안에 대해서는 유시민을 위해서 뭐라고 변명하지 않겠다.
여기 아크로에는 반유가 많아서 나 혼자서 일일이 상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을 어떻게 해 보려고 하는 분들은 내비두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
나는 민주당은 고목이 아니라 사목이라고 생각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