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적 기질이 있는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상투적이라고 한다.
뭐 그 예술가까지는 안가더라도, 나도 상투적인 것은 질색이다.  판에 박힌듯한 농담,
주제, 노래가락.. 이런 것들은 나를 한없이 괴롭게 한다.  예를 들어 끝없이 생산되고
폐기되는 상투적인 뽕짝 가락이 그렇다.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과 대회하는 것도
괴로움 중의 하나일 것이다. 특히  어떤 분과 같이, 상상력이 부족한 인간이  뭔가 안다고 
폼을 잡는다면 그 변설을 듣고있는 우리들의  괴로움은 최고로 올라간다. 
상투적이거나 재미가 없는 말은 짧게 하는 것이 그나마 미덕이다. 오류의 가능성도 줄이고. ^^
   
지금까지 내가 겪어온 것 중에서 가장 상투적인 것이라면 중,고등학교 교가를 꼽을 수 있겠다. 

" OO산 정기 받아 일어선 우리, ......  "

거의 90%의 중고교 교가는 "산 이야기"로 시작된다.
우리 민족이  무슨 산악부족인지, 무슨 놈의 산의 정기는 그렇게도 많을꼬.
1절 2절, 3절 모두에서 동서남북에 걸쳐있는  산이 마구 붙들려 나온다.  앞산은 물론이거니와 뒷산,
심지어 가시거리에서 보이지도 않는 산까지 끌려나온다. (필자의 중학교 교가... 일명 산타령...)
산이 부족(?)한 지역이라면 보통 마지막 절 쯤에  근처의 OO강이 끌려 들어온다. 
    
그리고 마지막 종지부에는 엄청난 협박성 주문이  아이들에게 던져진다. 
"아시아의 희망이 되자"는 둥, "세계의 횟불이 되자" 는 둥
차라리 노골적이고 실용적으로 "좋은 대학에 가서 학교 명예를 더 높이자"  이게 더 좋지 않을까 한다.
  
또 다른 상투적인 것은 회사 소개용 사진인데, 그냥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으면 안될까..
왜 그렇게 지나가는 사람 팰듯이 두 주먹을 불끈지고, 무슨 한맻힌 사람모냥 카메라를 노려보며 화이팅을 외치는걸까... 
   
또 지자체 장들의 광고를 보면 하나같이 마지막에 손을 쭉 펴면서 자기 고장에
놀라오라고 하는데, 그렇게 콘티를 짜준 직원의 상상력에 나는 절망을 한다. 그 어슬픈 표정에..
처라리 천호통마늘 사장의 나레이션이 훨씬 자연스럽고 자극적이다.
"남자에게 좋은데, 남자에게 정말 좋은데, 이것.. 말을 해줄 수 없고 "    군수나 도지나는 이렇게 하면 왜 안된다고 생각할까
바보같은 가다마이를 입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펴서 하는 호객행위는 정말 지겹도록 보아온 상투상의 표본이다.
   

아래 김대중 동상과 노태우 동상이 있다. 노태우 동상은 아무리 봐도 전반적인 필이
김일성 동상을 빼다 박았다.  두터운 겨울 양복을 입고...왜 꼭 양복을 입혀야할까..머 따지고 보면
노태우 동상은 그런데로 잘 만들어진 것 같다.    약간 멍청하고 쪼다같이 보이는 모습이 집권때의 답답하고
멍청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약간 나온 배는 게으른 그의 모습 그대로이다.

 노태우 동상.jpg


김대중 동상....손을 올려서 뭔가 답을 하는 모습은 별로 인상적이지 않다. 사진으로
봐서 그런지 모르지만 오른팔의 비례도 조금 이상하다. 옷의 주름도 뭔가 어색하고
사실적이도 않고 추상적이지도 않고 참으로 어정쩡하다.  만일
내가 이 일을 맡은 조각가 같으면 김대중이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 있을 때,
작은 책상에 앉아 글을 읽을 때의 모습으로 조각해서 올리겠다. + 아니면 마고자를 입고
안경너머로 노인과 같이 앉아서 조용히 책을 보는 모습은 어떨까 ?


김대중 동상.jpg 

손을 들고, 시선을 들어 하늘을 응시하고,  축사를 하는 듯한 모습? 답례인사를 하는 모습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어색하다기 보다는 익히 너무나도 흔히 보아온 모습이 아닌가... Alas !  나에게 이 풍경은 교가 이상으로 상투적이다.
누가 한 발상인지 옆에 있으면 한대 줘 패고 싶다.  외국에 가서 유명인들, 정말 잘 만든, 인상깊은 동상을 좀 보고 와바라...
나는 동상 중에서 최고는 링컨 기념관에 있는 앉아있는 링컨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생각이 있고
의미가 있고 깊이가 있어 보인다.그런데 이 뭔가,, 땡볕에 손을 들고있는 김대중의 모습은 좀 안스럽다.
동상에서 앉아있고 책을 보고...이러면 안되나? 장군은 하나같이 칼을 차고 소리를 지르고. 우리나라 장군
동상 세워놓고 구별해보라고 한다면 아마 10%도 못맞출 것 같다.  다 같은 모양이기 때문이다.
   
천편일률적으로 서있는 동상 보다는, 차라리 김대중의 경우는 그가 살아온 만큼의
다른 모습으로 동상에 새겨져야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김대중이라면 적어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김대중의 경우는 책을 읽는 모습이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일 것이다. 

사형선고를 받고 그 실행을 앞둔 그가,  짦은 머리로 교도소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있든 모습,
특히 가지런히 정리된 영어사전이 가장 인상적이다.   
그의 책읽는 모습은 후세들이 특히 집권자들이 배워야할 가장 가치있는 덕목이 아닐까 한다.
  
이 동상 세우신 분 중에 누군가 이 글을 읽는다면 정말 곰곰하게 다시
생각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김대중 정신을 동상에 박아 대대손손 전해 줄려면
어떤 모습이 되야할지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 아무리 생각해봐도, 멀뚱한 지금 동상의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의 동상에는 뭔가 기복적인 요소가 들어있다고 한다면 심한 말이  될까 ?
돌아가신 분에게 기대지말고, 제 할일이 지금 무엇인지 생각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