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냐들, 시장 시리즈 썼던 인간이야. 초기엔 댓글도 많이 달아주고 호응이 좋더니만 뒤로 갈수록 축축 처져서 슬펐어. 물론 언냐들 생업이 바빴던 탓이겠지. ^^

걍 잡설 좀 풀께. 시장으로 본 정치 논쟁.

시장 참여자들 사이엔 가장 큰 격언이 있어. 다른 모든 걸 다 합친 것보다 큰 격언이야. 그건 말이지.

"시장은 언제나 옳다"

위의 격언을 도덕이나 가치로 해석하지 마. 오히려 시장은 비도덕적인 경우가 많고 항상 탐욕이 가득해서 비합리적 현상들이 비일비재하게 목격돼.

그런데 왜 언제나 저 격언을 명심해야 하는가.

저 격언이 힘을 갖고 있는 건 저 격언에 기초하지 않으면 절대로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이야. 돈을 버는 건 그만두고... 한강 다이빙 클럽이나 가지 않으면 다행이지. 만약 저 격언을 명심하지 않겠다면 그 사람은 시장을 떠나야 해. 절대로 주식이나 기타 등등을 해선 안돼.(나쁘다는게 아냐!) 왜냐?

저 격언을 믿지 않으면 우선 인지 부조화가 발생해. 시장은 탐욕 덩어리라고 믿고 그 것이 도덕적으로 잘못됐다고 믿는 사람이 시장에 참여하면 그 사람은 자신의 행위가 비도덕적이라는 무의식적 죄책감에 사로잡히지. 그리고 그 죄책감은 그 사람을 파멸로 몰아가기 일수야.  이런 무의식적 충동이 시장 참여자에게 얼마나 무섭냐면 말야..미국의 어느 심리학자가 연구했어. 그랬더니 미국에서 깡통 차는 사람들 상당수에게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억압받은 기억이 남아있다는 걸 발견했지. 즉 그 사람들은 자신을 파멸시킴으로 아버지에게 보복하려는 충동에 사로잡혀 있었던 거야.

실제로 내가 많이 목격하는 경우야. 허구헌날 시장과 그 참가자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자기만 손해볼 수 없다며 뛰어들었다가...그토록 자신이 비난하던 비이성적 탐욕 덩어리 행위를 반복하다 그야말로 파멸을 맞지... 난 부동산에 대해선 거의 관심이 없는데 말야. 내 주변에 부동산 투자로 돈 번 사람들 99프로가 보여주는 특징이 있어. 그 사람들은 부동산 투자에 대해 도덕적 가치 평가를 갖고 있지 않아. 언냐가 그런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든 말든 아무튼 내가 관찰한 바론 그래. 그 사람들에게 중요한건 도덕적 판단이 아니라 자신의 이번 투자가 근거를 갖고 있는가, 만약 내 판단이 잘못됐을 경우 감당할 만한 리스크인가 등등이야. 반면 타인의 부동산 투자에 대해 도덕이나 가치 측면에서 맹렬히 비난하던 어떤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시세 차익을 노리고 뛰어드는 경우... 내 경험상 다수가 실패해. 성공한 소수는 그 뒤부터 인간 자체가 확 바뀌어 버리더군.

두번째로 저 격언을 명심하지 않으면 투자 혹은 투기의 원칙을 가질 수가 없어. 이건 아주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지. 만약 시장이 언제나 비합리적 행위만이 반복된다면 도대체 뭘 기준으로 투자하겠어? 그야말로 도박 혹은 운 밖에 남지 않지. 그렇지만 시장이 옳다고 믿는다면 그 뒤부턴 시장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자신이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투자할 지가 정해지겠지. 물론 후자의 경우라도 돈을 언제나 번다고 말할 수는 없어. 그렇지만 시장이 옳다고 믿는 사람은 이후 실패하더라도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는 마인드라도 갖게 돼.

이를 정치 논쟁, 혹은 행위에 적용하면 어떨까?

난 위의 격언을 이렇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대중은 언제나 옳다."

위에 격언처럼 이는 대중이 도덕적이거나 가치로와서 그렇다는 뜻이 아냐. 대중은 언제나 탐욕스럽고 비이성적이고 지들이 잘못 찍어놓고 정치인만 욕하는 뻔뻔한 존재지.

그럼에도 내가 위의 격언을 명심해야 한다는 이유는 시장 참가와 똑같아.

대중이 옳다고 믿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정치 행위를 할 이유가 없어. 그렇지 않을까? 대중이 잘못됐는데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정치에 관심을 두지? 이런 사람이 정치를 하면 자기 파괴적 행위를 할 수 밖에 없어. 가령 어쩌다 운좋게 대중 다수가 자기를 지지했다고 해봐. 대중 따윈 선동에 휩쓸리는 존재라는 이 사람의 신념은 '다수 대중의 지지'라는 현실과 정통으로 충돌하지. 즉, 이 사람의 평소 신념대로라면 대중의 지지는 결국 자신이 비이성적 선동으로 대중을 속아 넘겼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거든. 물론 사람은 자기 합리화의 동물이라서 그 경우 이 사람은 곧 자신의 신념을 바꾸게...되는게 아니라 바뀌었다고 착각하지.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건 자신이 스스로 믿는 무엇이 아니라 그것과 행위, 경험 등등이 중첩되며 쌓여가는 무의식이야.

두번째 이유도 똑같아. 대중은 언제나 옳다는 입장을 견지하지 않으면 자신의 정치적 행위와 그 결과에 대한 판단 기준을 잃어버리게 돼. 가령  위와 같은 신념을 갖고 있지 않은 정치인은 항상 결과를 편의적으로 해석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히지. 자신이 이기면 '자신이 옳아서'이고 지면 '대중이 역시 후져서'라 치부해 버리지. 이렇게 편의적 해석이 반복되면 이 사람의 정치적 행위는 결국 하나에 귀결될 수 밖에 없어.

포퓰리즘적 선동에 의한 로또.

그리고 대부분 시장은 비합리적이고 옳지 않고 도덕적으로 부패했다고 믿으면서도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인간들과 똑같은 길을 걷게 돼.  한순간의 대박, 최종 결과는 쪽박.

그래서 난 '대중들이 내 주장을 별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잘못된 이들의 선동에 놀아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전제를 깔고 정치적 주장을 하는 인간들을 믿지 않아. 그런 전제와 신념을 깔고 있으면서도 정치적 주장을 반복하거나 심지어 참여하는 이들은 혐오하거나 경멸해. 그들은 자신을 속이고 대중을 속이는 비도덕적 인간이거나 한심한 후진 분자들이지. 거기에 자신은 잘나서 따당하고 믿고 있으니 대책없는 구제 불능자들이고.

그렇지만 앞에 이야기했듯 '난 시장이 옳다고 믿지 않으므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람처럼 '난 대중이 옳다고 믿지 않으므로 정치 따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사람은 존중하지. 그들은 자신의 신념과 행위가 일치하므로 나의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지. 그리고 나는 그렇게 자신의 신념과 행위를 일치하려 노력하고 있는 인간일 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