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직장생활하면서 월급 받아 아내에게 바치면 아내는 적은 돈으로 생활비, 자녀 교육비, 적금 붓고 시골에 부모님에게도 용돈을 드리죠. 친정부모에게는 그렇게 못하면서도 시부모에게는 꼬박꼬박 용돈 보내드립니다. 대부분은 그럴 겁니다. 마음으로는 친정부모에게도 더 많이 보내드리고 싶겠지요. 남편의 입장에서는 부모에게 더 많이 드리고 싶으나, 아내 눈치 봐야 합니다. 이따금 공돈 생기면 몰래 더 보내드리지요. 아내의 입장에서는 전셋집 넓혀가거나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더 모질어져야 하구요. 우리 모두 그렇게 삽니다.

그런데 시골의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급히 목돈이 필요하다고. 아버지가 입원을 했을 수도 있고, 동생의 등록금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요. 당연히 보내드려야 하지만 아내에게 얘기하면 부부싸움만 합니다. 말 못 하고 속으로 고민만 합니다. 그러나 무슨 수를 쓰더라도 꼭 보내드려야 합니다. 방법은? 마이너스 통장, 대출, 친구에게 빌린다, 다 좋습니다. 단 아내 모르게 해야 합니다. 문제는 세상에 비밀 없다는 겁니다. 나중에 뽀록납니다.

이때 거의 모든 아내들의 반응은 뻔합니다. 절대로 시골에 돈 보냈다고 비난하는 아내는 없습니다. 속으로는 아무리 돈이 아까워도 겉으로는 그렇게 표현 못 하지요. 남편보고 거짓말했다고 나무라지요. 자기를 속였다는 겁니다. 머 부부간에 신뢰가 제일 중요하다나요. 솔직히 얘기하면 다 해줄 텐데 왜 자신을 나쁜 여자 만드느냐는 거지요. 그 말은 맞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얘기해서 될 문제인데도 몰래 하는 미련한 남자는 없습니다. 나중에 들켜서 큰일 날 때 나더라도 당시로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우리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신의 친가에 하는 만큼 처가에 하지는 못합니다. 장인, 장모도 친 부모님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실지로 행동이 뒷받침되기는 쉽지가 않지요. 그래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습니다만, 그러나 아내에게 느끼는 분노의 감정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럴 때 솔직히 아내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처지에 있는 남자의 경우, 그 남자가 똑똑한 거 아닙니다. 그 아내가 매우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인 거지요. 자랑할 만합니다. 그리고 그런 아내를 둔 남자가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