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니 옛날 첫사랑의 기억이 스물스물 기어나온다.
함께 파도소리를 들으며 밤 바닷길을 거닐던 일 하며 새벽안개가 들판에 깔릴때까지 손을 잡고 이야기하며 거닐던 추억들 말이다
어느 작은 섬  정미소의 일군이었던 내게 매일 엽서에 시와 편지를 써서 보내었던 고등학생이었던 그녀
연인도 아니며 친구이기에도 애매하던 우리의 관계 굳이 정하지 않고 그저 대화하고 만나는 그냥 그런 사이였다.

확인을 요구하지도 확인해 주지도 하려고도 않는 그런 사이
아직도 M 시에 있던 그녀의 자취방에서 잤던 날 쌀통에서 쌀을 퍼내던 소리에 잠을깬 기억이 선명하다

몇년 후 이번에는 내 자취방에서 또 한번 그녀와 같이 잠을 잤는데 (그냥 잠만 잤다고요)
그날 아침 일찌기 그녀는 자리를 뜨고 말없이 서울로 올라간 후 그녀는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그 후 직장때문에 나는 제주도로 떠나고 더 이상 연락이 없었다
이제 그녀의 곱던 얼굴에도 주름살이 생겼으리라
그녀에게도 내 아이들 처럼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을까?
그녀는 어디서 무얼하고 지낼까?
유난히 시를 좋아했던 그녀
지금도 시를 좋아할까
아니면 시인이 되어 있을까?

한번 만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만남 이후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만나서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지만 만나는 것이 두렵다.

내 인생 방황의 시기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한 그리움이 깨어질까 두려운 것이다.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남게 하는 것이 정말 그리워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