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냐들, 잘 있었어? 시장 잡설 3편이야. 오늘 모처럼 땡땡이칠 기회가 왔길래 짧막한 잡설 하나 올릴께.

허생전은 모두 알거야. 허구헌날 책만 파던 선비가 마누라의 바가지를 감당하다 못하여 장안의 갑부 변씨에게 1만냥을 빌려 떼돈을 번 뒤 10만냥으로 되갚은 이야기. 허생이 떼 돈을 번 방법도 모두 알거야. 제주도의 말총을 싹쓸이해 가격 폭등을 유도한뒤 되팔아 차익 얻기.

허생전은 시장의 속성을 보여주지. 이른바 독과점의 폐해. 보이지 않는 손이니 뭐니 시장의 자율적 메커니즘을 강조하지만 소수의 슈퍼 파워가 시장을 왜곡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좋다 나쁘다를 떠나 이런 측면은 분명히 시장의 어떤 측면을 보여줘. 당장 주식 시장에서 허생식 작전(?)은 불법이 아니야. 5프로 이상 매집했을 때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는 법을 지키면 아무 문제가 없어. 물론 갑자기 특정 창구에서 특정 종목의 거래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면 금감원의 감시가 들어가고 곧 투자 유의나 경고 등의 조치가 내려지지만 어쨌든 어떤 종목을 싹쓸이하고 있는 큰 손이 '난 이 종목 좋아서 싹쓸이 중이다, 꼽셔멍?'하면 더이상 제재할 방법은 없어.

그렇지만 대개의 선수들에게 허생식의 매집이 효과적이냐고 물으면 고개를 갸웃할거야. 대부분 '가격을 올릴 순 있지만 되팔긴 어려울 것'이란 대답이 나오겠지.

한마디로 말해 시장의 흐름이나 추세를 쫓아 매집이 이뤄지면 모를까, 또 19세기 조선처럼 규모가 너무나 작은 시장이라면 모를까, 단순히 매집하는 것만으로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거지. 왜냐면 시장의 역공을 받을 테니까.

이게 무슨 말이냐.

1980년대 한국 증권가를 주름잡았던 광화문 곰이란 형아가 있었어. 이 형아가 얼마나 대단했냐면 말이지. 당시 광화문 곰 형아가 한번 움직이면 한국 주식 시장의 30프로가 왔다 갔다 했다고 해. 이 형아의 투자법은 아주 단순했어. 넘버 3의 송강호처럼 ‘너 주식이야? 나 광화문 곰이야.’ 그리고 냅다 나오는 족족 사는 거지. 그러다 어느 순간 물량이 씨가 마르고 가격은 폭등해. 그래서 오를만큼 올랐다 싶은 순간 갖고 있던 물량을 퍼붓는거지. 지금도 비슷하지만 이런 연유를 모르는 일반 개미들은 곰 형아가 매도하고 있는 와중에도 계속 오를 줄 알고 사들였다 피를 많이 봤지.

그런데 그래서 어떻게 됐느냐... 이 형아의 무식한 작전을 그 끝을 준비하기 시작해. 한동안 잘 나갔지. 이 형아가 매집한다는 소문만 돌아도 가격은 폭등했지. 어떻게든 초반에 같이 매집해서 한 몫보려고 모두 아우성이었지. 그렇지만 말야... 그 와중에 나름대로 실탄이 있던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거야. “오... 그렇다면 내가 먼저 나비처럼 먼저 매집했다 곰보다 빨리 팔면 더 많이 벌 수 있잖아?” 곰 형아의 화려한, 그러나 무식한 작전은 조금씩 장애를 만나기 시작했고... 드디어 마지막 불꽃이 타올랐지. 지금은 SK로 바뀐 유공 주식을 매집하는데... 곰 형아는 과거처럼, 또 종목 이름처럼 활활 타오르길 기대했지만... 예상 외로 가격은 떨어지기만 했어. 이른바 곰 형아의 일거수 일거족을 보고 있던 세력들의 역작전에 걸려 버린 거지. 아니 어쩌면 이건 그냥 전설일 거라 생각하는데 말야.

내 생각에 이 형아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이 달라졌건만 그걸 깨닫지 못했다는데 있었어. 이 형아에게 큰 부를 안겨줬던 건설업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시장 자체가 침체기로 접어든 반면 그 규모는 이제 이 형아가 좌지우지할 수 없을 만큼 커져있었음에도 자신이 처음 뛰어든 70년대 방식을 고집했다는 거지.

한마디로 시장에 맞선 대가를 치른 거지.

그래서 아무튼 이 형아는 90년대가 지나자 시장에서 은퇴하고 조용히 지냈다고 해. 막판에 엄청 크게 털어 먹었음에도 워낙 어마어마한 거부였기에 삼대가 먹고 살기엔 부족함이 없더라는 뒷말이 있지만...진실은 아무도 모르지. 뭐 지금도 강남 곳곳에 이 형아의 땅이 남아있어서 사유지인줄 모르고 공원이나 등산로 등등으로 이용하고 있는 강남 사람들을 보며 무덤에서 ‘고마운줄 알아. 이거뜨라.’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상상을 난 하곤 하지만...

전설따라 말이 너무 새버렸어...--;;;

주제로 돌아가지. 아무튼 허생전이나 광화문 곰의 사례에서 보이듯 자본주의의 탐욕을 상징하는 매점매석은 초기 단계에선 강한 힘을 발휘하지만 시장의 자율적 메커니즘이나 발전 단계에 조응하지 않으면 오히려 파멸을 부를 수도 있다는 야그야. 한마디로 시장은 개별 주체 따위는 언제든지 날려버릴 수 있는 ‘잔혹한 주체’라는 것이지. 시장은 개별 주체의 사정 따윈 봐주지 않아. 그가 어마어마한 큰 손이든, 당장 돈을 벌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 밖에 없는 가난뱅이든, 주식으로 패가망신을 했든 말았든, 심지어 수천만이 모여 사는 국가든 뭐든 자신의 메커니즘과 맞지 않으면 성큼 성큼 짓밟고 가는 존재지.

여기서 이런 의문이 떠오를 거야. 그렇다면 시장의 메커니즘을 쫓을 때 돈을 벌 수 있다는 야그냐?

엑셀런트! 허접 하수인 내가 장담할 순 없지만 시장에선 대부분 그렇다고 해. 그게 기본이라는 거쥐.

그렇다면 시장의 메커니즘은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나야 당근 모르지. 허접 하수니까. 그렇지만 동양 삼국에서 일찌기 그 모범을 보여준 사람이 있었으니...바로 일본의 혼마 무네히사야.

이 형아가 살았던 시절엔 말이지. 주식 시장이 당근 없었어. 대신 더 무서운게 있었지. 쌀 선물 시장. ^^

선물을 모르는 형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면 말야...선물은 미래에 어떤 물건이 오르거나 내릴 거를 예상해서 미리 사고파는 걸 말해. 쌀 선물을 예로 들면 봄에 가을에 살 쌀을 미리 사두는 거지. 이게 상인과 농인의 직거래만 있으면 별로 큰 시장이 아니지만 선물 계약서 자체의 시장이 또 형성되면서 레버리지가 어마어마하게 커져. 가령 내가 봄에 나주 사는 바람가극 흉야와 가을에 한말에 만냥씩, 100말까지 사기로 약속하고 계약금으로 10만냥을 줬어. 그런데 여름에 비 한방울 안내리는 가뭄이 연속되면서 아무래도 쌀값이 최소 몇배는 폭등할 거 같은 거야. 지금처럼 외국으로부터 쌀 수입도 안되고 정부가 비축미등을 통해 관리하던 시절도 아니니 열배, 스무배를 넘어 수십배 폭등도 비일비재했을 거야. 그러면 슬슬 아니 엄청나게 그 계약서 가격이 폭등해.

가령 이런 거야. 먼저 최소 쌀값이 5배는 오를 것이라 본 자게의 와러퍼큐형이 와서 날 꼬시기 시작하지. 지나가다 007언냐, 그 계약서 내가 100만냥 줄께. 언냐는 가만히 앉아서 열배 벌고 난 나중에 쌀값 오르면 벌고, 서로 윈윈, 조차나?

와러퍼큐형 계산은 이러해.

비용 - 게약서 100, 한섬당 0.9x100 합계 190만냥
판매 - 5만냥 x100 500-190 고로 310만냥 이득

그러면 지나가다 007인 나는 썩소를 날리지.

‘퍼큐형아, 지난번에 룸에서 나한테 뒤집어 씌우고 도망간 옛정을 생각해서 걍 생각만 해볼께.’

와러퍼큐형은 투덜투덜하며 떠나가. 그런데 난 왜 앉아서 10배 벌 기회를 걷어찼냐. 아니나다를까 쌀이 폭등할 것 같다는 소문에 온갖 지나가다가 내 집 앞에 와서 아우성을 치는 거야.

‘007 형아, 내가 와러퍼큐보다 10만냥에 더줄께. 저번에 노래방 내가 쐈잖아. 알지?’

‘난 거기에 10만냥 더~~’

‘거기에 20만냥 더~~’

급기야 막판엔 단타꾼까지 몰려들지. 선물계약서 가격이 하루에 10만냥씩 뛰어오르니 딱 하루만 갖고 있어도 10만냥이 그냥 생길 수도 있거든.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른 끝에 지치고 지친 지나가다 언냐들이 지나가다 선물 매수단이란 단체를 결성해서,

‘같은 형제면서 독식하는 007은 자폭하라~~’
라는 플랭카드를 내걸 무렵 난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지나가다 부족원으로 동지애와 형제애, 자매애를 발휘하여 내 300만냥에 염가 판매하겠소.”

우와. 10만냥짜리 계약 하나로 앉아서 30배 벌어들인 거야. 그래도 말야, 와러퍼큐형 계산대로 현물이 5배만 올라도 110만냥 남을 수 있으니
지나가다 선물 매수단 입장에선 아직까지 손해 본 건 아니야.

그런데 띠불, 내가 판 다음날부터 기특하게도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그 흔하디 흔한 가미가제식 태풍 하나 없이 추수철이 되버리네? 5배 폭등은 커녕 반값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하지. 간단히 말해 선물계약서 쥔 사람은 계약 이행을 포기하는게 차라리 낫게 된거야. 물론 그 경우 소송 당해 감옥갈 각오도 해야겠지.

아무튼 이 상황이 되면 300만냥에 산 계약서는 웃돈 주고 팔기는 커녕 누가 공짜로 가져 가기만 해도 감지 덕지가 되버리지.

이 상황에서 007인 나, 다시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지나가다 선물 매수단에게 나타나.

“계약 이행 못해 감옥가게 된 형제들, 내 옛정을 생각해서 10만냥만 내게 ‘주면’ 그 선물 계약서를 도로 사주겠소.”

세상에 돈을 받고 사는 그런 법이 어딨냐고 말할 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지나가다 선물 매수단 입장에선 칼을 물고 죽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그 상황에선 나름대로 합리적인 거래야. 감옥가기 싫어 계약서대로 90만냥 주고 100섬을 샀다 섬당 5천냥에 팔면 40만냥 손해인 반면 계약서를 나한테 떠 넘기면 10만냥만 주면 되거든.

아무튼 울며 겨자 먹기로 10만냥 주고 계약서를 판 다음날.... 이런 뉭기미, 갑자기 모세 시절 이집트를 휩쓸었던 메뚜기 떼가 타임 워프해서 나타난거야. 다시 선물 계약서는 10배, 20배씩 뛰기 시작하지.

엉아들, 007이 몇배를 벌어들였는지 상상이 가? 극단적인 경우지만 당시 일본의 선물 시장에서 흔히 벌어졌던 풍경이기도 해. 온갖 우연으로 점철된 시장에서 부나비들의 탐욕과 탐욕이 맞부닥치고 온갖 작전과 역정보가 난무하며 하루에도 떼부자와 파산자가 속출했지.

혼마는 저런 복마전에서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큰 부를 이뤘고 자선과 구휼로 큰 존경까지 얻었다고 해.

그렇다면 혼마를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단순히 큰 부자가 되었기 때문에?

당근 그건 아니지. 그런데 글이 너무 길어졌어.(전설 따라 글이 더 새버렸어.--;;;) 그리하여 핵심을 다음 기회에 넘기는 용두사미로 일단 이 이 글을 끝낼께. ‘니가 쓰는게 다 그렇지, 뭐’라고 비웃는 언냐 있다면...



emoti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