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이 8강까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전 이후 아르헨티나전을 예상하면서부터 점차 불길한 예감이 짙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느낀 가장 큰 이유는 우선 조중동을 비롯한 제도 언론들의 설레발이었다.

아르헨티나와 선전을 기대한다는 정도라면 언론의 애국심 마케팅으로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마치 아르헨티나를 다 이긴 것처럼, 일격에 격침시킬 것처럼 바람을 불어넣는 것을 보면서 기분이 좀 더러웠다. 그런데, 아르헨티나전 당일 정말 결정적으로 웃기는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명박이 이 날 아침 이른바 두골 넥타이를 매고 나타났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허정무가 매고 나올 때마다 2대0 승리를 기록했다는 바로 그 넥타이를 잽싸게 입수한 모양인데... 나는 정말 기분이 나빴고,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했다.

"오늘 시합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솔직히 김샜다."

회사 사람들과 아르헨티나전 경기 결과 예측 내기를 하면서 나는 2대1 패배에 걸었다. 사실 그 이상으로 질 수도 있다고 봤지만, 그 이상 큰 점수차 패배에 거는 것은 사람들에게 좀 미안했다. 이날 가장 큰 점수차 패배를 예상한 사람이 2대0이었고, 결국 아무도 판돈을 가져가지 못하고 그 돈은 다음번 나이지리아전 승부에 몰아서 걸기로 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전 승부 또는 나이지리아전 승부와 무관하게 이번 이명박의 두골 넥타이는 나에게 두 가지를 떠올리게 했다. 바로 올해 초 아랍에미레이트 원전 수주와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패배가 그것이다.

이명박은 UAE 원전 입찰 결과 발표 당시 직접 현지에 날아갔고,  원전 수주라는 성과를 자신의 이미지에 덧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당시 원전 수주는 거의 결정된 상태였고, 이명박이 한 일은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은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당시 이명박의 마케팅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얼마 전 보도를 보니까 국민들이 이 정권에 대해 "일은 잘하는 것 같은데 어쩐지 얄밉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평가한다는데(이명박이 조언을 구한 어느 원로께서 이렇게 말씀하신 것으로 전해들었다), 아무튼 국민들이 '이 정권이 일은 잘한다'는 인상이라도 갖게 된 것에는 이명박의 저 원전 마케팅이나 민생 현장 탐방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으리라고 본다. 나름대로 재미를 본 셈이고, 장사꾼 출신 이명박으로서는 '대박'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적극적인 이미지업을 위한 마케팅이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역효과를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이명박의 마케팅이 선거 승리를 불러온 것이 아니라 선거 참패를 불러온 원인이었다는 얘기다. 그 프로세스는 간단하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언론매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정도로 적극적인 이미지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결국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 심지어 자신들은 죽어도 이명박이나 한나라당을 찍지 않겠노라고 다짐한 사람들 그리고 주변에서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을 구경조차 못한 사람들조차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 대부분이 한나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믿게 됐다.

이러한 여론(?)은 다시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됐고, 이는 한나라당의 자신감과 안이한 선거전략으로 이어졌다. 결국 한나라당은 지들이 만든 여론에 지들이 속아넘어갔고, 조중동도 지들이 보도한 한나라당 편향 기사에 지들이 흥분한 셈이다. 여기에 실제 유권자의 불만이나 밑바닥 여론이 반영될 여지는 거의 없었다.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우리나라 학계에서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들이 서로 파벌을 만들어 지들끼리 교수 채용 등에서 이끌어주면서 다른 학문적 접근을 봉쇄하는 것을 일컬어 '학문적 근친상간'이라고 부르는 것이 연상된다. 이를테면 여론조사나 정세분석의 근친상간 효과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번 이명박의 두골 넥타이를 보면서 나는 이명박이나 한나라당이 여전히 그 여론이나 정세분석의 근친상간을 멈추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 결코 멈추지 못할 것이라는 징조를 본다.

누가 어떤 시각을 들이댄다 해도 이명박의 두골 넥타이는 월드컵에서 국가대표팀의 선전에 빌붙어 보겠다는 이미지 마케팅의 일환이다. 설마 저 두골 넥타이를 맸다고 해서 정말 대한민국 대표팀이 선전하고 승리할 것이라고 믿은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대표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고 최소한 멋있는 시합을 할 것 같으니 거기에 편승해서 이명박의 이미지를 한번 덧칠해보자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놈이나 그 똘마니 시키들이 이딴 식의 이미지 마케팅이나 고민하고 있다는 것도 역겹지만 그보다 더 한심한 것은 도대체 어떤 정보를 근거로 "한국 국가대표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고, 멋있는 시합을 할 것"이라는 예측을 했는가 하는 점이다. 다른 것 없다. 조중동 등이 보도하는 그 설레발(이건 보도가 아니다)을 그대로 믿고, 거기에 근거해 판단하고 정책(이것도 정책이라고 한다면)을 결정한 결과일 뿐이다.

한마디로 말해 이명박 정권은 지방선거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전혀 자신들에 대해서 성찰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에 다름아니다. 아니 이미 그렇게 성찰할 수 있는 능력도 없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쳐버린 것 같다.

두골 넥타이와 함께 또 웃겼던 것이 로봇 물고기 소동이다. 로봇 물고기 크기가 1미터라고 하니까 이명박이 "그럼 다른 물고기가 놀라니까, 크기를 줄여라"라고 했다는 거다. 다른 사람들은 어쨌는지 몰라도 난 이 소동의 압권이 '다른 물고기가 놀라니까'라는 가카의 저 세심한 배려라고 봤다. 대단하지 않은가? 다른 물고기가 놀라니까...? ㅎㅎㅎ 이거 도무지 뭐라고 형언해야 할지, 정말 내 저질 표현력이 이렇게 뼈저릴 수가 없다. 가카는 정말 나같은 듣보잡의 세계를 저높이 뛰어넘어 계시는 분이다. 도저히 그렇게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근데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이 로봇물고기는 기재부의 예산 심의에 통과하지 못해 관련 예산이 전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로봇물고기 관련 연구비는 어디에서 충당한 것일까? 대통령이 개인 돈을 끌어다가 연구를 시켰을까? 아니면 다른 정부 예산을 전용한 것일까?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대통령의 로봇물고기 연구는 개인 사업도 아니고 분명히 4대강 사업과 연계된 프로젝트이며, 그런 경우 정확하게 정부의 예산 항목에 근거해서 사업이 집행되고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것은 불법의 혐의가 짙다.

사실 4대강 사업 전체가 불법의 딱지를 떼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4대강 사업은 이런 국책사업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업성 심사 등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심지어 대충 땜질한 공청회도 반대론자들의 참석을 차단하고 사실상의 밀실 공청회를 한 것을 알 수 있다. 정권이 바뀌어서 제대로 검사를 하게 되면 관계자 대부분이 징계를 먹거나 심지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내가 너무 이명박을 싫어해서 이명박 정권의 장점을 보지 못하는 것일까?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세월이 흘러(언제쯤일지는 모르지만) 지금 이 시대를 좀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 이명박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이 시대에 자신의 발언, 행동, 선택에 대해서 책임을 질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최소한 자신의 발언을 드러낸 사람이라면 그 공간이 몇 사람 모이지도 않는 인터넷 공간이라 할지라도 그 책임을 지게 될 것 같다. 그렇게 책임을 지는 게 어떤 사람들이 참 좋아하는 reputation에 대한 책임성이라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