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자연스러운 체제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반면 공산주의는 인위적인 체제이기 때문에 불안정하다는 주장이 있다. 자연스러운 체제인 자본주의가 인위적인 공산주의보다 더 낫다는 주장도 있다.

 

자연스러운인위적인이라는 단어가 적절한지는 좀 더 따져봐야겠지만 그렇게 나누는 것에는 일리가 있어 보인다. 공산주의는 사회 전체를 염두에 두고 누군가 제도를 기획하지 않으면 만들어질 수 없다. 이런 면에서 공산주의가 인위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는 개인들의 경제 행위의 총합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자본주의를 자연스러운 체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영주들이 땅 따먹기 경쟁을 벌이는 봉건 체제는 위와 같은 의미에서 자연스러운 체제다. 반면 민주공화정은 인위적인 체제다. 욕심 사납고 힘센 사람들이 남들을 자신의 지배 아래 두면서 서로 경쟁한다면 봉건 체제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반면 투표 제도에 대한 기획이 없다면 민주공화정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봉건 체제에 비해 민주공화정이 불안정한가? 내가 보기에는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인위적인 제도라는 이유만으로 불안정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인위적인 제도라는 이유만으로 자연스러운 체제에 비해 못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내 도덕적 취향에는 봉건 체제에 비해 민주공화정이 더 낫다.

 

법치 제도 역시 인위적인 체제다. 법을 만드는 조직, 법을 집행하는 조직 등에 대한 기획이 미리 없다면 법치 제도는 불가능하다. 내가 보기에는 법치 제도는 상당히 안정적이고 도덕적으로도 우월하다. 나는 피해자가 개인적으로 복수하는 체제보다는 법으로 형벌을 정해 놓고 피해자가 아닌 제 3(경찰, 검사, 판사)가 그것을 집행하는 체제가 더 마음에 든다.

 

 

 

단지 공산주의 체제가 인위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은 조금 더 생각했으면 한다. 이런 태도는 인공 식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연 식품에 비해 열등하다고 믿는 것과 다름이 없다. 독버섯과 같은 자연 식품은 몸에 좋을 리가 없다. 인공 식품도 만들기 나름이다. 위생이 형편 없는 곳에서 해로운 화학 약품을 듬뿍 넣은 인공 식품은 몸에 나쁠 것이다. 반면 식품에 대한 과학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양심껏 만든 인공 식품은 웬만한 자연 식품보다 더 나을 수 있다.

 

 

 

인류는 투표 제도와 법치 제도를 비롯한 온갖 좋은 인위적인 제도를 만들었다. 거기에 왜 공산주의라는 인위적인 제도를 추가해서는 안 되는가? 공산주의가 좋은지 나쁜지, 안정적인지 아닌지 여부는 인간 본성과 공산주의에 대한 구체적인 고찰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지 단지 인위적이냐 아니냐 여부만 따져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010-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