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체벌은 없어져야 한다. 체벌은 군대의 얼차려처럼, 자백을 요구하기 위한 경찰의 고문처럼 없어져야 할 야만적인 문화일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냐고 되묻는다면 필자는 원칙적인 답을 돌려줄 수밖에 없다. 학생은 실수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어른은, 교사는 이러한 실수를 용서할 의무가 있다.

그렇기에 교육은 실수하는 아이를 다시 세우는 반복 행위이며 교사와 부모는 실수를 통해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무한 책임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지금이 바로 체벌을 배제한 새로운 교육 방식을 고민하는 좋은 기회가 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시기이다.

내 아이가 맞는 것은 안 되면서 일반적인 체벌은 필요하다는 이중적인 학부모의 자세를 이번 기회에 버려야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면 제각각 학부모인 교사들도 손쉬운 방식으로 아이들을 제압하는 체벌의 유혹을 끊고 아이들과 신뢰를 쌓기 위한 진지한 고민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공부도 못하는 XX가 건방지게..." - 체벌의 기억... 서울시 교육청의 체벌 전면 금지 정책을 환영한다, 고상만,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19553&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6)

 

고상만 씨는 이 기사에서 학생들을 모욕하고 마구 구타하는 교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체벌 금지에 대한 논거로는 약하다. 체벌 사용을 옹호하는 사람들 중에 학생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고 마구 구타하는 것까지 옹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고상만 씨는 실수를 하는 학생들을 용서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이야기한다. 체벌을 옹호하는 사람들 중에 학생들의 실수까지 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고상만 씨는 하라는 공부를 전혀 안 하거나, 수업을 방해하거나,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행위도 실수로 분류하는 것일까? 그런 것들도 다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미 체벌이 금지된 나라가 많이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School_corporal_punishment

 

그런 나라의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나는 잘 모른다. 어쩌면 체벌 금지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체벌이 허용되는 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게 학교가 잘 돌아가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학교가 엉망으로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엄청나게 높은 퇴학률 때문에 학교가 잘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체벌 문제에 대해 뜬구름 잡는 탁상공론이 아닌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체벌이 금지된 나라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자세히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말썽을 심하게 일으키는 학생들을 대대적으로 퇴학시키는 것이 올바른 길인가? 그들을 정신지체자들처럼 특수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나? 이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 것이 정답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체벌 금지를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 백지론 옹호자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어린이는 백지와 같아서 환경만 잘 조성하면 무엇이든 재미있게 배우고, 서로 사이 좋게 지내고, 규칙에 잘 따른다. 또한 선천적으로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도록 태어난 아이들도 없다.

 

나는 진화 심리학과 행동 유전학의 명제 중 상당 부분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에 따르면 어린이에게는 온갖 선천적 메커니즘들이 있으며 어린이들 사이에 선천적 차이도 있다. 어떤 아이들은 더 심하게 말썽을 일으키도록 하는 유전자를 타고난다. 예컨대 정신병질자(psychopath)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심각한 말썽을 일으킨다.

 

소박한 백지론이나 성선설을 믿는다면 체벌을 금지해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믿을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학교 공부가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학교에서 남학생들에게 사냥술, 연애술, 격투기, 성교하는 법 등을 가르친다면 지금보다 훨씬 인기가 있을 것이다. 인간이 사냥-채집 사회에서 잘 번식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에 재미를 느끼도록 설계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의 학생은 사냥-채집 사회에서 필요한 것과는 매우 다른 것들을 배워야 한다. 그렇다고 내가 학교 공부가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재미와 관련된 인간의 선천적 메커니즘을 많이 밝혀낸다면 학교 공부를 지금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진화 심리학이 이 문제의 해명이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미가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지나친 평등주의 때문이다. 현재 대학교 이전에는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과 못 하는 학생들이 하나의 반에서 똑 같은 수업을 듣는다. 따라서 어떤 학생들은 수업 내용을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어떤 학생들은 너무 쉬워서 따분해 한다. 대다수 진보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을 나누어서 가르치는 방식에 우열반이라는 낙인을 찍으며 반대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교육에 대한 제안 2 – 학년제를 폐지하자」에서 어느 정도 다룬 적이 있다.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35

 

 

 

2010-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