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보다 더 잘 협동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가 있다. 여러 학자들이 그 이유를 친족 선택에서 찾는 것 같다. 그들에 따르면 이란성 쌍둥이의 경우 근친도(degree of relatedness) 0.5(50%)인 반면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에는 1(100%)이다. 따라서 일란성 쌍둥이가 서로에게 더 이타적으로 행동하도록 친족 선택에 의해 진화했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그럴 듯한 설명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대 보겠다.

 

우선 인간이 쌍둥이를 낳는 경우가 지극히 드물다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따라서 쌍둥이와 관련된 선택압(selection pressure)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쌍둥이와 관련된 메커니즘이 따로 진화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에 비해서는 더 협조적이다. 하지만 군체(colony) 내의 개미들 사이의 협동이나, 한 개체 내의 세포들 사이의 협동에 비하면 훨씬 덜 협조적이다. 만약 일란성 쌍둥이와 관련된 친족 선택이 강력하게 작동했다면 일란성 쌍둥이는 서로에게 거의 절대적으로 이타적으로 행동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둘 사이의 근친도가 1이기 때문이다.

 

 

 

나는 일란성 쌍둥이가 잘 협동하는 이유는 서로 너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하면 서로 마음이 잘 맞는 것이다. 인간은 서로 잘 통하는 사람끼리 더 잘 협동하는 경향이 있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같기 때문에 서로 아주 비슷하게 발달한다. 그래서 습관도, 취미도, 취향도, 정치적 입장도 비슷하다. 이런 사람들끼리 마음이 잘 통해서 더 잘 협동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친족 선택 때문에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보다 더 잘 협동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일란성 쌍둥이와 관련된 선천적 심리적 메커니즘이 따로 진화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단지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보다 더 잘 협동한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보기 힘들다. 물론 일란성 쌍둥이가 더 잘 협조하는 이유는 친족 선택과 무관하며 서로 마음이 잘 맞기 때문이라는 나의 추측을 입증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2010-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