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에 불평이 하나 올라왔다. 내가 매사를 지역으로 관념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비판에 이렇게 되 묻고 싶다. 그럼 지역으로 관념하지 않으면 어쩔래?

내가 매사를 지역으로 관념하는 이유는, 매사가 지역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나도 될수 있으면 지역같은 구질구질한 기준보다는 이념이나 정책같은 근사한 걸 가지고 생각하고 글을 쓰고 싶지만, 민감한 정치 현상의 근본을 이루는 것은 대개 지역이며, 이것은 호남 출신인 나에게는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게 된다.

예를 들어 이번에 올라온 김대호 소장의 글을 보자. 내가 그 글에 "그럼 경상도가 장악한 한나라당은 뭐냐"고 리플을 달았는데, 그걸 가지고 내가 매사를 지역으로 관념한다며 비판한다. 하지만 먼저 지역을 들먹인것은 김대호 소장의 글이다. 민주당의 호남 과잉 대표성을 지적하고 비아냥 거리는 것이 글의 주요 내용 아닌가?

항상 이런식이다. 경상도 유빠, 노빠 쪽에서 먼저 호남 지역주의를 걸고 넘어진다. 그럼 열받은 난닝구가 영남은 왜 비판하지 않느냐, 혹은 그게 무슨 호남 지역주의냐며 반박한다. 그러면 노빠들은 난닝구에게 왜 지역얘기를 꺼내냐며 비웃는다. 자기들이 먼저 지역 의제를 들고 나왔으면서 말이다. 호남을 비판하는 것은 지역에 관련된 논의가 아니지만, 영남에 대한 비판은 지역 의제란 말인가? 호남은 지역이 아닌 무슨 다른 존재란 말인가? 그런데 그건 또 아닌 모양이다. 예를 들어 난닝구가 먼저 나서 호남을 옹호한다면 또 지역 타령한다는 욕을 들어먹을 것이다. 즉, 호남을 비난하는 외의 모든 지역에 관련된 논의는 지역이라는 논쟁거리를 끌고 나와 판을 들어엎는 일종의 지적 반달리즘으로 폄하되는 것이다.

호남에 대한 비난 만이 허용되는 이 반호남의 카르텔. 지역관련된 논의에서 허용되는 것은 오로지 호남에 대한 비판뿐이다. 그 외에 영남에 대한 비판은 "지역 의제"라는 굴레를 뒤집어 쓰고 논의 자체가 금기시 된다. 호남은 지역논의에서 철저한 타자, 국외자로 존재한다. 그래서 그들은 호남에 대한 비판이 "지역의제"가 될수 있다는 사실 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반면 영남을 언급하는 것, 혹은 호남을 옹호하는 것은 "우리"의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므로, 분열과 갈등을 걱정하는 심리적 반응기제에 불이 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