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아는 부분은 아니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인가 거기에 보면 사람을 설득하는 방법으로 세 가지가 나온다. 품성(ethos)과 감성(pathos) 그리고 이성(logos)일 거다.

다들 알다시피 로고스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옳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의견에 따르게 만드는 것인데, 그거 상대방이 논리적인 사람일 때에나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이 방법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 생각보다 드물다.

에토스라는 것은 그 말이 논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서 주장하는 사람의 인격을 믿기 때문에 무조건 따르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팥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말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사람들이 그 말을 믿기도 한다는 것인데, 이거 솔직히 나하고도 별 관계없는 부분이다. 내 인격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내 말 믿어주는 사람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파토스. 한마디로 말하면 화자가 누구든 주장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상관없다. 오로지 그 말이 행해질 때의 분위기가 중요하다. 집단 히스테리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이런 분위기 조성하는 것도 실력이다. 나중에 냉정히 생각해보면 사기 당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때의 분위기에서는 웬만한 줏대 없이는 다 넘어가는 그런 정서적인 공감대를 만들어서 사람을 넘기는 기술을 말한다.

난 서프에서 많은 글을 썼다. 하지만 내 글이 주로 싸가지가 없거나 사람들의 감추고 싶은 부분을 슬슬 긁는 글이다 보니 그랬겠지만, 별로 환영받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글 내용은 아예 읽지도 않고 닉만 보고 무조건 해우소에 보내버리는 일도 많았다.

Acro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처음에 ASH라는 닉으로 글을 썼었고, 어느 날 더 이상 글 쓸 장소는 아니라 여겨 그동안 썼던 글들을 다 지우고 회원가입도 탈퇴했다. Crete님이 옮겨온 글마저 지웠다. 그런데 자유게시판을 빼먹었다는 것을 오늘 알았다. 이제 로그인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머지 세 개의 글을 지울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참사랑의 글이 이슈가 됐을 때 나도 참지 못하고 ‘골때린다’는 닉으로 몇 개 올려본 적 있다. 나중에 그게 ‘골때리네’인 줄 알고 그 닉으로 다시 글을 올리면서 이전 닉과 조금 틀리다는 것을 알고 ‘골때린다’는 닉은 없애버렸다.

내 닉이 환영받지 못하는 닉이지만 그래도 진실을 알려야한다고 나름 판단할 경우 같은 닉으로 올리면 글의 효과가 반감될 것 같기에 의학에 관한 글의 닉을 달리했다. 에토스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미운 넘이 하는 말, 싫은 녀석이 쓰는 글은 무조건 비토부터 하고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이 조금씩 알게 되더라도 첨부터 미운 ‘골때리네’가 쓰는 글이라고 밝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학 이야기를 하는 ‘심심’이 ASH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이제 Acro도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저번에는 저주 비슷한 말을 남기고 떠났지만, 이번까지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축복의 말을 남긴다. Acro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Crete님이 이르기를 글 쓰는 것도 중독이라서 그거 끊기 쉽지는 않을 거라 했는데, 이제 어디에 둥지를 틀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 기회에 나도 블로그라는 것을 하나 만들어볼까 생각해봤다. 그리고 기억난다. 나 그거 있다는 거. 예전에 누군가 나에게 만들어줬다. 공개는 하지 않은 채. 그런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ID랑 비밀번호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거나 찾아봐야겠다.

사족1) 운영진에게 부탁말씀 올린다. 자유게시판에 있는 ASH 닉의 글 세 개 지워주면 좋겠다. 나머지 글들은 조금 시간이 흐른 후 스스로 해결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