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bric에서는 합조단의 알루미늄 산화물 분석결과가 천안함 사고의 원인이 어뢰 폭발의 결정적 증거인가, 아니면 잘못 분석되었거나 조작일 수 있는가를 놓고 열띤(?) 논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쓴 글을 여기에도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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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고의 알루미늄 산화물 논쟁

                                                                          2010.6.26


합조단은 천안함 선체와 어뢰 프로펠러에 흡착된 물질(알루미늄 산화물), 그리고 폭발 실험에서 얻은 물질이 동일하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이는 천안함이 어뢰 폭발로 침몰한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버지니아대 이승헌 교수가 합조단의 분석결과는 모순이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본격적인 과학적 논쟁이 시작되었다.

먼저 여기까지 진행된 논쟁 과정을 기술하고, 향후 이 논쟁을 보다 생산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언해 보고자 한다.


1. 합조단의 발표 내용


합조단은 5월 20일 발표에서 세 가지 흡착물질에 대한 분석 데이터를 어뢰 폭발이 있었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합조단이 ⓐ함수, 함미, 연돌 등 천안함 선체에서 발견된 흡착물질(이하 “선체 물질”), ⓑ어뢰 프로펠러의 흡착물질(이하 “어뢰 물질”), ⓒ수중 폭발 실험 뒤에 검출된 물질(이하 “실험 물질”) 세 가지를 에너지 분광기와 엑스선 회절기로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가) 에너지 분광기 분석결과 검출 물질

ⓐ선체 물질 : Al, C, O, Na, Ma, Si, Au, S, Cl

ⓑ어뢰 물질 : Al, C, O, Na, Ma, Si, Au, S, Cl

ⓒ실험 물질 : Al, C, O, Na, Au, S, Cl


나) 엑스선 회절기 분석결과 검출 물질

ⓐ선체 물질 : SiO2, 흑연, NaCl

ⓑ어뢰 물질 : SiO2, 흑연, NaCl

ⓒ실험 물질 : Al, 흑연


위의 분석결과를 보면 에너지 분광기에서는 선체 물질, 어뢰 물질, 실험 물질에 공히 알루미늄이 검출되었으며, 엑스선 회절기에서는 선체 물질과 어뢰 물질에는 알루미늄이 나타나지 않고, 실험 물질에만 알루미늄이 검출되었다.

이에 대해 합조단은 “폭발 전후에만 생기는 알루미늄의 용해와 급냉각으로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생겼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라며 “이것이 선체의 어뢰에서 나온 물질이 동일하다는 것으로 어뢰가 폭발했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강조했다.

어뢰 폭발로 인해 알루미늄 성분이 모두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로 변했기 때문에 엑스선 회절기에서는 알루미늄이 검출되지 않는 게 오히려 당연하다는 것이다.


2. 이승헌 교수의 이의 제기


이승헌 교수는 엑스선 회절기 분석결과 ⓒ실험 물질에서만 알루미늄이 검출되었는데, 이것은 세 가지 흡착물질에 대한 에너지 분광기 분석과 엑스선 회절기 분석 결과가 서로 모순되는 것이며 세 가지 물질이 동일한 물질이 산화하여 나온 것으로 보기 힘들다면서 의문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명을 합조단에 요구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폭발 물질에도) 엑스선 회절기 분석에서는 알루미늄 성분이 나오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며, 폭발실험에 오류가 있었다고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15g의 소량 폭약 실험을 통해 미량의 흡착물만 획득했다. 부착된 흡착물이 소량인 관계로 흡착물질만 별도로 떼어낸 엑스선 회절기 검사가 불가해 알루미늄 판재에 부착된 상태로 검사했다. (실험물질에서 나온 알루미늄 성분은) 그 때 나온 알루미늄 판재의 결정질이다.(즉, 폭발물질은 엑스선 회절기 분석에서는 알루미늄이 검출되지 않는다)” - 국방부 6월 7일 보도자료


3. 이승헌 교수의 자체 실험


이승헌 교수는 합조단의 말처럼 폭발에 따르는 고열로 인한 용해와 급냉각이 이루어질 경우 알루미늄이 전부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로 바뀌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99.99% 순도의 알루미늄 시료를 고열에도 녹지 않는 시험관에 담은 뒤, 고열을 견디는 철사로 연결해 전기로에 집어넣었다. 열은 알루미늄의 녹는 점인 660도보다 훨씬 높은 1100도까지 올려 40분 정도를 유지했다. 그리고 철사를 당겨 2초 이내에 상온의 찬물에 집어 넣어 급속히 식힌 다음, 에너지 분광기와 엑스선 회절기 분석을 했다. 결과는 합조단의 폭발실험에서 나온 “실험물질”의 그래프와 거의 비슷하고 엑스선 회절기 분석에서 알루미늄이 검출되었다. (결정질 알루미늄이 검출되었다는 뜻)

이는 고열 처리와 급속 냉각 과정에서 알루미늄은 부분적으로만 산화되고, 그 산화된 알루미늄도 모두 비결정질이 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4. 이 교수의 실험결과로 본 합조단의 모순


합조단은 첫 발표에서는 선체 물질과 어뢰 물질은 비결정질이고 폭발 물질은 결정질임에도 불구하고, 선체 물질과 어뢰 물질이 같은 비결정질임으로 어뢰 폭발의 증거라는 논리를 펴다가, 폭발 물질이 결정질로 나타나는 것을 해명해 보라는 반박에 처하자 폭발 실험에 오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폭발 물질도 원래 비결정질인데, 흡착물질만 별도로 떼어내 검사한 것이 아니라 흡착물이 알루미늄 판재에 부착된 상태로 검사했기 때문에 엑스선 회절기 검사에서 결정질 산화물이 검출되었고 이는 알루미늄 판재에서 나온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하였다.

이승헌 교수는 자체 실험에서 고열로 인한 용해와 급냉각이 이루어질 경우 알루미늄이 전부 산화되지 않고, 산화된 알루미늄도 전부 비결정질로 되지 않음을 증명했다.

이제 합조단은 폭발 실험을 다시하여 흡착물만을 시편으로 엑스선 회절기 분석에서 알루미늄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을 다시 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합조단이 주장한 흡착물질이 어뢰 폭발의 증거라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

부디 합조단은 이승헌 교수가 실험한 조건보다 실제 어뢰 폭발 환경에 가깝게 실험 설계를 하여 그 결과 분석을 통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만 나온다는 것을 증명해 주기 바란다.


5. 알루미늄은 자연상태에서 산화하면 그 알루미늄 산화물은 비결정질인가


프랑스의 크리스티앙 바르젤(Christian Vargel) 박사가 1999년 쓴 <알루미늄의 부식(The Corrosion of Aluminum)>이라는 책을 보면, "섭씨 50~60도 이하의 저온에서 알루미늄이 부식되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Amorphous alumina)'이 나오고, 섭씨 350도 이상의 고온에서는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corundum)'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알루미늄이 자연상태에서의 산화하면 비결정질 알루미늄이 나오고, 어뢰 폭발과 같은 고온에서는 결정질이 나온다는 것으로 합조단의 기본 전제(어뢰의 성분인 알루미늄이 폭발처럼 빠른 시간 내에 큰 에너지를 받고 나서, 고온에서 급격히 냉각하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로 변한다)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다.

만약 바르젤 박사의 말이 맞다고 한다면, 합조단의 발표는 오히려 천안함 사고는 어뢰 폭발은 아니라는 반증이 된다.

합조단은 바르젤 박사의 말이 틀렸다는 실험결과를 내어놓거나, 바르젤 박사와 다른 이론을 내밀어 합조단의 전제가 옳음을 증명하여야 한다.


바르젤 박사의 책의 내용이 맞고, 합조단의 분석결과(선체물질과 어뢰물질은 비결정질, 폭발물질은 결정질)가 사실이라면, 선체와 어뢰에서 나온 산화 알루미늄은 폭약 속의 알루미늄이 폭발하여 산화한 것이 아니라, 선체(연돌 등)와 어뢰의 프로펠러의 재질인 알루미늄이 바닷 속에서 자연스럽게 산화되어 나온 알루미늄 산화물로 보아야 한다.


6. 폭발물질이 비결정질이라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합조단은 나중에 애초 발표한 분석 데이터를 번복하여 폭발물질은 엑스선 회절기 분석에서도 알루미늄이 나타나지 않는 비결정질이라고 억지를 썼다.

백번 양보하여 합조단이 번복한 “폭발 물질이 비결정질”이라고 하더라도 바르젤 박사에 따라 자연상태에서 알루미늄이 산화하면 비결정질이 된다고 한다면, 선체 물질, 어뢰 물질이 폭발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선체와 어뢰의 알루미늄이 바다 속에서 산화하여 비결정질 산화 알루미늄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조단이 바르젤 박사의 이론을 뒤엎는 이론이나 문헌을 제시하지 않는 한, 합조단의 분석결과를 가지고 어뢰 폭발이 있었다는 증거로 삼을 수가 없다.


7. 선체물질과 어뢰 물질 분석에서 왜 화약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을까


합조단의 분석결과를 보면, 에너지 분광기 분석과 엑스선 회절기 분석 어디에도 TNT나 RDX 등 어뢰의 화약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에너지 분광기 분석에서 검출된 Na, Ma, Si, C, S, Cl 중 화약성분에 해당하는 것이 있는가? (혹시 S, C가 화약성분인가?)

연돌과 어뢰의 프로펠러에는 육안으로도 확연하게 드러나게 하얀 백색의 흡착물이 눈에 보인다. 합조단은 이것이 어뢰에서 나온 알루미늄 산화물이라고 분석 시료로 사용하였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폭약과 함께 혼입되었던 알루미늄 분말이 비산하여 날아가 흡착되었다면 그 곳에는 알루미늄 분말과 함께 화약도 따라 갔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만약 화약성분이 선체나 어뢰에 남아 있다면 알루미늄 분말의 흔적(알루미늄 산화물)이 많은 곳에서 같이 발견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런데 알루미늄 흔적이 가장 많았던 부위를 채취하여 분석했는데도 화약 성분의 흔적은 없다.


* 실험물질에서도 화약성분이 발견되지 않은 것을 보면, 폭약은 어디에도 흡착되지 않거나, 흡착되었다 하더라도 바다 물에 씻겨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해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8. 알루미늄 분말(알루미늄 산화물)은 알루미늄 재질의 부위에만 흡착하는가


* 이 부분은 물리학, 금속재료학에는 문외한인 필자가 궁금하여 물어보는 것이니 초딩적 질문이라고 생각들더라도 전문가들이 답변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알루미늄 산화물이 발견된 부위는 재질이 알루미늄인 연돌이나 어뢰의 프로펠러이다. 아직 합조단으로부터 알루미늄 산화물이 재질이 알루미늄이 아닌 부위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특히 연돌이나 어뢰 프로펠러에는 육안으로도 확연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량의 알루미늄 산화물이 끼어 있었다. 이는 폭약 속의 알루미늄 산화물이 고온, 고속의 폭발 환경에서도 알루미늄 재질인 것에만 흡착이 되고 다른 재질에는 흡착되지 않는 금속의 특성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알루미늄은 이런 환경에서 다른 재질에는 흡착될 수 없는가?


9. 생산적 논의를 위하여


천안함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알루미늄 산화물 논쟁을 보면, 복잡한 실험조건, 복잡한 이론이 난무하지만 생산적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을 찬찬히 훓어보면 각자의 기본적인 입장이 정리되지 않거나 밝히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다.

일단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서는 토론에 참여하는 분들은 아래의 사항에 대해 자기의 기본 입장을 밝혀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1) 알루미늄은 자연상태(바다 속, 상온)에서 산화하면 그 산화물은 비정질인가, 정질인가, 아니면 비정질과 정질 둘 다 생성되는가?


2) 알루미늄은 고온(350도 이상 고열)으로 용해되어 급냉되면 부분적으로 산화하는가, 아니면 모두 산화되는가?

3) 알루미늄은 고온(350도 이상 고열)으로 용해된 후 급냉되어 산화하면 그 산화 알루미늄은 모두 비정질이 되는가? 아니면 비정질과 정질 두가지 형태가 다 나타날 수 있는가?


이상의 3 가지 사항에 대해 각자의 기본적 입장을 밝힌 후에 토론에 참여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