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조사단의 보고서의 요약분이 한겨레를 통해 공개됨으로써 천안함 사고원인 규명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 보고서 내용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사고시각이 국방부가 발표한 시각보다는 빠르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CCTV에 나타난 시간과 천안함 승조원과 백령도 초병의 휴대폰 통화 내용을 언급했다.

국방부는 11대의 CCTV 중에 6대의 CCTV를 복원하는데 성공하여 녹화에 담긴 당시 승조원들의 모습을 볼 때 9시 22분경에 갑자기 사고를 당한 것이 맞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CCTV는 촬영된 장면을 1분 후에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도록 셋팅되었기 때문에 사고 1분전부터 사고 당시까지의 1분간은 녹화 저장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러시아측 보고서는 CCTV의 녹화가 멈춘 시간이 9시 17분경이라고 확인해 주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6대 CCTV의 카메라 모두의 설정시각이 실제보다 3분 55초 이상 늦게 설정되었기 때문에 실제 시각은 9시 22분경이 맞다고 해명한다. 그 근거로 생존 장병 중 1명이 후타실에 있다가 나간 장면이 9시 10분에 CCTV에 포착되어 있는데 이 장병은 후타실에서 나온 시각은 9시 15분이라고 진술함으로 CCTV가 실제시간보다 4분 정도 늦게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강변한다. 생존 장병이 무슨 근거로 그 당시가 9시 15분이라고 하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기기에 나타난 시간과 인간의 기억 중, 어느 것을 신뢰해야 할까?


자, 이제 국방부의 해명을 한번 검토해 보자.

천안함의 11대의 CCTV는 작년 9월에 설치되어 사고 당시에는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비교적 최신품이다. 보통 CCTV가 1년간 1분 이상의 오차를 나타내는 것은 1000대 중 2~3대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6대의 CCTV의 시계 모두가 6개월 동안 3분 55초 이상 늦게 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일단, 6대의 CCTV 시계 모두가 늦게 갈 확률부터 보자. 2의 6승분의 1로 1/64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매우 희박한 확률이다.

CCTV 6대의 시계 모두가 3분 55초 이상 늦게 갈 확률은 3/1000의 6승으로 거의 0에 수렴한다.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국방부는 설치 당시부터 CCTV 6대 모두가 3분 55초 이상 늦게 설정되어 있었다고 궁색하게 변명한다. 과연 이것이 사실일까? CCTV를 신규로 설치하고 Test를 거쳐 정상 가동할 때 CCTV의 시간을 실제 시간과 맞추지 않고 운용하는 업체나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것도 6대 모두를.

설사 초기에 잘못 설정되었다고 하더라도 3분 55초 이상이나 늦게 가고 있는 CCTV를 6개월 동안 방치하고 있었다는게 말이 되는가? 시간이 생명인 군에서 이것을 믿으라고 하는 소리인가? 3초도 아니고, 1분도 아닌 거의 4분이나 오차가 나는데 이를 방치했다면 이것도 모두 영창감이다. 민간 경비업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하물며 군에서, 그것도 최전방 초계근무를 하는 함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인가?

최전방을 경계하는 TOD도 2분 40초 늦게 가고, CCTV 6대 모두도 4분씩이나 늦게 가는 것을 보니, 국방부 시계는 군 기강에 따라 보조를 맞추는 것인가 보다.


CCTV는 촬영된 장면을 1분 후에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도록 셋팅해 놓았다는 국방부의 해명도 석연찮다.

그냥 실시간 그대로 촬영된 것을 녹화, 저장하는 간단한 방법을 피하고 왜 그렇게 했을까? 국방부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 CCTV는 물체의 움직임만 있을 때 작동하여 저장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이런 CCTV에 왜 실시간보다 1분 뒤에 저장하도록 셋팅해 놓았을까? 앞의 기능이면 하드디스크 용량 부담도 적고, 작동시간도 적어 열의 발생이나 전력 소모도 줄일 수 있는데 굳이 1분 뒤에 저장하도록 할 이유가 있을까?

1분 뒤 저장이면 비상시에는 진짜 필요한 영상을 담을 수 없는데, 초계 함정의 CCTV는 이런 조치를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도무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또 하나의 의문은 1분 뒤 저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1분 단위로 file을 최종 저장하는 방법이 있기는 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하려고 해도 임시 저장 파일폴더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천안함 CCTV의 하드디스크에도 사고순간을 담은 임시 파일폴더가 있을 것이다. 이를 복원하면 사고 장면을 볼 수 있다.

국방부와 합조단은 1분 뒤 저장 방식을 설명하고, 위와 같은 방식이면  임시 저장 파일폴더의 복원여부를 공개해야 한다.



다음으로 천안함 승조원과 백령도 초병의 휴대폰 통화건을 살펴보자.

러시아는 천안함 초병이 9시 12분경 백령도 초병에게 휴대폰으로 천안함에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알렸다고 한다. (이런 정보를 러시아는 어떻게 입수했는지 자못 궁금하다. 러시아측이 감청한 것일까?)

이에 대해 국방부는 다음과 같이 해명하고 사실이 아님을 강조한다.


<‘승조원들의 부상사실을 통보하기 시작했다는 21시 12분 03초의 통화 보도’와 관련하여, 사건 발생전 천안함 승조원의 통화내역을 확인한 결과, 부상사실을 통보한 것이 아니고 승조원 상병 ㅇㅇㅇ이 중사 ㅇㅇㅇ의 휴대폰(010-5087-xxxx)을 빌려 동생 ㅇㅇㅇ(010-9160-xxxx)과 21시 12분 03초부터 21시 21분 47초까지 휴대폰 2회, 집전화(054-932-xxxx) 3회 등 5회에 걸쳐 전화를 하였으며, “남의 전화기를 빌렸기 때문에 통화요금이 많이 나오면 안된다며 집전화로 다시 전화를 걸어달라고 하여 사적인 통화를 하였다”고 동생 ㅇㅇㅇ이 진술하여 일상적인 통화로 확인되었습니다.>


위의 국방부 해명을 보면 러시아가 말한 휴대폰 통화 사실을 두고 국방부는 천안함 승조원과 백령도 초병이 개인 소유의 휴대폰으로 통화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인들도 러시아 보고서의 이 통화내용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천안함 승조원이 그 당시에 백령도 경계를 서는 초병 휴대폰 번호를 알고 그런 사실을 전할 수 있겠느냐며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부정한다.

그러나 군에서의 휴대폰 사용 상식은 다르다. 군에는 비상시(통신설비의 이상 등)에 대비하여 업무용 휴대폰을 현장에 비치하고 비상연락망을 저장하여 당직자들이 사용하도록 하고 있을 것이다. 천안함 승조원과 백령도 초병은 이런 업무용 휴대폰으로 서로 통화한 것이다. (일부 장교들은 개인 휴대폰 외에 업무용으로 다른 1대의 휴대폰을 군으로부터 지급받아 휴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와 합조단은 당시의 업무용 휴대폰의 통화기록을 조사하여 공개해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참고자료 : 국방부의 러시아 보고서 반박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