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세종시 문제를 깊이 있게 들여다 본 건 아니지만, 그냥 한 문장으로 표현해보면,
"정부 부처(9부2처2청)를 내려 보낼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이 간단한 문제를 현 정권은 수정안을 제시해서 복잡하게 만들어 버렸는데, 쉽게 말해서 정부 부처는 내려 보내지 않고 그 대신 교육기관, 연구기관, 기업들을 유치해서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만들어 주겠다는 거죠. 그 핵심은 원안이 자족기능이 부족해서 성공하기 힘들고 행정기관의 분산은 정부의 효율 저하를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일단 저는 행정기관 이전으로 인한 효율성 저하 주장은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효율 저하가 없기 때문이 아니고 그 효율 저하 정도가 못 견딜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무원들의 경우라면 더욱 더 그렇겠지요. 공무원들이 효율을 논하는 걸 보고 있으니 좀 우습기까지 합니다.

사실 서울에 살다가 갑자기 충청도로 내려가야 한다면 소속 공무원들의 불만이 적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만, 제가 있던 기관에서도 이전을 한 적이 있어 직접 겪었던 바로는 이러한 이전은 별로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사실 더 심각한 문제는 원안의 자족기능 부족으로 유령도시화될 것이라는 주장인데, 이것은 사실 행정기관이 내려가는가 아닌가와는 오히려 상충되는 주장이 아닐까요? 자족을 위해선 기업이나 그 밖의 기관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이 내려가는 게 더 유리할 것입니다. 행정기관이 내려가도 원안의 자족기능이 부족하다면 추가 법안을 만들어 자족기능을 향상시켜 주면 될 일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행정기관 이전을 안 하는 데 동의해주면 온갖 혜택을 줘서 자족을 넘어선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를 만들어 주겠다는 말은 "내 말 잘 들으면 맛있는 것 많이 주지."라는 협박일 뿐이고, 조선일보의 사설은 '세종시 이전'을 '노무현의 대못'이라고 표현하고 있어 이 법안을 보는 시각을 엿보게 합니다.

결국 문제는 행정기관 이전으로 인한 효과와 효율저하 중에 어느 것이 더 지배적이냐가 될 겁니다.
자족기능 운운은 어차피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던져주는 떡에 불과하고 세종시 수정안에 행정기관 이전이 들어가서는 안 될 이유도 없습니다.

행정기관 이전으로 인한 효율 저하를 비용을 산출하면 대략 3~5조원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정책품질저하비용이 연간 3.65조원, 성장 잠재력 저하 비용이 1.03조원이라고 하는데요, 대략 2시간 거리 떨어져 있다고 정책품질이 떨어지고 성장 잠재력이 저하된다는 게 참 우습습니다. 뭘 어떻게 계산했는지 좀 찾아 봤지만 근거 자료를 보기는 힘들고, 비용의 산출이 '화상회의가 비효율적이다. 업무협의가 많을수록 정책의 품질이 향상된다. 통일수도는 서울이 돼야 한다.' 등의 좀 어의없는 가정을 깔고 있다고 하네요.

3~5조원의 비용은 절대적으로 본다면 대단한 금액이긴 합니다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종시가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서울/수도권의 분산 효과가 좀 나준다면, 그래서 서울의 교통 상황이 개선되어 차량들이 하루에 출퇴근 시 30분만 공회전을 줄일 수 있다면 이 금액도 엄청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매연 감소나 20분의 여유 시간으로 시민들이 얻게 되는 이득은 일단 고려하지 않고도 오로지 연료 절감만으로 얻게 되는 비용 절감은,

200일(365일 중 200일 운행) x 200만대(서울시 280대 중 200만대 운행) x 0.75리터(공회전시 분당 25cc 소모) x 1700원/리터
로 계산하면 놀랍게도 5천억원이나 됩니다.

단 한 가지 측면만 가지고도 행정기관 효율 저하(상당히 과장되게 계산되었겠죠.)의 1/10을 상쇄하고도 남습니다.
교통개발연구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ASEM 기간 중 실시한 자가용 2부제의 효과로 교통량이 11%쯤 줄었는데, 이 때 교통혼잡비용 감소는 하루 57억원에 달한다고 하니(1년 기준으로 2조원이 넘습니다.) 서울인구의 5% 가량인 50만이 세종시로 옮아 가면 1조 정도는 충분히 절감될 것으로 보입니다. 위의 계산이랑 일맥상통하는 셈이죠.

세종시 문제는 현 정권이 '노무현의 대못'이라는 관점이 아닌, 정말로 경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세종시 법안을 백지화하기 보다는 오히려 plus alpha를 더해 자족기능을 추가하고 보다 성공적인 사업으로 만들어 오히려 충청도의 표를 싹쓸이 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들여다 봐도 공무원들에겐 어울리지도 않는 '효율저하'라는 유일한 이유를 들어 신뢰성을 잃은 건 큰 패착이라 보입니다.
국토해양위에 이어 본회의에서도 부결되었는데 나중에 세종시 이전을 엉망으로 만들고 뒤집어 씌우기라도 할 모양입니다만 사람들이 그렇게 어리석지는 않다고 봅니다. 더 어깃장을 놓다간 앞으로 대선에서도 큰 코 다칠 텐데, 국가백년지대계를 위해서도 이 일에 대해서만은 사심 버리고 기존 원안의 부족함을 채워 제대로 추진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