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진과 독자 글이 뒤섞여 있지만...지금까지 보면 왠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나야 더블 보란치가 뭔지도 모르는 초허접 하수지만 말야. 월드컵 전부터 지금까지 딴지의 월드컵 글들을 읽어왔는데 지금까지 소감 보면 뭔가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필진 글은 좀 다르지만 딴지스들의 글을 보면 그래. 대략 그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말야.

허정무는 허접무다. 걔는 전략이 없거나 잘못됐고 그저 눈치만 보는 축협의 주구다. 그렇지만 역대 최강의 선수들로 운이 따라줘서 16강에 올랐다.

또 보면 말이지. 오범석 갖고 말이 많'았'어. 범석이가 조또 아닌데 아버지 빽으로 국가 대표 됐다는 극언까지 서슴치 않더라고. 거기에 김남일 기용이 잘못됐네, 어쩌네.

글쎄...난 초허접 하수고 오늘 우르과이전을 보면 대략 답이 나오겠지만...일단 허정무가 허접무라는 주장을 보자고. 분명 이번 월드컵 한국 팀이 역대 최강인 건 맞아. 그런데 그건 한국만 놓고 봤을 때 그렇고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자고. 그리스가 한국보다 약한 팀인가? 나이지리아는?

한국에서 박지성 정도 빼고 위의 두 나라와 비교해서 특별히 낫다할 선수 있어? 없을걸?

여기에 운빨이란 주장도 그래. 가령 그리스 승리, 이거 놓고 '그리스가 방심한 탓에 이겼다'는 식으로, 운빨로 돌리는데 말야...그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어준다고 쳐. 그래도 방심한 오토 레하겔보다는 그 허점을 노린 허정무가 더 나은 감독 아냐?

거기에 나이지리아는 충분히 이길 수 있었는데 비겼다며 비긴건 허접무이기 때문이고 심지어 허접무 때문에 질 뻔 했는데 운빨로 비겼다는 주장까지 서슴치 않더라고. 

까놓고 우리가 제 3국인이라 쳐. 월드컵 개막 전까지 나이지리아와 한국 놓고 베팅하라면 10에 6,7은 나이지리아에 베팅했을걸? 그런데 한국 팀 전력이 만만치 않다는게 드러나자 이제 와서 나이지리아 정도는 이겼어야 한다며 비긴 걸 놓고 허접무라 비웃는건 좀 그렇지 않을까?

운빨, 운빨하는데 아르헨티나 전 보자고. 아르헨티나 전만 놓고 보면 운빨이 없었어. 그때 박주영의 자책골이 없었다면, 그리고 염기훈의 골이 들어갔다면, 아르헨티나의 세번째 골이 정당하게 오프사이드로 판정됐다면 경기 결과는 또 달랐을 거야. 그렇지 않아?  

거기에 프랑스랑 이태리보자고. 아무리 예전같지 않다지만 그래도 한국보단 훠~~~얼씬 강팀이란건 우리가 부인 못하잖아? 그치? 그런데 그 두팀의 참극을 보자고. 허접무는 허접무인데 운빨로 16강 갔고 저 두 나라 감독은 명장인데 하도 운이 없어서 참극을 겪은건가? 그렇다면 월드컵 자체가 그렇게 운빨 하나로 모든게 결정될 만큼 허접한 대회 아닐까?

오범석 기용 놓고 봐도 그래. 아르헨티나 결과만 놓고 잘못됐다고 모두 손가락질 해댔지만 막상 나이지리아 전때 차두리의 진면목(?)이 드러나자 뻘쭘해지지 않았어? 백번 양보해서 오범석 기용에 문제가 있었다고 쳐. 그렇지만 전력이 앞선 상대에게 수비적으로 간다 햇을 때 수비력이 더 좋다고 판단된 선수를 기용할 수는 있었던 것 아닐까? 일부는 그렇다고해도 문제가 발생했으니 차두리로 교체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말야...난 그렇게 생각 안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준비해온 틀을 깨기 때문에 더 나빠질 가능성도 충분했어. 북한-포르투갈전이 보여주는 것처럼, 그리고 2002년때 독일이 사우디에게 보여준 것처럼, 강팀은 말야...특히 아르헨티나처럼 그야말로 야수를 떠올리게 하는 강팀은 말야...한번 약점을 보면 사자떼처럼 달려들어. 4vs1이 아니라 6vs1, 8vs1이 나올 수도 있었다고. 

아무튼 오범석 기용이 잘못됐다고 쳐도 말야...오범석 아버지가 축협 이사라 빽으로 들어갔다는 식의 표현들...난 정말 거부감이 팍팍 들더라고. 그런 식으로 따지면 기성용은? 차두리는? 이런 식의 인신매도는 정말 하지 말아야하는거 아닐까?

그리고 박지성과 이청용의 골을 보자고. 둘 다 리플레이가 아닐까 싶을 만큼 비슷한 모양을 띠고 있지. 이거 우연일까? 글쎄...진실이야 나중에 드러나겠지만 난 우연이 아닐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봐. 월드컵에 올라온 나라면 최소한 기본은 하는 팀이야  세번 경기해서 비슷하게 두번 나온다면... 뭔가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지. 내가 보기에 허정무 감독이 세심하게, 또 치밀하게 상대 수비의 플레이 성향을 파악해서 준비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거기에 영표가 흔들고 기훈이가 넘겨주고 정수가 넣는 세트 피스 보자고. 이것도 운빨인가? 어떤 딴지스는 그것도 운빨이라 그래. 상대팀이 이정수의 존재를 몰랐다는 우연 탓에 가능했다고...닝기미. 그런 식이면 운빨 아닌게 어딨어? 모르고 당한게 바보지. 아닌가?

이렇게 결과 놓고서 '선수는 최강인데 감독은 허접이고 그렇지만 운빨로'라는 식으로 단정짓는데 말야... 까놓고 보자고. 지성이 빼놓고 그나마 우리가 내세우는 주영이, 청용이, 성용이, 두리... 그 정도 선수는 월드컵에 널리고 널렸어. 그리스나 나이지리아도 그렇지만 아르헨티나가 그리스전때 내보낸 2진들 보는데 말이지...정말...입이 딱 벌어지더군. 이건 뭐...2진이 울트라 슈퍼 군단이니... 그나마 주영이 등등은 널리고 널린 수준이라도 되지만 우리나라 2진이나 대체 요원들 기량은... 널리고 널린 수준도 안되잖아? 어찌보면 말야...16강 간 자체로도 대단하지 않아? 조편성때 한국과 같은 조인걸 알고 나이지리아나 그리스 모두 '일단 1승은 기본이고..'했을걸?

또 있어. 딴지에선 일본 다케시와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를 '감독이 허접한' 대표 사례로 뽑았어. 그런데 지금까지 결과만 놓고 보면 말야.. 이 둘이야말로 명장 아닌가? 다케시야 이제 재평가받고 있으니 넘어가고... 마라도나는 아직도 반신반의하는데... 프랑스와 이태리를 놓고 보자고. 그 두 나라 감독과 비교할 때 마라도나야 말로 스타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나로 뭉치고 자기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는지를 아는 감독 같지 않아? 세계 축구의 현황을 파악하고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는 브라질의 둥가도 대단하지만 그와 정반대 스탈로 슈퍼 스타들이 마음껏 활개치도록 분위기를 조장하는 마라도나도 인정해줄 부분은 충분하지 않나? 아직도 골 마수걸이를 못하고 있는 메시에 대해 '나도 월드컵때 골 못넣었다'고 말하는 마라도나를 보니 존경심까지 일더군. 하기야 제 아무리 메시라도 하늘 아래, 아니 마라도나 아래 스타니까 ㅋㅋ

특히 내가 마라도나를 다시 봐야겠다 했던게 한국과의 결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기어이 허정무와의 과거사를 꺼내며 '심판들은 메시에게 반칙하는지를 잘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때였어. 오, 이 삭히 허구헌날 약 먹고 사고나 치는줄 알았는데 의외로 집요하고 섬세하고 집중력 있는걸? 싶더라고. 자신의 말들이 어떻게 상대팀과 심판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철저히 이용해 먹잖아. 아닌가?

아무튼 말야... 난 딴지야말로 좀 자유롭고 신선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그래도 아직까진 정치면보단 축구면이 훨씬 재밌고 유익한데 말이지. 그 곳도 이른바 수구, 기득권 세력에 대한 분노가 지나친 나머지 자꾸만 경직되는게 아닌가하는 우려가 들더군. '허정무는 기득권 허접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서 모든 결과를 '허접무'에 맞추는게 아닐까 싶더라고. 딴지는 예전에 히딩크에 대한 기존 언론의 보도 태도를 놓고 조롱했지. 그렇지만 지금까지 결과만 놓고 보면 딴지도 크게 다른 것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1998 프랑스 월드컵때 르 퀴프가 '에메 자케 감독에게 모자를 벗고 정중히 사과한다'는 기사를 실어 많은 사람을 감동케했는데 말야. 우리나라에서 그런 모습을 보는건 불가능한 걸까?

아무튼... 조금 딴 이야기를 하자면...난 펠레는 은퇴 무렵 밖에 못봤고 마라도나는 현역때 좀 봤는데 말야...정말 마라도나 잘할 때보면 얜 사람 같지 않더군. 뭐랄까, 축구라는 초원에 태어난 한마리 사자 같달까? 심지어 마라도나 앞에 선 수비수들이 초식동물로 보이기까지 하더라고. 스포츠 선수를 보며 야수를 떠올린건- 내가 스포츠를 별로 안봐서 그렇겠지만- 딱 두명 있었어. 한명은 마라도나고 또 한명은 타이슨. 이 둘의 공통점은 경쟁자는 자기 자신 밖에 없었다는 것.

ps  예전에 타이슨이 누구던가...아무튼 이름이 기억나지 않은 어떤 선수를 케이오로 눕히는 장면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아. 그 선수가 부지런히 아웃복싱을 구사하며 판정에서 앞서가고 있었어...타이슨은 하도 농땡이를 쳐서인지 몸이 무겁더군. 계속 상대에게 잔매를 맞고 있었는데 말야. 12회던가... 상대 선수의 스탭이 순간적으로 꼬였어. 그래봐야 영점 몇초의 순간이지. 그런데...그 영점 몇초가 몇분처럼 느껴지더라고. 그 영점 몇초 사이에 타이슨의 어깨 근육이 갑자기 꿈틀거렸고 상대 선수의 눈빛에 뭐랄까..갑자기 막다른 골목에서 사자와 마주친 영양의 눈빛이랄까, 그런게 보이는거야. 왜 그런 순간엔 도망칠 엄두조차 못내고 순한 양처럼 몸이 굳은채 죽음을 기다린다잖아..아무튼 그 영점 몇초 사이에 그런게 느껴지더라고. 그리고 몇초 사이에 타이슨의 주먹 작렬. 게임 오버. 그 경기 보고나서 하루 종일 그 영점 몇초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