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합, 아쉽게 졌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은데...

저야 축구 아마추어 수준도 못되는 '무관심' 수준입니다만, 제 느낌으론 우루과이가 전력을 다하지는 않은 것 같더군요.

한국이 볼 점유율이 높고, 게임을 주도한 것처럼 보인 것은 우루과이가 첫 골 넣은 후 추가골을 노리지 않고 소극적인 시합을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그냥 한 골 차 승리를 그대로 굳히려 하는 분위기더군요. 사실 승점을 다투는 예선리그도 아니고 다득점 노릴 이유도 없죠.

이러니 한국이 미드필드를 장악하고 계속 게임을 주도한 것처럼 보였던 겁니다. 하지만 이청용이 동점골 넣고 나자 우루과이의 움직임이 순식간에 달라지더군요. 그때부터 한국의 미드필드 장악력은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우루과이의 추가골... 그리고 그대로 시합은 끝났죠.

우루과이가 전력으로 대결하는 시합이었다면 최소한 3골 차로 졌을 것으로 봅니다.

사실, 완전히 중원 내주고 하는 시합인데도 한국의 공격은 아예 상대편 골문에 닿지 않는 그런 느낌... 상대편이 적극적으로 막아서가 아니라 아예 힘이 딸려서 닿지 않는 느낌 있잖아요. 예를 들자면 권투에서 헤비급이 그냥 한팔만 내밀고 페더급 얼굴을 밀치고 있으면 페더급이 아무리 양 팔 휘둘러도 헤비급 선수 몸통을 가격하지 못하는 모습이랄까요?

제가 보기에 한국은 여전히 월드컵에서 북한이 과거에 거둔 성과(성적이 아니라)만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적만으로 보자면야 4강까지 갔으니 남한이 북한을 추월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내용으로 보자면 전혀 아닙니다.

2002년이야 홈그라운드에다 온갖 심판 판정에... 사실 내세울 만한 것이 아니죠. 그것 빼놓으면 한국은 이번에 처음으로 16강 간 겁니다. 원래 월드컵은 전세계 16개팀이 참가했죠. 한국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참가한 후 16개팀이 참가하는 월드컵 본선에는 한 번도 못 나간 것으로 압니다. 참가팀이 24개, 32개로 늘어나면서 비로소 본선 참가가 가능했죠.

그런 점에서 보자면 사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은 1954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나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북한이 1966년 런던 월드컵에서 거둔 성과는 월드컵 역사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당시 이태리를 꺾고 포르투갈과의 시합에서 3대0으로 앞서다가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계속 공격 전술을 구사하는 바람에 결국 5대3으로 역전패했습니다만, 정말 멋있는 시합이었고 당시의 파이팅은 세계 축구계에서 여전히 강력한 인상으로 남아있습니다.

어느 분도 지적하셨습니다만, 사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시합은 시합 자체로 보자면 가장 재미도 없고 구경할만한 가치가 없는 그런 시합이었다고 봅니다.

한국 축구의 인상을 표현하자면 지리멸렬, 지지부진, 오합지졸... 좀 심했나요? 하지만 한국 축구는 자기 전술도 없고, 자기만의 색깔도 없는 것 같아요.

허정무를 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 축구 전반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한국이 제아무리 용을 쓴다고 해도 10여년 안에 월드컵 우승을 노려볼만한 그런 전력은 아니지 않나요? 그렇다면 국가 대표팀을 운영하고, 월드컵에 나가서 싸우는 '목표'도 다시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요?

예선리그에서 떨어져도 좋으니, 좀 화끈하게, 파이팅 넘치는 그런 시합 그리고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그런 이미지를 갖췄으면 합니다. 눈치 보면서 공 뒤로 돌리지 말구요. 3전 전패로 예선 탈락해도 그렇게 뭔가 화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한국 축구나, 한국의 이미지나... 모든 점에서 이익이지 않을까요?

특히 요즘 축구는 그런 긴장감과 드라마가 점점 실종되고 있습니다. 축구팬들이 세계 축구계에 새로 등장한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등에 열광했던 것도 지금은 사라져서 찾아보기 어려운 축구 본래의 야성이랄까, 자유로운 영혼(?) 그런 것을 봤기 때문 아닐까요? 만일 누군가 의도적으로, 전략적으로 그런 모습을 자신의 브랜드로 추구해간다면 대단한 마케팅 효과를 가질 것으로 봅니다. 한국 축구가 성적이나 실력으로 세계 정상을 노리기 어렵다면 그런 식의 마케팅도 한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자신할 수는 없지만, 저렇게 할 경우 오히려 성적도 더 나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 성적보다 못하면 뭐 얼마나 더 못하겠습니까? 그리고, 과거에 보면 한국은 예선리그에서 탈락이 확정된 후에, 거의 포기한 시합에서 훨씬 좋은 몸놀림을 보인 것 아닌가 싶습니다. 주눅이 드는 바람에 제 실력 발휘도 못하고 무너진 경우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죠.

그럴 바에는 전략이고 뭐고 최소화하고 선수들에게 "니들 평소 뛰던대로, 니들 하고싶은대로 한번 죽도록 뛰어봐라"고 해주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축구 문외한이 그냥 한번 생각해본 그런 몽상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