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알 것이다. 버마의 민주화 영웅 아웅산 수치 여사 말이다. 물론 그녀도 한때 정권 잡았을 적에 뭔가 비리 비슷한 거 저질렀다고 그녀를 인정하지 않는 버마 사람들도 많지만.

버마의 정식 국가명은 미얀마인데 이거 1989년인가 군사정권이 국민들 동의도 없이 지들 맘대로 바꿨다는 이유로 지금도 버마의 민주화 세력들은 미얀마라고 하지 않고 버마라고 부른다고 하더라. 해서 나도 버마라고 부르기로 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래도 정식 국가명을 호칭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미얀마라고 부르기로 했다.

미얀마에서 1988년엔가 무지하게 큰 민주화운동이 있었고 그때 군부정권이 총칼로 무자비하게 진압했던 거 알 것이다. 우리로 말하자면 1980년 광주를 생각하면 되겠다. 그 뒤에 아웅산 수치 여사는 가택연금을 여러 번 당했고 군부정권은 그녀를 국외로 추방시키려 무지 애도 썼건만 그녀가 나가지 않아서 실패했다.

좌우지간 미얀마는 우리와 비슷한 면이 있다. 군사정권에게 호되게 당했다는 전력 말이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우리는 그것이 과거형인 반면 미얀마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일 것이고.

하여튼 1999년엔가 김대중 대통령이 미얀마 총리를 만났을 때도 당당하게 얘기한 적이 있다. 니들 그러지 마라고. 웬만하면 정치민주화 이루라고. 한마디로 미얀마의 민주화를 촉구했는데 이거 외교문제도 야기할 수 있는 말이다. 그래도 김대중 대통령은 할 말 다했다. 군사정권 하에서 당해본 사람이기에 미얀마의 정치상황이나 아웅산 수치 여사의 입장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니까 그랬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스탠스를 취했을까? 미얀마에 대해서 말이야. 누구보다도 원칙과 대의를 중요시 여기는 분이시잖아.

놀라지 마라. 참여정부는 미얀마 인권문제에 대해서 모른 체했다. 아니 모른 체한 정도가 아니다. 호의를 가졌었다. 유엔에서 버마 인권결의안이 채택될 때도 뒷짐 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아예 2006년 9월 아셈회의에서 버마 인권 문제에 관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민주화운동의 정통성을 계승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이 말이다.

물론 이유는 있었다. 그 이유란 바로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천연가스전 개발권 확보 때문이다. 국가의 이익이 걸린 문제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원칙과 대의라는 것도 국가의 이익보다 앞설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버마 군정의 해상 유전 주거래 국가 중의 하나가 한국이니까.

이거 말고도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원칙과 대의를 포기한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거 잘 알지 않는가?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도 그거 아닌가? 솔직히 말해서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탄압당해 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 김대중 대통령과 다른 점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이라고 국익이 뭔지 모르겠는가?

난 지금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위치에 있는 이상 무조건 원칙만 따질 수는 없다는 것을 모르는 바도 아니니까. 사실 내가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이더라도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안다.

단지 내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은 왜 노무현 대통령이 국외문제에서는 원칙보다 국가의 이익을 더 중요시 하면서 국내문제에서는 그렇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국내문제라고 해서 국가의 이익과 관계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인데 말이다. 아마도 국내문제에서는 타국의 눈치 볼 것은 없으므로 원칙을 더 중요시 여기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이익이라고 판단했을 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것도 국가의 이익을 더 중요시한 것과 진배없다는 결론도 가능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 간의 문제에서 원칙을 저버리면서까지 국가의 이익을 더 중요시하는 이유는 문제를 전략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문제도 그런 식으로 접근했었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 생각되는 부분도 많다고 생각한다.

이제 대 한나라당 전략도 그런 차원에서 생각 좀 했으면 좋겠다. 전략적 판단 말이다. 여러분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했던 연정제안이나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던 대북송금 특검을 강행한 것도 다 그런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분명히 원칙을 중요시했다. 하지만 원칙만 중요시하지는 않았다. 그것을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노무현을 지지하고 따른다는 노빠들 지금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