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기사를 계기로 박근혜-호남 연대 얘기가 상당히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거론되는 것 같습니다.

호남이 박근혜를 지지할 가능성은 꽤 높다고 봅니다. 일단 호남 일반 대중의 반영남 정서는 반박정희 정서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엄격히 말해서 반영남 정서라고 보기도 어렵죠. 반한나라당 정서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듯.


이 부분에서 실제 호남 거주자와 호남 출신(2,3세 포함)들의 의식은 약간 다를 겁니다. 호남 출신 즉 호남을 떠나 수도권 등에 거주하는 호남 원적자들은 반영남 정서에 가까운 것을 갖고 있죠. 객지에서 생활하면서 호남 혐오, 영남패권에 대한 경험이 쌓여있거든요. 그리고 이런 사람들 가운데 나름대로 진보적인 이념의 세례까지 받은 사람들은 반박정희 정서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평범한 호남 사람들은 박정희에 대해 그다지 큰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갖고 있다 해도 그냥 명분상의 그것일 뿐입니다. 우선 박정희 시절의 경험이 워낙 오래된 것인데다, 실제 박정희 시절에는 영남패권의 문제가 그다지 가시화되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박정희의 딸 박근혜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할 겁니다. 만일 박근혜가 좀 적극적으로 호남에 구애활동을 하면 상당히 호응할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박근혜-호남 연대가 성사된다 해도 그것이 차기 대선의 승리를 담보하는 카드가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내가 보기엔 필패 카드가 될 것 같아요.


1. 일단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호남 또는 호남 출신 유권자의 상당수를 끌어들일 수는 있겠지만 과거 김대중이나 노무현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를 재현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좀 부연하자면, 앞으로 호남 표를 의식하는 어느 정치인이라도 과거처럼 '몰표'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호남표의 상당수는 진보 개혁에 대한 명분을 따지기 때문에 박근혜 지지를 주저할 수밖에 없죠. 이런 성향의 표들은 일단 민주당의 선택을 기다릴 것이고, 민주당이 박근혜를 자신의 후보로 공천하지 않는 이상 박근혜를 지지하기는 어렵습니다. 또, 현실적으로 상당수 호남 유권자들이 유시민에게 쏠릴 것이라는 점도 인정해야 할 겁니다. 그런 점에서 유시민은 다음 대선에서도 아마 한나라당의 필승 카드 역할을 할 것 같군요.


2. 영남 표심은 더욱 심각하죠. 박근혜는 이명박과의 줄다리기 과정에서 영남 대표주자라는 명분과 상징성을 많이 잃어버렸어요. 특히 세종시 문제는 적어도 이 점에 관한 한 패착이었죠. 무엇보다도 이명박이 박근혜와의 대결에서 현직 대통령의 카드를 최대한 활용했죠. 반호남, 반좌파 공세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적극 활용했고, 이것은 영남 대표성을 놓고 박근혜와 벌인 경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특히, 현재 영남 거주자를 제외한 영남 원적자들(수도권 등의) 사이에서는 박근혜의 위상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봅니다.

영남을 벗어나 객지 물을 먹은 영남 원적자들은 박근혜에 대해 '고루한 박정희의 유산' 정도라는 이미지로 인식하기 쉽습니다. 영남패권에 대해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도 그 근거가 몇십년 전 박정희에 대한 충성 같은 낡아빠진 것으로 인식되는 것은 싫은 거죠. 그래서 이들에게 박근혜는 그다지 달가운 카드가 아닌 겁니다. 지난 대선에서 수도권의 영남 원적자들이 이명박을 선택한 것도 바로 이런 심리 아닐까요? 영남패권 중에서도 이명박이 박근혜보다는 보다 세련되고 최신 버전으로 보였을 테니까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을 선택했으니까 다음 차례는 박근혜라는 보상심리가 있었을 것이고 이명박에 대한 실망감도 작용하면서 지난 2년간 박근혜의 위상은 매우 견고한 것으로 보였죠. 하지만, 차음 다음 대선이 다가올수록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를 물먹인 그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큽니다. 즉, 박근혜는 영남패권의 '낡은 버전'이라는 것입니다. 영남패권의 지속을 바라는 친구들일수록 박근혜를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판에 박근혜가 호남과 손을 잡는다? 이건 그냥 쥐약입니다. 영남 민심은 우는 놈 뺨 때려준 셈으로 '얼씨구나' 하면서 그동안 박근혜에 대해서 마지막까지 버리지 못하고 있던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버스로 갈아탈 겁니다. 박근혜가 이 카드를 성공시키려면 '이것만이 즉, 호남과 손을 잡는 것만이 영남패권을 유지 존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메시지를 갖고 영남 민심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게 된다면 이것은 필승카드죠. 그리고 한국의 정치지형을 근본적으로 뒤바꾸는 엄청난 혁명이 되죠.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요? 내가 보기엔 불가능한 카드 같아요.

3. 다시 호남으로 돌아와서, 만일 박근혜와 손을 잡는다면 호남은 진보 세력 속에서 유지하고 있던 리더쉽과 상징성을 잃게 될 겁니다. 만일 박근혜가 호남과 손을 잡고 정권을 잡는 데 성공한다면 진보의 리더쉽을 잃는 대가를 챙길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진보 진영 속에서 갖고 있던 상징성은 상당히 훼손될 겁니다. 특히 유빠나 잔노빠들은 물실호기, 물 만난 물고기, 물똥 본 똥개들처럼 발악을 하면서 날뛸 겁니다. 저거 봐라. 저게 바로 호남의 실체이다. 노짱께서는 바로 이런 호남의 본질을 꿰뚫어보셨기 땜에 그동안 호남을 그렇게 배척한 것이다. 안봐도 비됴죠. 뭐, 하나 성과는 있겠네요. 바로 노무현과 노빠들이 호남을 정말 진저리나게 증오하고 싫어했다는 것... 그 사실만은 노빠들 자신의 입으로 백일하에 당당하게 선포되겠구만요.

게다가 만일 박근혜와 호남이 손을 잡고도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호남은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고... 지나치게 위험한 도박입니다. 진보 진영의 리더쉽이 뭐 대단한 실리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것마저도 없다면 호남은 말 그대로 완전히 역사 속에서 소멸될 겁니다. 뭐, 실은 그게 호남에게는 더 좋은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일단 현실 정치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선택할 카드는 아닐 것 같습니다.
 
4. 자, 박근혜가 호남과 손 잡고 정권을 잡았다 치죠. 박근혜는 호남을 어떻게 대우할까요? 손에 장을 지져도 좋은데, 아마 이명박 이상으로 호남을 공격하고 짓밟을 겁니다. 이명박 집권 이후 청와대에서 청소하는 아줌마들까지 호남 출신이라면 싸그리 잘렸다면서요? 이번엔 아마 어디 호남 출신들 남아있는 곳 없나? 이러면서 대한민국 곳곳을 샅샅이 뒤지게 될 겁니다. 그때는 아마 다른 의미에서 호남 출신들이 귀한 몸이 될 거 같군요. 왜냐구요? 영남 출신들의 호남 증오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어딘가 살아 남아있는 호남 출신들을 잡아서 족치고 쫓아내고 괴롭히고 결국 목숨 끊어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거든요.

로마시대 검투사 경기 또는 맹수들에게 죄수들 던져주는 것과 비슷한 거죠. 이거 어디 잡아서 죽일 호남 출신들 없나? 호남 출신들 찾습니다. 귀하게 모십니다. 확실하게 죽어주시는 댓가로 호강시켜드리겠습니다... 이런 광고가 등장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찾기 어려울 겁니다. 씨가 말랐는데요 뭐... 로마가 멸망한 후에 유럽 다른 지역에서 '순수한 로마인'이라며 로마 시민으로 분장한 사람을 시장에서 전시하고 구경시켜주는 경우도 있었다는데, 그만큼 로마 문명이 유럽 문명에서 갖는 상징성이 엄청났다는 증거겠죠. 혹시 호남도 그렇게 되는 것 아닐까요? 악의 상징으로서 보존 가치가 생기는 거죠.

박근혜가 권력을 잡은 뒤에도 최대의 과제는 영남 패권 유지 존속이 될 겁니다. 그걸 위해서는 영남 출신들을 끌어모아 동일한 정치 사회적 정체성을 유지해줘야 합니다. 그걸 위해서는 호남 타도가 필요하죠. 이것은 명백합니다. 결국 호남-박근혜 연대는 성공하기도 어렵지만, 어렵사리 성공시켜도 호남에게 좋은 카드가 못될 거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