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당 창당 이후 "너희들이 민주당과 다른 것이 뭐냐"라는 물음에 대해서 국민참여당 관계자들은 "다른 것이 많지만 가장 다른 것은 바로 정당문화다"라고 답합니다. 이는 국민참여당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아닙니다. 김만수 부천시장(민주당)도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한뿌리, 한집안이지만, 정당문화가 다르다"라고 했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73&aid=0002030786)

여기서 김만수 시장은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다른 것은 정당 문화다. 공천과정에서 재경선을 겪었듯이 민주당만의 문화, 즉 세력이 있다. 반면 국민참여당은 세력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정당문화를 "세력"이라고 한 것입니다. 즉 민주당에는 수십년간 당내에서 세력을 유지해온 정치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세력, 정치인이 부상하기 어렵다는 것을 넌지시 표현한 것 같습니다. 반면 국민참여당은 창당한지 얼마 안됐고 규모도 매우 작기 때문에 무슨 세력이라는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겠죠. 김만수 시장은 민주당 후보로 부천시장이 된 참여정부인사이기 때문에 일단 민주당의 기존의 세력을 "척결대상"으로 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만,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합당은 어렵다"라고 언급한 것을 보면, 국민참여당 정치세력이 민주당 내 기존세력과 민주당 내부에서 경쟁해서 당권을 차지하거나 혹은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렵고, 따라서 차라리 그냥 당 대 당으로 연대하는 것이 평화로울 것이라는 의견을 가진 듯 합니다.


그런데, 정당문화라는 개념을 "세력"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억지스럽습니다. 문화와 세력...별로 연관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김만수 시장은 그저 참여당 측에서 항상 말하는 '정당문화'라는 단어와 김만수 시장 자신이 생각했던 민주당에 대한 불만을 결합해서 말한듯합니다.

그럼에도, 참여당 창당 전부터 창당 후 지금까지 "니들이 민주당과 뭐가 달라"라는 물음에 대해서 꾸준히 "정당문화가 달라"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참여당이 말하는 정당문화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정당문화가 정당을 달리하는 이유가 될 수 있는지, 혹은 참여당 혹은 비민주당 개혁세력이 "민주당의 구태(구태적인 문화)때문에 신진정치세력이 민주당에 들어가도 다 민주당처럼 보수성 짙게 동화되어버려서 민주당과는 함께 할 수 없다"주장하는 것처럼, 어떤 정치인, 정치세력의 노선이 어떤 정당의 문화때문에 왜곡되고 변질되는지, 정당의 정당문화라는 것이 그 정당의 노선과 정책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노선,정책이 유사하더라도 정당문화가 다르면 정당을 함께 할 수 없는지, 그리고 도대체 정당문화라는 것의 실체가 있는 것인지 등등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떠한 현실, 사태간의 차이를 두고 "문화"때문에 차이가 있다는 식의 답변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예를들어, 젊은층과 노인층이 서로 반목하고 이질적으로 느끼는 이유를 "젊은이들과 노인들의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라고 답변하는 것은 동어반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또다른 예를 들면, '예전 군대는 힘들었는데 지금 군대는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왜냐면 군대문화가 바뀌었기 때문이고, 군대문화가 바뀐 이유는 젊은이들이 개방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어서'라는 식의 말도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젊은층과 노인층이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여기 한국땅에서 함께 살고 있고, 가정에서는 아버지와 아들, 회사에서는 부하직원과 상사, 선배와 후배로 부대끼며 살고 있는데, 서로간에 이질적으로 느끼고 세대간 반목이 나타나는 이유를 그저 "문화가 달라서"라고 하는 것은 너무 쉬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간에 라이프스타일이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것을 두고 "문화가 다르다"고 흔히 표현하는데, 왜 저들이 같은 사회에 살면서도 저렇게 다를까라는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찌됐든, 담벼락에서의민주당,참여당지지자들간의 다툼을 보면, 무언가 다르긴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담벼락이든 자유게시판이든 메인게시판이든, 아니면 다른 인터넷 사이트든, 혹은 오프라인에서의 토론이든간에, 민주당과 참여당을 두고 토론 비슷한게 벌어졌을 때, "정책, 노선"에 대해서는 대개 일치하거나, 아니면 아예 그런 논쟁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서로간에 감정이 많이 상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행했던 정치행위, 발언 등을 비판하고, 그러한 행위,발언에 내재되어 있는 무언가(영패주의, 호남지역주의, 호남배제, 영남우월주의)를 비판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주의적 투표행태가 한국정치를 왜곡시킨다"라고 했고, 진보정당들도 마찬가지 주장을 합니다. 이러한 주장도 어찌보면, 지역주의적인 투표행태를 한국정치문화라는 것으로 상정해서 그것이 한국정치를 왜곡-보수,진보/우파,좌파의 정책,노선경쟁을 방해-시킨다는 주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그럴듯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자신(진보,좌파)의 실력부족을 한국사회탓을 하는 전형적인 책임회피라고 평가하는 것이 일단은 맞다고 봅니다. 서구유럽은 좌파와 우파의 (겉으로 보기에) 합리적은 정책,노선 경쟁을 통한 정치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치문화가 후진적이라 (자신들은 이미 능력은 갖추었다고 생각하는) 좌파가 힘을 못쓰고 있다는 식의 책임회피라고 봅니다. (국가를 경영할만한 좌파, 진보 인재풀조차 없는데 무슨 정책이고 노선이고 이런 것의 수준을 따지는 것 자체도 우습죠)


하지만, 그럼에도, 현 야권에서 민주당과 주요한 파트너가 될 참여당이, 민주당과 연대는 해도 합당은 (아직은) 못한다는 이유로 들고 있는 "정당문화"의 실체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은 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제일 생각해봐야 할 것은, 과연 정당문화가 정당의 정체성을 규정지을만한 요소가 되는지, 그리고 그러한 정당문화가 도대체 무엇이지, 또 정당문화가 정당의 노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