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 시기와 폐경 시기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가설을 다룬 글을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진화 생물학자라면 금방 생각해낼 수 있는 가설이기 때문에 내가 이 글에서 제시한 가설과 비슷한 가설이 이미 발표되었을 것 같다. 초경과 폐경이 내 주된 관심사는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진화 생물학적으로 다룬 글을 거의 읽어 보지 않았다.

 

 

 

삶이 풍요로워지면서 여자들이 이전보다 더 이른 시기에 초경을 한다. 이것은 풍요의 정도에 따라 초경 시기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진화했기 때문인 것 같다. 풍요로울수록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미숙한 상태에서 자식을 임신해서 낳아도 자식이 잘 자랄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에는 더 이른 시기부터 자식을 낳는 것이 적응적이다. 반면 기근의 시기에 미숙한 여자가 자식을 임신해서 낳으려고 한다면 자식을 제대로 낳아서 키울 가능성이 낮다. 이럴 때에는 더 성숙할 때까지 기다려서 자식을 낳는 것이 적응적일 것이다.

 

 

 

초경이 시작된 이후에도 빼빼 마르게 되면 월경과 배란이 중단된다. 요즘에는 음식이 많은데도 살을 빼기 위해 굶지만 과거 사냥-채집에서 빼빼 마른 상태라면 음식을 구하기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기근의 시기에 임신을 해도 어차피 제대로 낳아서 키울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아예 임신을 하지 않도록 여자가 진화한 것 같다.

 

 

 

J. Philippe Rushton 에 따르면 흑인 여자는 다른 인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r 전략을 사용한다. 그래서 흑인이 백인이나 아시아인에 비해 더 이른 시기에 초경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실제로 흑인 여자는 다른 인종에 비해 더 이른 시기에 초경을 한다. 이것은 환경 차이로 설명하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대체로 다른 인종보다 더 가난한 흑인이 더 이른 시기에 초경을 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더 풍요로울수록 더 이른 시기에 초경을 하는데 흑인은 백인이나 아시아인에 비해 더 풍요롭게 살지 않는다.

 

r/K 선택에 대해서는 인종의 진화: 4. r/K 선택을 참조하라.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3fZ/155

 

 

 

여러 진화 생물학자가 폐경의 적응 가설을 지지한다. 소위 할머니 가설이라고 불리는 가설에 따르면 여자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더 자식을 낳는 것보다 손자와 기존에 태어난 자식을 돌보는 것이 더 적응적이기 때문에 폐경이 진화했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기형아 출산율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출산하다가 사망하는 일도 급격하게 많아져서 자식을 새로 낳는 것의 이득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때문에 차라리 자식 낳기를 포기하고 어린 친족을 돌보는 것이 더 적응적이었다는 것이다.

 

이 가설을 그럴 듯하게 입증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델이 발표되었으며 나중에는 이 가설을 그럴 듯하게 반증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델도 발표되었다. 나는 할머니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모델을 만들어보는 것이 헛된 노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존에 발표된 논문들에서는 이 가설을 확실히 입증하지도 반증하지도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과거 사냥-채집 사회에 대한 온갖 변수들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의 논문에서는 예컨대 아체(Ache) 인디언과 같은 현존 사냥-채집 사회의 변수들을 과거로 투영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그것이 정확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나는 초경 시기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하듯이 폐경 시기를 조절하는 메커니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풍요의 시기에 일찍 애를 낳기 시작하는 것이 적응적이듯이 풍요의 시기에 늦게까지 애를 낳는 것이 적응적일 것이다. 따라서 더 풍요로울수록 폐경을 늦게 하도록 여자가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풍요의 정도와 폐경 시기의 상관 관계를 다룬 데이터가 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더 건강할수록 늦게까지 자식을 낳는 것이 적응적일 것이다. 따라서 여자가 자신의 건강에 따라 폐경 시기를 조절하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건강과 폐경 시기의 상관 관계를 다룬 데이터가 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남자는 여자의 외모를 보고 임신 능력과 수유 능력 등을 알아내는 것 같다. 더 잘 임신하고 수유하는 여자를 더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폐경 조절 메커니즘이 잘 설계되었으며 남자의 여자 외모 평가 메커니즘이 잘 설계되었다면 더 섹시한 여자가 더 늦게 폐경을 경험할 것이다.

 

 

 

r/K 선택을 폐경 시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흑인 여자가 r 선택을 사용하도록 진화했다면 다른 인종에 비해 초경 시기가 이를 뿐 아니라 폐경 시기가 늦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흑인의 폐경 시기를 다룬 데이터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초경 시기 조절 메커니즘과 폐경 시기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적응 가설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가설과 부합하는 기존의 데이터를 부산물 가설로 그럴 듯하게 설명해야 한다. 나는 아직까지 그럴 듯한 설명을 본 적이 없다. 미래에 이 가설과 부합하는 데이터가 더 많이 쌓인다면 부산물 지지자들은 더 큰 곤란에 빠질 것이다.

 

 

 

2010-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