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켑렙 말 님의 글을 보면, 아마 학벌은 별 볼 일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특정 분야에서 가진 역량에 대한 자부심은 차고 넘친다. 자신을 그 분야의 천재로 평가하고, 이것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양보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 같다.

한편으로 다르게 해석하면, 학벌이 없지만 기가 죽는 것은 싫어하여 말 님이 자신의 장점을 내놓으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내가 말 님을 짐작해 보기에는 이 해석이 틀릴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전문대를 간신히 졸업했다. 중학교 졸업 이후로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 체력은 저질이고, 돈은 모아 둔 것이 거의 없고, 직업은 신문배달원으로 변변찮고, 잔병치레로 골골댄다. 남들 앞에 내놓을 것이라고는 거의 없다.

이런 내게도 자부심이 있는 대목이 하나 있다. 교육 리엔지니어링이라든지, 대검사제도 같은 것을 궁리해 내는 블링크 능력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양보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내가 느끼는 자부심이나 말 님이 느끼는 자부심이나 아마 같을 거라고 짐작한다. 아님 말고.... 그래서 처음 올린 글의 제목에 '미 투라고라'라는 문장을 넣었다. 여기서 '라고라'는 전라도 사투리인데, 의문을 표시할 때 쓰는 말이지만, 나는 애교와 웃음을 느끼도록 사투리를 집어넣어 보려고 쓴 말이다. 물론 내가 진짜 천재일까라는 의문을 내포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크로에는 이와 비슷한 닉네임을 쓰는 회원이 있다. 그래서 혹시 미투라고라 님을 연관시키는 오해가 생길까 싶어서 'me too라고라'라는 제목을 넣었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열자列子]를 읽고 영향을 받았다. 열자는 인간문명을 별로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가르쳐 준다. 높은 벼슬에 대해서도 시큰둥하다. 나는 열자의 주장에 공감했다. 높은 벼슬은 내게 아무 감흥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빈약한 자아존중감(?)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이나 김대중이나 김진표 앞에서 또 다른 무슨 박사 교수 앞에서 당당히 대등하다고 생각하면서 서 있었다.

말 님이 과연 얼마 정도의 자아존중감(?)을 갖고 있을까? 학벌이 없음에 대해서 얼마나 의식하고 있을까? 진심으로 자신의 학벌에 대해서 무관심한 것일까? 그래서 [신조협려]의 저 부분이 떠올랐다.

황약사는 천하오절이라는 명예에 대해서 어느 정도 담담하다.
일등대사는 천하오절이라는 명예에 대해서 허상으로 여긴다.
주백통은 천하오절이라는 명예에 대해서 우습게 여긴다.

나는 아직 주백통의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제로는 우습게 여기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말 님은 본인의 학벌에 대해서 어떤 단계에 도달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스켑렙을 탈퇴했기 때문에 스켑렙에 이 글을 올리지 못한다. 미투라고라 님이 내 글의 의도를 자신과 관련되었다고 오해하고 있기도 해서, 이렇게 해명 겸 글을 쓴다. 원래는 공개할 글이 아니었다. 분위기도 흉흉한데, 내가 왜 이런 글을 쓰겠나. 말 님이 자신을 뒷담화한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 아예 안 쓰려고 했던 글이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