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콸리아님이 제 의견을 과장되게 해석하시는 부분이 있어서 그것을 먼저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논평하고자 하는 콸리아님의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표시가 인용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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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위에 적어놓은 《스탠퍼드 대학교 철학백과사전》과 《인터넷 철학백과사전》의 〈Logical Consequence = 논리적 귀결〉 항목을 조금이라도 읽어보셨는지요? 만약 읽어보셨다면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즉 추론(Inference)과 귀결 혹은 결론(consequence)은 서로 다른 별개의 개념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위 백과사전에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두 개념을 구별해야 한다고 합니다. 즉 추론은 타당하거나 부당한 것이지, 참이거나 거짓인 것이 아닙니다. 또한 참인 명제/전제들로부터는 참인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필연성 개념은 논리적 결론이나 귀결을 문제 삼을 때 거론되는 것이지, 추론의 타당성 여부를 따질 때가 거론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존 로크가 도덕성 논변에서 뭐라고 말했습니까? 〈from selfevident propositions, by necessary consequences [···] the measures of right and wrong might be made out〉이라고 말했죠. 즉, 자명한 명제들로부터 따라나오는(from), 필연적인 귀결들로써(by), 도덕적 판단의 척도를 증명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때 자명한 명제들(의 관계들)로부터 필연적으로 따라나오는(follow from;consequi) 결론이 바로 논리적 귀결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추론은 존 로크가 이와 같이 도덕성 논변을 진행해나가는 전체적인 논리적 절차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추론은 실제 행위 차원의 개념이라는 얘기입니다. 반면에 논리적 결론이나 귀결은 개별적인 문장/진술/명제들(sentences/statements/propositions)이나 그것들 간의 관계를 말합니다.  

아래 인용해놓은 것은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University of Groningen, 그로닝겐 대학교) 철학과의 카타리나 두틸 노바이스(Catarina Dutilh Novaes) 교수가 집필한 「Medieval Theories of Consequence」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라틴어 명사 “consequentia”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보시기 바랍니다. 

Some modern scholars (e.g. Spade in his translation of Burley's De Puritate; Read 2010) prefer to translate the medieval term consequentiaas inference, but arguably consequence is a more appropriate translation, both for etymological and for conceptual reasons. 

Medieval Theories of Consequence - Catarina Dutilh Novaes
http://plato.stanford.edu/entries/consequence-medieval/ 

위 인용문에서 두틸 노바이스 교수는 라틴어 “consequentia”를 “inference”보다는 “consequence”로 번역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어원적으로 보나 개념적으로 보나 추론보다는 귀결이 더 합당한 번역어라는 얘깁니다. 이런 주장은 분명히 추론(inference)과 귀결(consequence)은 서로 다른 개념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죠. 그래서 〈consequence〉를 〈추론〉으로 번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더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존 로크의 도덕성 논변에서 〈consequence〉는 〈결론〉이나 〈귀결〉 개념에 훨씬 더 가깝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밝혀졌다고 봅니다. 즉 권위 있는 위의 영어사전들, 철학백과사전들, 위키피디아, 모두 이런 결론을 더욱 더 굳게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이런 강력한 논거들을 다 버리고, 무시하고, 대신에 근거 박약한 다른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너무나 비합리적인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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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선 저는 consequence 의 중심적인 뜻이 논리의 마지막에 따라나오는 결론 conclusion 에 더 가깝다는 것을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저는 consequence 에는 단순히 conclusion 의 뜻만 있는 것이 아니라 inference, 즉 추론 과정 자체를 의미하는 말로도 분명히 사용되고 있고, 문제가 된 해당 문맥에서는 그것이 더 적절해 보였기 때문에 그렇게 새긴 것입니다. 인용해 오신 노바이스 교수의 라틴어 어원 설명을 봐도 conseqentia 에 inference 라는 의미 자체가 없다라는 것이 아니잖아요. <arguably'consequence' is more appropriate translation...> 저자 스스로도 유보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이 구절이 어떻게 <consequence 를 추론 inference으로 번역하는 것은 (전혀) 적절하지 않다>는 강한 주장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나요? 노바이스 교수의 설명은 콸리아님의 주장 뿐만 아니라 제 주장에 대한 근거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얘기예요.  


그리고 원래 제시하신 번역문에는 necessary consequence 를 <필연적 결론> 이라고 새기셨는데 이것을 <필연적 귀결>이라고 수정하셨네요. 이말은 역시consequence을 단순히 <결론>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 추론을 반드시 거쳐서 나와야 하는 결과물, 즉 <귀결>로 보고 있다는 뜻이예요. 결국 우리는 consequence 가 추론을 통해 얻어진 어떤 결과물을 의미하고 추론의 뉘앙스(즉, '결론' 이라는 말에는 들어가 있지 않지만 '귀결'이라는 말에는 들어가 있는) 가 번역어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합니다. 다만 저는 그 결론을 얻기 까지의 과정을 더 주목하고 있는 것이고, 콸리아님은 과정보다는 결론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점이 다르지요. 


2)  


 다음에, 콸리아님의 이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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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자명한 명제들(의 관계들)로부터 필연적으로 따라나오는(follow from;consequi) 결론이 바로 논리적 귀결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추론은 존 로크가 이와 같이 도덕성 논변을 진행해나가는 전체적인 논리적 절차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추론은 실제 행위 차원의 개념이라는 얘기입니다. 반면에 논리적 결론이나 귀결은 개별적인 문장/진술/명제들(sentences/statements/propositions)이나 그것들 간의 관계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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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지금 콸리아님은 <논리적인 귀결> 을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의미로 쓰고 계신 거예요. 처음엔 <자명한 명제들로부터 따라나오는 결론만> 논리적 귀결이라고 하시고, 바로 다음에는 <개별적인 문장들이나 그것들간의 관계 자체> 가 논리적 귀결이라고 하셨죠. 어떤 것이 논리적인 귀결의 엄밀한 규정이예요? 논리적인 귀결을 후자의 의미, 즉 개별적인 명제들의 관계로 정의해 버리면 제가 제시한 추론의 정의와 전혀 다를 바가 없어요. 님은 추론을 <실제 행위 차원의 개념> 이라고 다시 구분을 하셨는데, 저는 이게 무슨 의미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갑니다. 우리가 보통 연역 추리, 귀납 추리를 말할 때 deductive inference, inductive inference 라고 하죠. inference 대신 reasoning  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구요.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추론은 콸리아님이 말하는 바로 그 귀결의 개념, 즉 <개별적인 명제들의 관계와 거기에서 결론을 이끌어 내는 과정>을 가리키는 거예요. 예컨대, 다음 세 추론을 봅시다. 


 1. 대전제> 모든 총각은 미혼 남성이다.

     소전제> 철수는 총각이다.

     결론>   그러므로 철수는 미혼 남성이다. 


 2. 전제 1> 대한 민국에 사는 백조는 하얗다.

     전제 2> 유럽에 사는 백조도 하얗다.

      결론> 호주에 사는 백조도 하얄 것이다. 


 3. 대전제> 모든 총각은 미혼 남성이다.

     소전제> 미숙은 총각이 아니다.

     결론> 그러므로 미숙은 미혼 남성이다. 


 1은 대표적인 연역 추론이고 2는 귀납 추론이죠. 여기에서 추론을 이렇게 구분하는 방식은 명제가 실제 세계의 어떤 행위나 사태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와 하등 상관이 없어요. 우리가 1을 연역 추론, 2를 귀납 추론이라고 구분하는 이유는 1) 의 경우는 분석 명제로서 대전제, 소전제가 참이라면 이미 그 결론의 참이 절대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이고, 2)의 경우는 두 전제가 설사 모두 참이라고 하더라도 결론의 참이 전제부의 참과 상관 없이 단지 우연적으로만 주어지기 때문이죠. 요컨대, 전제 부분이 참이라고 가정할 때, 1)은 절대적으로 타당한 추론인데 반해, 2)는 단지 우연적으로 타당한 추론이고, 3)은 타당하지 않은 추론이예요. 그렇기 때문에 추론에는 단지 타당하거나/타당하지 않거나의 이분법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타당하거나/우연적으로 타당하거나/타당하지 않거나. 이렇게 세 가지 종류의 선택지가 주어진다고 봅니다. 여기서, 필연성 necessary 라는 개념은 절대적으로 타당한 추론, 즉 연역 추론을 지시하는 형용사로 쓰일 수가 있어요. 영문 위키에서 <good and necessary consequence> 라는 항목에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설명이 나옵니다. 그대로 가져와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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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and necessary consequence

From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The phrase good and necessary consequence was used more commonly several centuries ago to 

express the idea which we would place today under the general heading of logic; that is, to reason validly 

by logical deduction or better, deductive reasoning.

Even more particularly, it would be understood in terms of term logic, also known as traditional logic, or as 

many today would also consider it to be part of formal logic, which deals with the form (or logical form) of 

arguments as to which are valid or invalid.

In this context, we may better understand the word "good" in the phrase "good and necessary consequence" 

more technically as intending a "valid argument form".


http://en.wikipedia.org/wiki/Good_and_necessary_consequ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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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분명히 드러나듯이 necessary consequence 라는 용어는 수세기 전에는 형식 논리학에서의 논증 형식의 하나로서

연역 추론을 뜻하는 것으로 빈번히 사용되었다는 거네요.


3)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necessary consequence 를 <필연적인 결론>이나 더 좋게는 <필연적인 귀결>로 번역할 

  수도 있다고 봐요. 하지만 이것을 <필연적인 추론> 이라고 번역해도 콸리아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부적절하고 비합리적인 

  해석이라고 볼 타당한 근거가 없으며, (consequence 와 inference 가 서로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이 문단의 번역어로 적절하지 않다는 콸리아님의 주장은 consequence 안에 inference 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는 한, 별다른 의미가 없는 주장이예요. 이것은 마치, 외국 사람들이 우리말로 된 텍스트를 영어로 옮기려고 할 때 선하다 = benevolent, good, gentle, kind 등등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benevolent 와 gentle 의 뜻이 구별된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맥락에서 benevolent 를 번역어로 배제하고 gentle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과 똑같은 주장이죠.) 오히려 그 당시의 일반적인 용어 사용법과 해당 문맥 모두에 더 잘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