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난번 지방선거의 결과를 별로 예상치 못한 것처럼, 현재 이명박의 레임덕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매우 빠른 속도로 이명박의 레임덕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봅니다.

1. 세종시 수정안 본회의 표결 강행에 대해 한나라당의 친이 계열조차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의중이 명백히 담긴 사안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 65명만이 서명한 상태입니다. 한나라당 의원 전체의 과반수에 못미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친이 직계조차 서명을 거부한 의원이 적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이것은 레임덕을 떠나서 사실상 현직 대통령에 대한 선상반란 수준입니다. 만일 김대중이나 노무현 정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아마 조중동이 국가변란 사태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겠지요.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조용합니다.

2. 최근 양천경찰서 고문 사건과 관련해 경찰대 1기 출신인 채수창 서울 강북경찰서장이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습니다. 이것은 사실 상상하기 어려운 사건이네요. 국민의정부, 참여정부 때는 공무원들의 '발언'이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이었지만 이런 사건은 발생한 적이 없습니다.

좋게 말하면 공무원들의 권익의식이 높아진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상하 기강이 완전히 무너진 사건입니다. 말 그대로 조직 상층부가 부하들의 신뢰를 완전히 상실한 경우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이것 역시 지방선거 패배로 인해 이명박의 '영'이 서지 않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3. 국무총리실 공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도 이것 장난 아닙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이고, 이런 사건이 외부로 터져나온 것도 조직이 무너졌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사건이 발생해도 정권 차원에서 어떤 수습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권의 각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주역들이 정권의 명운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각자 자신의 목숨을 구해서 동분서주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친박계를 중심으로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명박에게 "탈당하라"는 압력을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최소한 대통령 선거 운동이 본격화되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에나 볼 수 있는 현상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이제 임기 겨우 절반을 돌아선 상황입니다.

우선 생각나는대로 거론했습니다만, 실제 권력 누수 현상은 이보다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이명박 자신도 뭣 하나 확실한 원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미FTA와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도 그렇지만 4대강 사업과 인적쇄신 문제도 확실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것 같지 않더군요. 원래부터 막장 성격이 강한 정권이라서 그런지 이렇게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그럭저럭 별 탈 없이 굴러가는 것 같기도 하구요...

앞으로 판이 어떻게 굴러갈 것으로 보십니까? 사실 지금 흔들리는 모습으로 보면 이명박이 거의 식물대통령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높은 것 같은데, 또 의외로 쉽게 수습이 되어서 이명박이 욕 먹으면서도 그럭저럭 임기 말까지 잘 버티고 나아가... 정권 재창출도 가능할 것 같기도 합니다.

아크로 논객 제위의 활발한 의견 개진을 기대합니다. 정말 저도 궁금해서 강호제현으로부터 좀 배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