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법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구속,범죄,형량 등이 떠오른다. 뉴스에 오르내리는 법과 관련한 사건들도 대부분 형사사건이고, 형사사건이 이해하기도 쉽고 자극적이기 때문에 형사법이 일반적으로 법 하면 바로 떠오른다.

그러나 법학에 있어서의 기본이 되는 것은 민법이다. 사인간의 행동규칙에서 출발한 민법은 인간 사회의 기본 틀 안에서 생활하는 생활인을 규율한다. 기본법이라고 불리는 형법,헌법,민법중에, 인간의 행위에 초점을 맞춘 형법, 국가를 다루는 헌법과 비교하면, 민법은 인간의 생활을 다루기 때문에, 실생활과 가장 관련이 깊고 가장 많은 케이스가 발생한다. 그리고 민법을 기초로 사법질서가 짜여지기 때문에 돈이 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경제학을 제외한 많은 사회과학분야가 그렇지만, 법학 역시 독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따라서 독일에서의 논의가 몇년 늦게 우리나라에 수입되어서 논의되는 것이 아직도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물론 법률은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일본에서 민사소송법이 개정되면 곧 얼마 안되서 우리나라에서도 민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일어난다.

독일에서 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의견이 득세하면, 곧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의견이 득세하고, 인간의 주관적 인식을 강조하는 의견이 득세하면, 곧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의견이 득세한다.


기본법 중에서도 기본법인 민법을 해석하는 근본적인 관점은 다른 법을 해석,적용하는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건을 다루고 승소하는 데에는 당장 도움은 되지 않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법적인 관점을 형성하는데에 있어서 자기만의 법을 바라보는 관점을 정리하는 것은 필요하다. 법률가이든 아니든간에.

일반적으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인간의 외부행위와 내적의사를 모두 다 고려하지만, 거래의 안전과 상대방의 보호(법적 안정성)를 위하여 외부행위가 합리적인 제3자에 의하여 어떻게 해석되는가'를 중심으로 법을 다루어왔다. 설령 내심의 의사가 어떠하든간에 외적인 행위가 어떠한 법적인 표시가치를 가진다면 그대로 법적의미가 부여되고, 일정한 특수 요건이 갖추어지면 내심의 의사대로 행위자가 보호되는 형식을 취해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대부분의 의견은 '신의사주의'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저런 생각을 반대한다. 우리 사회의 질서는 인간 개인의 자유의사에 기초하여 건설되었기 때문에 사적자치가 최고의 원리이므로 '인간의 내적의사인 진의를 밝히는 것'이 법 해석의 목표라고 주장한다. 이에 의하면 일단 어떤 외부적인 행위를 한 인간의 내심의 의사를 파악하는 노력을 하고 그 내심대로 법적인 효과를 부여해야하지만 상대방 보호와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예외적인 경우에 외부적으로 표시된 대로 법적인 효과를 주는 식으로 논리를 전개한다.

원칙과 예외가 서로 바뀐것에 불과한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별것이 아닌 공허한 논쟁으로 치부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법질서가 인간의 내심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해석,적용되는가 아니면 일단 사회 내에서의 인간의 행위를 사회적 관념에 맞게 해석,적용하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과연 법의 존재이유와 법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을 가지도록 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관념적인 논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법이라는 것이 (적어도) 현대 사회에서는 이 사회의 최소한의 질서이기 때문에 인간행위의 외부를 규율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의사주의를 주장하면서 사적자치를 중시하고 인간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외적인 행위에 중점을 두는 의견을 두고 '인간의 내적 의사를 무시한다'라고 비판하지만, 오히려 인간의 내적인 의사에 직접적으로 법을 들이밀고 그에따라 결국 그 개인이 아닌 제3자가 그 개인의 의사를 법적으로 바라보는 것보다는, 인간의 어떠한 외부적인 행위들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사회의 질서에 대한 법으로서의 외부적인 통제가 오히려 개인영역에 대한 법의 침투가 덜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왜냐면, 인간 내심이 그리고 원래 법이라는 것은 인간 개인의 내심의 의사를 파악하는 용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사는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에 사회 내에서의 인간의 외적인 행위가 가지는 사회적인 의미에 맞게 법을 해석, 적용하는 것이 원래의 법의 기능에도 맞고, 게다가 인간의 내적 의사를 존중하겠다면, 자신의 내적인 의사를 통하여-그 행위의 사회적인 의미를 이미 자기도 알고있거나 알 수있어야 하는-외부적인 행위를 하였다면 굳이 법이 후견적으로 내심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것은 자유의지를 통하여 사회적 의미를 띠는 행위를 한 인간의 책임을 손상하는 결과도 초래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또 다른 측면에서(바로 위의 문단과 모순될 수 있지만) 법질서가 인간의 내심의 자유위주로 흘러가게 됨으로서 법이 가지는 사회적인 의미가 약화된다면, '사회적'인 공평, 정의, 민주주의 등의 가치를 통하여 사회의 공공성을 사법질서에 투여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극단적인 자유방임의 근대적 법학에 사회공공성이념이 투여되는 식으로 진보해온 것의 역행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싶다. 법은 인간의 사회적인 외부 활동을 규율하며 특히 외부적인 행위 사이에 마찰이 생겼을 때 뒤치닥거리를 해주는 것을 그 주된 기능으로 삼기 때문에 사회 내에서 발생한 사회적인 행위간의 법적 분쟁을 바라보는 관점은 사회적인 의미를 그 안에 투여하는데에 더 적합하도록 가지는 것이 옳다고 본다.

따라서 나는 무분별한 개인의 사적의사존중을 말하는 신의사주의에 의한 법학 방법론을 반대한다. 다시 말하지만, 법은 외부적 질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