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은 아기의 마음을 연구하기 전까지는 선천적 도덕성이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We should take seriously, then, the idea that we possess an innate and universal morality. But we can’t know if this is true until we study the minds of babies.

(Just Babies: The Origins of Good and Evil, Paul Bloom, 18)

 

 

 

국어사전에 따르면 “선천적”에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갖추고 있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진화 심리학적 맥락에서 이야기할 때 “선천적”은 “innate”의 번역어이기 때문에 국어사전을 들이밀어도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영어사전은 어떤가? 국어사전과 비슷한 뜻이 나온다.

 

existing from the time a person or animal is born

http://www.merriam-webster.com/dictionary/innate

 

하지만 다음과 같은 뜻도 나온다.

 

existing as part of the basic nature of something

http://www.merriam-webster.com/dictionary/innate

 

진화 심리학에서 쓰는 “innate”의 의미는 후자에 가깝다.

 

진화 심리학자들이 “선천적(innate)”이라는 말을 쓸 때에는 “진화의 산물이며 통상적인 환경에서 보편적으로 발현되는 형질”을 말한다. , 심장, 팔다리처럼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는 것도 있지만 이차성징처럼 사춘기가 되어야 나타나는 것도 있다.

 

겨드랑이털이 갓난아기 때 없다고 해도 학습의 산물이 아니라 자연선택의 산물이다. 따라서 선천적 형질이다. 적어도 진화 심리학자들은 “선천적”이라는 용어를 그런 식으로 쓴다.

 

 

 

도덕성이 설사 사춘기 이후에나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선천적일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위에 인용된 블룸의 말은 틀렸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실수로 보인다. 왜냐하면 블룸은 겨드랑이털이 사춘기에 나타나더라도 선천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선천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지만 문맥을 볼 때 그런 말이다). 또한 도덕성이 태어날 때 존재하지 않더라도 생물학적 진화의 산물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After all, even if some of morality comes naturally to us, many natural traits don’t emerge right awaythink of freckles and wisdom teeth and underarm hair. The brain, like the rest of the body, takes time to grow, so I am not arguing that morality is present at birth. What I am proposing, though, is that certain moral foundations are not acquired through learning. They do not come from the mother’s knee, or from school or church; they are instead the products of biological evolution.

(Just Babies: The Origins of Good and Evil, Paul Bloom, 8)

 

 

 

갓난아기 때부터 보편적으로 나타난다면 선천적일 가능성이 크다. 태교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엄마가 말하는 템포”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면 갓난아기 때 없다고 해서 후천적(물론 진화 심리학적 의미의 “후천적”)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겨드랑이털처럼 선천적이지만 태어난 지 한참 후에나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