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최적 휴양처는 동네 큰 목욕탕이다. 대략 5000 - 6000원 정도의 돈을 주면
반나절 더위를 이기기에는 목욕탕 보다 싸고 좋은 곳은 없다.  목욕탕의 장점은 한 둘이
아닌데, 일단 안경을 벗으니 누군지 알아볼 수도 없고, 같은 방식으로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없으니 더 없이 편하다. 삘삘거리던 전화도 안오고, 올 수도 없으니
이보다 편할 수가 없다. 하긴 어떤 인간은 휴대폰을 비닐 방수랩에 싸가지고
오기도 하더만, 그러자면 목욕탕에는 왜 오는지 모르겠다.
  
큰 목욕탕에 가면 대부분 사우나 실이나 고온의 황토방이 있다. 
사우나실 온도는 50도가 족히 넘고, 60도가 넘은 초고온 황토방도 있다.
황토방에서 천연덕스럽게  누워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떤 사람은 아예 짧은 잠까지 자기도 한다.
  
그저께 저녁에는 열대야때문에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열대야라고 해봐야
방안의 온도는 28-29(?)도 정도에 불과한데 황토방 56도에 비하면 거의 시베리아 수준이다.
56도 고온에서도 자빠져 자는 인간이 있는데, 왜 우리는 겨우 28도의 방에서 괴로워할까 
  
사우나실은 60도라고해도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사우나실의 괴로움은 <즐거운 괴로움>이다. 에어컨이 없는 방에서의 열대야는 비록 28도에
불과했지만 어디 도망갈데가 없는 진정한 <괴로움>이다.
  
간혹보면 도시인들의 어줍잖은 기행문이나 수필속에보면 이런 말이 자주 나온다.
예를 들어 시골깡촌에 가서 맛본 "된장국"에 우리 삶의 원형의 맛이 숨어있다느니
시골의 외양간의 그 헛헛한 똥내음이아먈로 우리의 삶을 일깨워주는 비타민같은 냄새라는니..
해병대 3박의 극기훈련에서 인간의 OOO의 느꼈다느니, 중국 어떤 오지 마을에서 
아시아적 가치의 본래 모습을 보았다느니.... 동양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는 둥,,
  
그 된장국과 식은 밥으로 한 보름만 줄창 먹어보라고 해보자.  냉장고 기대하지 말고
해병대 훈련 프로그램이 그렇게 가치있고 좋으면  직업으로  해병대를 선택할 수 있을까, 또는 자식을 보내서 .
외양간 똥냄새가 질척한 여물냄새를  옆에 두고 일년만 살아보면 진짜 "농촌의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비오면 마당에 지네가 꿈뜰거리고, 모기에 파리에,   천정에선 거미들이 서커스를 하고
오... 우리의 똥궁뎅이를 간질어 주던,  비데의 상큼한 물줄기는 또  어떻게 할건인가 ?
그 산골오지의 된장국과 퇴비 섞는 냄새가 구수하게 느껴지는 것은 :

-  우리 며칠 뒤면 도시로 돌아와  스파게티, 간짜장, 평양냉면, 참치뱃살도 맛볼 수 있고,
-  디지털 유선방송으로 NCIS 미드로 볼 수 있고,  소파에 다리 쭉 뻗고 기대누워
- 새로 산 차를 몰아서  한강변 도로를 질주하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고,  
-  프로야구도 볼 수 있고, 상큼한 소녀시대의 허벅지도 볼 수 있으며
-  컨트리 음악을 들으면서 시원한 생맥주를 컬컬... 마실 수 있기때문에.. (고소한 닭다리 튀김까지..)

그래서 그 잠시의 고생이 더 달콤하고 즐거운 것이다.
1시간 동안의 힘든 달리기가 즐거운 것은 그 달리기 이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시원한 냉샤워와
안락한 집이 있기 때문이다. 노숙자는 달리기를 하지 않는다. 씻을 곳도 쉴 곳도 없기 때문이다.
만일 사우나 방 문을 밖에서 걸어잠구고 밖에서 관리하는 사람이 지가 원하는 시간에만
열어준다고 한다면,  그 안에 갇혀있는 우리는 아마 1분도 버티지 못한 것이다. 사우나 실에서
평생 살아야하는 운명이라면, 그 속에  들어가자 말자 바로 스스로 쓰러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일, 또는 거의 겪을 가능성이 없는 일을 찔끔 맛보고나서
그런 경험을 뻥튀겨서 마치 지가 그 속에서 살아온 듯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일은 극히 조심해야 한다.
특히 책 속에서만 배운 이념을 자신의 경험으로 혼돈하여 과한 의식을 드러내는 것은 무척
조심할 일이 아닌가 한다. 그런 허위 의식은 작은 현실의 걸림돌에 금방 그 바닥을 드러낸다. 
멀리 있는 노조원의 어려운 현실에 분개하지만, 막상 자기집 쓰레기 치워주는 사람들이나 수위들의 노조결성에는 질겁을 한다.
  
차명진이 사과를 했다고 하는데, 지가 뭘 잘못했는지를 잘 모르는 모양이다. 유권자가 악악거리니
일단 사과부터 하고보자는 심뽀로 보인다. 없고 가난한 사람의 고통에 대해서는 정말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희망이 뿌리뽑힌 사람의 심정을, 유치한 하루의 경험으로 안다고 하면서 씨부리고 다니면 안된다.
차명진 같은 인간이야말로 철학을 제대로 새로 배워야 한다. 철학까지 갈 것도 없다.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런 말도 있지않은가... 죽어봐야 저승을 안다고..
  
--------------- c u t   h e r e -------------------------
어른과 아이들의 차이. 국외 나가보면 정말 깍아지른 절벽 위에 그림같은 수도원이 볼 수
있다. 또는 달력 그림같은 경치 속에  동화속 공주가 살고 있는 것 같은  집을 볼 수 있다. 
많은 젊은 친구들이 감탄과 부러움의 질시를 보낸다. 그러나 나의 머릿속에 떠 오르는 생각..

"음.. 그런데 저 수도원에서 묶혀둔 똥 퍼내서 밑으로 나르는 일은 누가 할까 ?
 그냥 싸면 밑으로 밑으로 흘러나오나 ? 그러지는 않을 것 같은데...."
 다음에 가면 꼭 한번 물어보고 싶다.   똥은 달력이 아니라... 현실이다.  문제는 똥이다, 그림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