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가 연일 대담한 발언을 쏟아내는 모양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좌파라고 할수 있는 진보적인 발언들을 한다고 한다. 홍준표 발언의 정책 세부에 대한 논의는 다른데서 하도록 하고(솔직히 진보 좌파 진영에서 골백번은 논의된 정책들이다), 나는 홍준표의 진보적 발언에 대한 반응이 정치적 성숙도, 정치적 센스를 측정하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말해 홍준표의 "입"에 넘어가 홍준표 개인 혹은 한나라당에 호감을 갖는 사람이 있다면, 안된 말이지만 그 사람은 앞으로 정치를 할게 아니라 시민 단체 운동을 해야 할것이다.

홍준표의 진보적 발언은 한나라당의 서민타령과 한치의 오차도 없는 '가식'이다. 거대 정당내부의 소장파의 역할이 실제로 그 정당을 개혁하는데 있을까? 홍준표의 역할은 한나라당의 기존 이미지와 대비되는 발언과 활동을 해서 한나라당의 지지 기반이 고착화(fixation)되는 것을 방지하는데 있다. 즉 지지기반을 넓히거나 바꾸는게 아니라, 장래의 한나라당이 어디고 외연을 넓힐수 있도록 미리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홍준표의 발언은 순진한 젊은이나 서민에게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조금 희석시켜주는 "떡밥" 역할 이상을 할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한나라당이 홍준표 발언 대로 진정한 서민 정책을 펼칠거라면, 뭐하러 지난 10년, 20년동안 그 개고생을 하며 보수 수꼴의 한길을 걸어 왔겠는가?

정부 여당의 대기업 때리기도 마찬가지다. 정부여당과 대기업이 연출하는 갈등이 실제 갈등을 대변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설마 없으리라
믿는다. 우리가 대기업 때리기에서 주목할점은 따로 있다. 즉, 화끈한 쌩쑈를 연출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성이 정부 여당에 있다는 것이다. 이념적 정체성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지지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표변(彪變)을 동반하는 이러한 거창한 정치적 쌩쑈는 함부로 하는게 아니다. 두번 써먹기는 힘들 일종의 정치적 극약이라는 것이다. 정치적 극약을 들이키는데는 반드시 그에 비견되는 절박한 필요성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 위기가 서울의 집값 하락에 있다고 본다. 내 생각에는 이미 정부 최고위층에서는 버블 붕괴가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었을 것이다. "하우스 푸어'운운하며 부동산 상투 잡은 개미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기사들이 자주 뜨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집값이 급전직하 하는 경우 이명박 정부가 감당해야 할 정치적 위험성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명박 정부는 집값의 계속적 상승, 아니 최소한 자기의 임기 동안만큼은 버블을 유지시켜 줄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출범한 정부다. 그런 정부에서 버블이 터져 집값이 반토막이 난다?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시나리오다.

집값 폭락에 따른 불만은 현재의 집권세력에 대한 강력한 비토로 나타날것이다. 즉, 민주당이 집값을 올려줄것 같아서가 아니라, 단순히 현 정권이 미워서 표심이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표심 이동은 아마 서울에 3,4억 이상의 집을 가진, 386출신 중산층에서 가장 심할것이다. 어차피 한나라당도 못 막는 버블 붕괴, 결국 대한민국에는 버블 붕괴를 막아줄 정당이 없으니, 홧김에 서방질 한다고, 그들의 표심이 사방팔방으로 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표심 이탈을 막을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다른 지지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즉, 미국의 푸어 화이트와도 같은, 계급적 이익에 반해 한나라당을 찍어주는 소위 서민 계층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 이들은 어차피 부동산 버블이 터져도 손해볼게 없다. 아니, 오히려 버블이 터지면 이익을 볼수도 있는게 이 계층이다. 386 자가 주택 소유자의 지지를 잃는대신, 버블 붕괴로 인해 내집 마련을 하게 된 서민들의 지지를 새로 확보할수 있다면, 한나라당으로서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한나라당이 강력한 서민 타령(서민 정책이 아니라)을 하는 이유는, 이런 서민들의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한 기초 작업 아닐까? 그냥 소설한번 써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