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 4일 정도 태국 방콕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여행이 그리 길지 않아서 많은 곳을 돌아다닐 여유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전에 웬 헛바람이 들렸는지 여행 도중에 결산 포스팅을 한다고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짧게나마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실 지금 돌아와 보니 너무 한 게 없는지라 괜히 그런 소리를 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 공항
 방콕에는 공항이 두 개 있습니다. 현재 국제공항으로 사용하고 있는 신공항인 수완나품 공항과, 수완나품 개장 후 잠시 폐장했다가 현재는 주로 국내선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돈므앙 공항, 이렇게 말이죠. 택시비가 아까워서 돈므앙 공항에는 가 본 적이 없지만, 수완나품만을 놓고 볼 때 이 공항 시설은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태국이 관광산업 육성에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이다 보니, 방문객들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공항에 신경을 많이 써 둔 흔적이 역력하지요. 아참, 그리고 웬만한 방콕 거리에 있는 편의점들은 대체로 세븐일레븐이던데 유독 공항에 있는 편의점만은 훼미리마트 체인이더라구요. 별 중요한 건 아닌데 왠지 신기했습니다.

# 실외
 현재 방콕의 날씨는 한국 기준으로 보면 매우 더운 편에 속합니다. 정말 한국의 여름 날씨는 쾌적한 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덥습니다. 더군다나 한국과 비슷하게 이 시기에는 대기의 습도가 높기 때문에 10분 정도만 짐을 가지고 거리를 걸어다녀도 땀 등으로 매우 짜증이 나죠. 선크림을 바르지 않으면 강한 자외선에 피부가 금방금방 타기도 하고요. 설상가상으로 거리에는 각양각색의 노천 음식들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번화가일수록 음식 파는 사람이 그에 비례해서 많습니다. 규제가 있기는 한 모양인데 별로 지켜지지는 않는 것 같고요;) 좀 사람 많은 데를 지나다 보면 음식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결국 어딘가 피신할 데를 찾게 되지요.

# 실내
 여러가지로 짜증날 거리가 많은 실외와는 다르게, 웬만큼 시설이 구비된 건물이라면 실내에는 강한 냉방이 가동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내 환경은 꽤나 쾌적합니다. 특히 시암 파라곤이나 엠포리움 등의 대형 쇼핑몰이나 숙박업소, 여러 지하철 역 등이 그렇죠.(여담인데 방콕에는 지하도가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반이 약해서 지하철 공사가 힘들었다고 듣기는 했는데..) 경우에 따라 너무 냉방이 강해서 옷을 껴입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 인터넷 환경
 방콕의 인터넷 환경은 꽤 좋은 편입니다. 일단 웬만큼 상점이 운집해 있는 골목이나 쇼핑몰 안에는 인터넷 카페가 있어서 시간당 얼마 식으로 돈을 받고 PC를 사용할 수 있고, 컴퓨터 성능도 잘은 모르지만 상당히 좋은 편인 것 같더라구요. 인터넷 속도는 가끔 느린 곳도 좀 있지만 전반적으로 웹서핑을 하면서 짜증내지 않을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그리고.. 인터넷 카페를 이용하는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 듯한데, 인터넷 카페 등의 공용 PC에는 영문판 윈도우가 설치되어 있더군요.

# 교복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태국 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태국에서는 유치원생들과 초등학생들도 교복을 입는데, 국가에서 교복 구입비를 유치원생들부터 고등학생들까지 지원해 준다고 합니다. 뭐, 이 경우에는 사 준다는데 안 입을 이유는 없죠. 근데, 신기하게도 일부 대학생들도 교복을 입고 다닙니다. 대학생들에게는 교복이 있긴 한데 선택사항이라는군요. 그래도 그냥 편해서 입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 모양입니다.

# 교육
 태국의 교육 시스템은 초등학교 6년, 중등학교 6년(3+3), 이후 대학 교육으로 구성되어 있어 한국 시스템과 유사합니다. 명문고와 명문대 같은 개념도 꽤 친숙하고, 일괄적인 대입 시험을 치르게 하여 등수를 매기는 점도 비슷하죠. 좀 여담인데, 아직까지 태국에서는 이공계 선호가 지속되고 있는 듯하더군요. 대입 시험에서 수석을 한 학생이 출랄롱꼰대(태국의 가장 오래된 대학이자 현 최고의 명문. 서울대와 비슷한 개념) 공과대학에 지원하는 게 보통이라네요.

# 출랄롱꼰대
 위에서 적은 것처럼, 태국에서 어떤 사람이 출랄롱꼰대 출신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한국에서 서울대 출신과 비슷한 사회적 후광을 획득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정계나 재계의 인맥과도 직접적으로 연줄을 뻗칠 수 있고, 학계로 나가기도 비교적 수월하죠. 물론 차차 개선되어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만 태국 역시 아직 학벌구조가 상당히 깊게 뿌리박혀 있습니다.
 한 번 방문해 봤는데, 전반적으로 캠퍼스가 잘 정돈되어 있긴 했지만 건물들이 좀 낡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투자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하지만 어딜 가든 학생들의 얼굴에 생기가 넘치는 것은 보기 좋았습니다.

# 탐마삿대
 탐마삿대는 출랄롱꼰대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대학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법, 경제, 정치 등의 사회과학 위주로 편성된 대학이고 인문대학이 추가로 있는 정도라, 인문사회계뿐 아니라 이공계와 의과계, 예체능계 등을 포함한 완전한 종합대학인 출랄롱꼰대와 일 대 일로 비교하기에는 아무래도 좀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법대 등 사회과학 계통에 있어서는 탐마삿대학이 출랄롱꼰대보다 낫다고 이야기하기도 하더라고요. 여기 역시 한 번 가서 둘러봤는데, 시내 한복판에 있는 대학이라 캠퍼스 부지가 좀 좁은 느낌이었습니다.(**)

# 육교
 방콕 거리에는 육교가 많습니다. 지상에 있는 차로 위에 육교가 평행하게 펼쳐져 있는 경우도 있지요. 육교 위에는 상인들이 별로 없어서 걸어다니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대표적인 육교로는 시암 스퀘어 위의 시암 하이워크가 있죠. 이런 육교들이 지상철(스카이트레인) 역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도 많은데, 이럴 때 그 교차점에는 편의점이나 제과점 등이 육교 위에 종종 입점해 있습니다.

# 지상철과 지하철
 방콕 시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택시와 지상철, 지하철입니다. 특히 지상철, 지하철 역에는 경찰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어 안전하기 때문에 이동시 이 둘을 가장 애용하게 됩니다.(태국인들은 싼 가격 때문에 버스를 더 자주 이용하는 듯한데, 저는 태국어를 잘 못해서-목적지를 태국어로 설명해야 한다고 합니다- 버스는 타 보질 않았습니다) 다만 노선이 아직 많지 않아서 관광 중심지인 왕궁이나 카오산 로드, 국립박물관 등을 가야 할 때는 다른 교통수단에 의지해야 하지요. 전반적으로 시설을 평가하자면 최근에 개통된 공항철도 등을 빼면 전반적인 시설은 한국의 지하철과 비슷하거나(3기 지하철의 경우) 그 이상(1, 2기 지하철의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용객에 비해 운행 차량의 수가 적다는 것이 단점.
 처음부터 준설 계획이 따로 잡혔기 때문에 지상철은 항상 육교 위로 다니고(그래서 스카이트레인이라고 하더라구요), 지상철과 지하철 노선이 엄격하게 나뉘어 있어서 서로 환승도 못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약간 불편하기도 했죠.(지상철 간에는 환승이 됩니다)

# 수상버스
 또다른 주요 교통수단으로는 수상버스가 있습니다. 방콕 중심부를 지나는 차오프라야 강을 따라 수상버스 선착장들이 설치되어 있고, 여기에서 표를 구입하여 수상버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수상버스라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니고 그냥 운송용 배인데, 선실 좌우로 창문이 나 있어 강과 그 양안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게 상당한 강점입니다. 가격도 지상철-지하철에 비해 싼 편이죠. 유일한 단점이라면 운행 주기가 좀 길다는 정도.

# 서점
 이번에 여행을 하면서 서점을 몇 군데 찾아다녀 봤는데, 태국어 위주로 되어 있는 서점은 일단 제가 뭔가 읽을 수가 없으니(..) 영어 도서가 적절하게 섞여 있는 서점들을 주로 방문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기노쿠니야(kinokuniya, 紀伊國屋書店)죠. 일본계 서점 체인인데, 상당히 규모가 커서 일본, 태국 외에도 미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도 점포가 있다고 합니다. 제가 찾아본 기노쿠니야는 앞에서 언급한 대형 쇼핑몰인 시암 파라곤과 엠포리움 내에 입점해 있는 것이었는데, 태국어 서적 외에도 굉장히 방대한 양의 외국어 서적(주로 영어 서적, 일부 중국어, 일본어 서적)이 있었습니다. 영어 서적의 양만 따지자면 교보문고 외국어 서적 코너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더라구요. 오히려 태국어 서적보다 영어 서적이 더 많았습니다.(*)

# 도서관
 태국 시내에는 제가 못 찾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도서관이 좀 적습니다. 대학 도서관들을 제외하면 지도에 나와 있는 도서관들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던 듯하네요. 가장 큰 도서관은 국립도서관인데(시내에서 좀 떨어진 북쪽에 있어서 택시비가..ㅠㅠ), 300~400만 권 정도의 장서량은 분명 한국이나 일본 등의 초대형 도서관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위용 있었습니다. 도서관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아늑했달까.. 대부분 태국어인 장서를 읽지는 못하니 그냥 구경만 하다 나왔네요. 제가 간 날이 휴일이라서 사람들로 상당히 붐비기도 했고요.

# 일본 사랑
 태국인들은 일본 사람들에게 상당히 호감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요새 한류 붐이 일면서 쇼핑몰 등을 걷다 보면 한국어 노래가 심심찮게 들립니다만, 아직 일반인들은(제 경험이니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한국보다는 일본 쪽에 호감이 있는 듯. 에피소드 하나를 들자면.. 마침 제가 공항에 도착한 시기가 새벽이었는데,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노라니 갑자기 '와~' 하는 함성이 들리길래 뭔 소린가 했더니 그날 있었던 일본-덴마크전에서 일본이 골을 넣어서 식당 TV로 응원하던 사람들이 지른 함성이더라구요. 잠시 후에 다 먹고 식당을 나와서 둘러보니 수완나품 3층 식당가 전체가 일본-덴마크전을 관람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나중에 있었던 한국-우루과이전 때는(이건 카오산 로드에 있는 식당에서 밥 먹으며 관람했는데) 상대적으로 열기가 그저 그렇더라구요. 이 외에도, 시암 파라곤 내의 광고에도 일본을 응원하는 내용이 많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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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태국어 서적의 인문사회과학 코너의 반 이상이 태국 국내 정치현황 및 탁신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번역물이나 일반 연구서는 상대적으로 더 비중이 적은 느낌입니다. 또 사회과학 코너에서는 탐마삿 대학 출판부 도서가 비중이 큰 듯. 일반 번역물 중 제가 대략 뭔 내용인지 표지와 속지를 통해 알아볼 수 있었던 것만 적어 보자면,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사』, 미셸 푸코 개설서 및 푸코 번역서, 포스트모던 관련 개설서 한 권, 동남아시아 정치에 관한 책 몇 권(아마 그 중 한 권의 제목이 『나의 사랑하는 동남아시아』 였던가..), 마르크스의 『자본』과 『공산당 선언』, 레닌의 『무엇을 할 것인가』(『공산당 선언』과 『무엇을 할 것인가』는 문고판),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 저자는 기억나지 않는데 표지가 인상적인 『파이널 엑시트』, 루소의 『사회계약론』, 베버의 책들 몇 권, 식민주의와 신식민주의에 관한 책 한 권, 베트남 전쟁에 관한 책 한 권, 2차대전에 관한 책 한 권, 태국 헌법에 관한 책이 한 권,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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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추가) 이건 제가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인데, 직접 탐마삿대 웹사이트를 보니 이공계 학과들도 있군요. 음.. 저는 인문사회계만 있는 캠퍼스를 방문했었던 거네요. 찾아보니 이공계 학과는 1980년대쯤 되어서야 추가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