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조단 조사 결과의 수많은 하자에도 불구하고 왜 '어뢰설'을 고집하느냐는 글을 올렸더니, swci라는 분이 왜 '어뢰조작설'을 기꺼이 믿어 주고 싶으냐는 질문을 하셨습니다.

우선, 합조단 조사 결과에 하자가 있고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이 하자를 비판하는 게 과연 '어뢰조작설' 맞는지 궁금하군요.
조사 결과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나 해명이 있었어도 '어뢰설'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을까요?

댓글을 주신 swci님이 '어뢰설'을 믿는 이유는 아마도 어뢰 파편이 발견된 것 때문일 텐데, 이 어뢰 파편의 증거력에 대해서도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건 동의하지 않으시는 모양입니다.
논문을 써보신 분이라면, 그리고 그 논문을 그 분야에서 인정받는 저널이나 학회에 내려고 했던 분이라면 다들 잘 아시겠지만 논문의 주제가 아무리 그럴듯 하고 직관적으로 옳은 것이라 해도 그 주제를 뒷받침할 세부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가는 reviewer나 editor의 심사에서 reject 먹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준비한 근거 20개 중에서 턱도 없는 근거 서너개가 나오면 논문 전체의 신뢰도를 의심받게 되는 것이죠.
합조단 조사 결과는 이런 논문을 준비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오히려 합조단의 조사 결과로 국제 사회를 움직이고 북한을 압박해야 하는 엄청난 일을 할 것을 고려한다면 그 신뢰성은 최고의 저널이나 학회에 낼 논문을 준비하는 것보다 더 세심하게 객관적인 근거들을 확보하고 검증해야 마땅하겠죠.(여기에 이의가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십시요.)

합조단의 조사 결과에 대한 의혹 제기는 그 수가 너무도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지경입니다.
게다가 그 조사의 충실도는 한 나라의 중대한 사건을 다루는 국가를 대표할 집단이 한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졸렬합니다. 밝혀진 하자에 대한 변명도 구질구질하기 이를 데 없고 정말 실수라고 봐주려고 해도 도무지 고의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 그런 사안들이 너무 많죠.

어뢰 파편이 발견되었으니 천안함을 둘로 쪼개 침몰시킨 건 어뢰다. 그리고 어뢰를 쏠 나라는 북한 밖에 없으니 북한의 소행이다.

참 간단하고 좋습니다. 그리고 편합니다.
정말로 천안함이 어뢰에 의해 피격되어 침몰했다면 이런 일을 할 나라는 북한일 가능성이 거의 100%라는 데 저도 동의합니다.
주변국이라고 해봤자 중국, 일본, 좀 더 넓게 포함시킨다면 대만 정도 밖에는 없겠죠. 그리고 군함이 와 있었다는 걸 고려하면 미국도 포함시켜야 할 텐데 이 네 나라 중에 고의로 우리 군함에 어뢰를 쏠 나라는 단 하나도 없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문제는 어뢰에 맞아 침몰했다면 천안함을 공격한 주체가 북한이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과연 천안함이 어뢰에 맞은 것이 맞는가 아닌가죠. 하지만 어뢰 파편 하나가 발견되었다고 천안함이 어뢰에 맞은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도 의심하지 못 할 정도로 천안함에 어뢰 피격에 의한 손상이 나타나야 하고, 예를 든다면 파편이 박혔다거나 화약흔이 남았다거나 등등, 합조단 주장대로 버블제트에 의하여 절단이 되었다면 무언가 버블제트를 뒷받침할 수 있는 현상이 관찰되었어야 하지요. 그런데 발견된 어뢰 파편의 존재 말고는 별로 신뢰성 높은 근거가 제시된 게 없습니다. 심지어 이 어뢰 파편의 신뢰성도 의심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논문을 쓰다 보면 사실 '조작'의 유혹을 많이 받습니다.(써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하다 못 해 몇 개의 데이터 포인트들을 가지고 linear fit을 하는 것 조차도 고민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값에서 좀 벗어난 결과를 얻게 되면, 본인은 자신의 이론을 확신하겠지만, 그 fitting된 직선의 기울기를 약간, 아주 조금(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조금'이겠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옮기는 행위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editor나 reviewer들이 이런 '조작'을 발견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특정한 과학적 사실을 증명하는 것조차도 이럴진데, 오십명에 가까운 젊은이들이 희생됐고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할 천안함 사건을 지금의 합조단 조사 따위로 믿어 준다고요?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이미 합조단이 저지른 뻘짓거리들은, 가장 대표적인 예가 어뢰 설계도 관련 뻘짓, 이들이 이 사건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 줍니다. TOD 영상의 존재 여부도 속이고, 어뢰 설계도에 대해서도 속이고, 어뢰 파편 발견 과정에 대한 설명도 의심스럽습니다. 게다가 거꾸로 휘어진 프로펠러에 대해서도, 어뢰 파편과 함체에 붙은 알루미늄 화합물에 대해서도, 버블제트에 의한 물기둥에 대해서도, 함체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어뢰 파편이나 박살나지 않은 형광등을 비롯해서 도무지 제대로 된 설명을 한 사항이 뭐가 있는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힐러리가 봤다는 400페이지의 보고서는 애교로 봐줄 정도죠.

만일 어뢰 파편에 '1번'이라는 글자가 없었다면, 그래도 그 어뢰가 북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을까요?
처음에는 북한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숨기려 외국산 어뢰를 썼을 거라 주장하다가 갑자기 북한의 어뢰 파편이 발견된 이유는 과연 뭘까요? 자신들의 소행을 숨기려는 북한이 자신들이 직접 생산한 어뢰를 가져다 썼다고요?

처음에야 '북한 짓이군'하고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도 사실 첫 느낌은 그랬으니까.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어뢰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이해가 가지 않는 면이 많습니다.(물론 여전히 반공/멸공에 미친 사람들이 널렸기는 합니다만.)

근거가 형편없으면 의심받는 게 당연한 일이고, 합조단 조사 결과는 구멍숭숭 뚫린 형편없는 것입니다.
제가 reviewer나 editor였다면 이런 논문은 쓰레기통으로 직행입니다.

'어뢰설'이건 '좌초설'이건 혹은 '피로파괴설'이건 심지어 '충돌설'이건 그 조사 및 증명은 조사 권한과 증거물에 대한 접근권을 100% 가지고 있는 군과 합조단이 해야 할 일입니다. 만일 '어뢰설'이 아니라면? 다시 조사해야죠. 제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