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을 몇 번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새삼 깨달은 것이 야, 이 세상에는 왜 이리 먹을 것 천지인가, 하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거의 느끼지 못하다가 이틀, 사흘... 물 외에 뱃속에 들어가는 것이 없어지면 이 세상에 충만한 먹을 것의 파노라마가 눈앞에 화려하게 펼쳐진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TV를 켜도 왜 그리 먹을 것 광고만 잔뜩인지... 허기진 자의 뇌리에 그것들은 너무나 강한 자극이어서 끝까지 견디고 감상하기가 쉽지 않건만 또한 그 먹을 것의 유혹을 피해 채널을 돌리기에는 내 의지가 너무 무르다는 사실을 절감하곤 했다. 단식할 때는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해서 물통을 들고 후들거리는 다리로 약수터로 가다 보면 야, 이 세상은 온통 구수하고 고소하고 달콤하고 황홀하고 도무지 형용할 말이 부족한 온갖 맛있는 냄새로 가득찬 곳이었다.

그런데 정작 단식이 진행될수록 마음속에서 가장 간절하게 떠오르는 것은 저렇게 화려한, 이른바 미식가들이 찾아 헤맬 것 같은 그런 음식들이 아니다.

전에 내가 먹다가 배불러서 남기고 버렸던, 퉁퉁 불어터진 라면 가락들, 중국집에서 그냥 남기고 일어난 군만두 한 개... 그런 것들이 정말 뼈에 사무칠 정도로 그립고, 야, 내가 그때 왜 그걸 남겼지? 왜 그걸 다 먹지 않은 거야... 이런 회한에 몸부림치는 심정이 된다.

참, 먹는 일이란 것은 무척 엄숙하고도 서글프고도 또한 엄청나게 잔인한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엄숙하다는 것이야 백성들이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以食爲天)는 차원에서도 그렇고 우리의 생명을 영위하는 가장 기본적인 프로세스가 먹을 것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서글프다는 것은 바로 저 엄숙한 행위를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버리고, 희생하고, 포기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에 대한 감상이다. 잔인하다는 것은 어느날 문득 찾아온 자각에서 비롯됐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은 또 다른 생물을 먹지 않고는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 엄연한 진실이 그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우리의 모든 일용할 양식은 또 다른 생명의 사체 아니던가.

사람은 그 사람이 먹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라는 말도 있더만. 즉, 무엇을 먹느냐가 그 사람을 규정한다는 것인데... 이건 자칫 건드리면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토론으로 이어질 것 같아서 그냥 이 정도로 패스.

더불어 생각나는 것이 중남미 마야 문명(잉카문명인가? 구분에 자신이 없다)의 식인 풍습이다. 영화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마지막 장면은 그 뱀파이어들이 광란의 유희를 벌였던 장소가 바로 고대 마야문명의 피라밋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것을 꼭 인디언 토착문화에 대한 백인들의 선입견이라고만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실제로 마야의 피라밋은 거의 일상적으로 인신 공양을 바쳤던 제단이었다.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실은 저 인신공양 제의가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당시 인디언 사회에서 결정적으로 부족했던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하는 사회적 장치였다고 해석한다. 당시 인디언 사회의 사회경제적인 구조를 분석해서 기본적으로 가축 사육이 가능하지 않은 경제구조였고, 동물성 단백질의 공급 대안으로 저 인신공양 제의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그의 이론의 골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으니 패스~

스페인 정복자들이 인디언들을 잔인하게 살륙한 것에 대해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지만, 여기에도 좀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찾아갔을 때 당시 인디언 왕국의 곳곳에는 몇 키로에 걸쳐 사람의 해골로만 만든 담벼락들이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살인+식인 풍습의 흔적이 이 기독교 문명권의 병사들에게 어떤 인상을 안겨주었을지는 불문가지다. 말 그대로 모조리 박살내야 마땅한 사탄의 졸개들로 보였을 것이다.

마빈 해리스는 암튼, 인류의 모든 사회 제도는 동물성 단백질 즉 고기를 최적으로 분배하는 데 목적을 둔 시스템이라는 시각에서 인류학적 과제에 접근한다. 이것도 자세하게 따지면 자신 없으니 패스~

하긴, 식인 문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바로 이웃나라 중국. 삼국지의 유명한 장면, 도망치는 유비를 대접하기 위해 어떤 사람이 자신의 아내를 죽여 그 고기를 대접했다는 에피소드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에피소드가 아니라 그쪽 지방 문화에서는 상당히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제 환공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자기 아들을 죽여 요리로 만들어 바쳤다는 역아라는 요리사 얘기도 사서에 등장하고, 수호지에서 나그네를 죽여서 그 고기로 만두속을 넣는 여관도 '순수한 상상의 산물'만은 아니다. 공자가 매우 즐겼다는 해(醢)라는 젓갈 종류가 실제로는 사람 고기를 재료로 만든 것이라는 해석도 매우 유력하게 제기된다. 저 젓갈 음식은 주로 범죄자들을 사형시킨 후 그 고기로 만들었던 것 같고, 귀족이나 매우 고위직에 있는 사람에게 제공되는 고급 음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기록에는 공자가 자기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사형당해서 그 고기로 만든 젓갈을 받은 후 저 음식을 멀리했다는 내용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분명치는 않다.

하지만 중국에서 식인 풍습은 꼭 귀족계급의 전유물인 것은 아니었다. 당연하다. 원래 상층계급의 문화라는 것은 순식간에 하층 계급으로 파급되기 마련이니까. 송나라 때는 사람고기 요리법을 정리한 요리책이 발간됐고, 요즘 우리나라에서 봉고나 미니트럭이 돌아다니며 야채 등을 파는 것처럼 사람 고기를 손수레에 담아 팔고다니는 행상인들도 있었다고 한다. 사람 고기를 먹는 것이 전혀 숨기거나 부끄럽거나 기이하게 여겨지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명성이 자자한 시인/문필가들도 자신의 첩을 죽여서 요리를 해먹고 감상 후기를 남겼다는 얘기도 듣긴 했는데, 기억이 정확치는 않다.

중국의 식인 풍습은 사실 현재 진행형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얼마 전에도 중국의 어느 행위예술가가 태아를 먹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서 파문을 일으켰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실제로 태아를 먹는 것이 아니었다고 해도 적어도 그런 문화적 DNA가 중국 사람들의 심성에 상당히 깊이 각인돼 있다는 증거로는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본다. 루쉰의 <광인일기>던가 하는 작품에서 주인공이 주변 사람들이 모두 식인을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공포에 떠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이것을 처음 읽었을 때 일종의 문학적 상징으로 받아들였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상징이나 또는 소설 속 정신병자의 망상이라는 장치가 아니라 중국 문명 곳곳에 자리잡은 식인 전통의 사회적 트라우마 같은 것 아닌가 생각해본다.

실제로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팔로군 포로를 공개 처형하는 상황의 목격담도 읽은 적이 있다. 처형을 구경하는 군중들은 손에 만두를 하나씩 들고 있다. 일본군이 중국인 포로의 목을 치면 군중들이 순식간에 그 시체에 달려들어 목에서 흘러나온 피를 만두에 적셔 먹는 장면이 소개된다. 이건 뭐 권위있는 문서가 아닌, 야담 비슷한 기록에서 본 것인데 순전히 상상의 산물이라고 보기에는 상당한 리얼리티가 있다. 우선 저런 장면이 상상의 결과만으로 나오기는 어렵다고 본다.

중국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아프리카 사냥꾼들의 기록에도 비슷한 얘기가 소개된다. 식인 사자들이 있는데, 얘들은 한번 사람 고기에 맛을 들이면 다른 사냥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답변이 있다. 즉, 나이가 들어서 날쌘 야생동물을 사냥하기 어려운 늙은 사자들이 속도도 느리고 만만한 인간 사냥에 나선다는 것인데... 글쎄 잘 모르겠다. <고스트 앤 다크니스>던가? 영화로도 만들어진 아프리카 차보의 식인사자들의 사례를 보면 얘네들이 사냥 능력이 없어서 인간 사냥을 전문으로 한 것 같지는 않다. 저 녀석들의 엄청난 지적 능력과 협동 작전을 봤을 때 마음만 먹으면 다른 짐승 사냥을 못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도 요놈들은 사람 사냥만 전문으로 했단 말이지... 심지어 배불러서 먹지도 않을 인간 사냥을 어마어마한 규모로 했다는 것인데...

한 가지 레퍼런스로 삼을만한 증언이 있다. 사자들은 원래 사냥에 성공해서 배불리 먹고 나면 늘어자게 낮잠을 자는 습성이 있기는 한데, 특히 사람 사냥을 한 뒤에는 다른 짐승을 사냥해서 먹었을 때보다 훨씬 깊은 잠에 빠져서 오랫동안 잔다고 한다. 게다가...

이것도 야담 비슷한 기록이기는 한데, 아프리카 사냥꾼의 수기에는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고위층 백인들이 일종의 클럽을 결성해서 사람 고기를 먹곤 했다는 내용이 있다. 사람 고기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테니 그 조달을 위해 살인이라는 수단이 동원됐을 것은 불문가지. 그 희생자는 당연히 아프리카 원주민들이었을 것이고. 그리 길지 않은 기록이지만 그래서 더욱 리얼했다는. 그런데, 이들 백인들이 사람 고기에 심취하게 된 것이 그 고기의 중독성 때문이었다는 증언이다. 사람 고기를 먹으면 일종의 몽환 상태에 빠지고 황홀경을 맛보며 오랫동안 깊은 잠에 빠져들더라는 얘기다. 믿거나 말거나.

중남미에서 중국을 거쳐 아프리카를 찍었으니 이제 우리나라로 와 볼까? 물론 한국에서는 식인 같은 사례는 거의 없다. 옛날에 지존파던가 하는 작자들이 사람 고기를 먹기도 했다고 하는데, 그거야말로 그냥 조직의 결의를 다진다는 차원이었고, 무슨 풍습이나 식인 취미 따위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몇십년 전만 해도 여기저기에 흔했던 문둥이들(요즘은 한센병 환자라고 부른다)이 치료를 위해 어린아이 잡아다가 죽이고 간을 꺼내먹는다는 소문이 꽤 돌기는 했는데, 실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먹을 것의 엽기성이란 점에서는 한국도 그리 만만치 않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개고기 식용이야 그렇다 치고, 그보다 더 엽기적인 음식(?)도 꽤 있다.

지금은 주거환경이 많이 바뀌어서 이런 사례를 보기 어렵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장롱을 정리하다 보면 뻘건 쥐새끼들이 몇 마리씩 발견되는 일이 있었다. 쥐가 거기에 와서 새끼를 낳은 것인데, 말 그대로 핏덩이... 털이 하나도 없는 빨간 몸뚱아리들이다. 이것들을 죽이기도 그렇고 해서 그 다음날 청소부 아저씨가 오면 그냥 넘긴다. 그러면 청소부 아저씨들이 반색하는 거다. 이거이 진짜 보약이여... 그럼시롱 제대로 털지도 않고 입으로 쏙~ 우물우물~~

물론 나는 저 장면을 본 적은 없고 전해들은 증언일 뿐이다. 다만 내 집에서도 한번 빨간 쥐새끼들을 발견한 적은 있었다.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기억이 분명치 않지만...

우리 집에는 뱀술이 몇 병 있었다. 소주 댓병에 담겨서 썩지도 않고 담겨있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곤 했는데, 아무도 먹는 사람이 없어서 어느 날 청소부 아저씨에게 줬더니 무척 고마워하더라는 얘기만 전해들었다. 뱀술에는 원래 독사를 쓰는 게 원칙이다. 듣기로는 뱀술을 담글 때 제대로 봉하지 않고 공기가 들어가면 뱀이 죽지 않고 살아있어서 나중에 뱀술을 먹을 때 위험하다던데... 뱀술을 먹으려고 봉인을 뜯으면 총알같이 튀어나와 사람을 문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 얘기는 그냥 꼬맹이들 겁주려고 꾸민 것 같다.

뱀술 하니까 또 생각이 난다. 군대에 있을 때 부대 근처에 뱀이 무척 많았다. 뱀도 많고 지네도 많았는데, 밤에 순찰 나가다보면 하룻저녁에도 뱀을 대여섯 마리씩 만나는 경우도 있다. 대개 잘 도망치지만 그 가운데는 재수없게 잡히는 놈들도 있다. 그놈들 이름이 '능담'이라고 했는데, 정식 이름이 또 있는 걸 확인했는데 지금은 잊었다. 독은 없는데 토종 뱀 치고는 등치가 꽤 크고 무척 힘이 좋다고 한다. 한번 물면 놓치 않는다고, 하늘이 울어야 문 것을 놓는다고...ㅎㅎ 촌놈들은 과장법도 무쟈게 촌스럽다. 암튼, 그래서인지 이놈도 뱀술의 재료로 쓰였다.

내 고참 중 하나가 용케 저 능담을 한 마리 잡아서 고이고이 소주 댓병에 모셔서 부대 근처 자신만 아는 곳에 땅을 파고 묻어두었다. 그리고 휴가 나가기만 기다렸다 땅을 파서 뱀술 병을 신문지에 싸들고 고향 가는 버스를 탔다. 그런데 마침 추석 무렵이라 버스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만 뱀술 댓병이 버스 바닥에 떨어져 깨져버렸네? 그 버스에 여고생들도 무쟈게 많았다는데 그 비명소리... 직접 듣지는 못했어도 상상이 된다.

지네도 술의 재료가 됐다. 지네가 한뼘 길이가 되곤 했는데, 이놈들을 몇 마리 붙잡아서 두홉들이 소주병에 소주와 함께 담아두는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네술은 나중에 썩으면서 매우 고약한 냄새만 풍기고 결국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것을 봤다. 그보다는 지네를 산채로 잡아서
깻잎에 싸고, 지네의 앞 이빨 두 개를 쓰메끼리(손톱깎이)로 톡톡 잘라낸 후 곤로불에 대충 구워서 먹는 모습은 봤다. 참, 대단한 식성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군대에서 처음 개고기도 먹어보고, 산비둘기도 먹어보고, 참새도 먹어보고, 꿩도 먹어봤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뱀을 먹을 수는 없었다. 뱀을 잡으면 뱀술을 담지 않고 바로 먹는 친구들이 있었다. 어떤 친구는 뱀 껍질을 벗겨 쇠꼬챙이에 둘둘 말아 불에 구워 먹기도 하는데, 어떤 친구는 뱀 껍질을 홀랑 벗긴 후 그 내장을 날로 먹기도 하더만. 그게 기름 덩어리라는데, 실제로는 내장인 것 같고 그 안에 그렇게 기생충이 많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 친구가 과연 그 뒤에 무사하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뱀은 사실 구워도 기생충을 없애기 어렵고, 아주 오랜 시간 뼈조차 뭉개져 사라질 정도로 고아서 먹는 게 정석이라고 한다. 그리고 뱀탕 먹을 때 한가지 팁. 뱀을 고으면 뿌옇게 기름이 뜨는데, 거기에 창호지를 덮어서 기름을 빨아들여 버린 후 먹어야 한다. 그 기름을 그냥 먹으면, 뱀이 냉혈동물이라 그 기름도 차고, 그래서 남자의 아랫도리가 차가워지고 그래서 방사에 임할 때 여자가 놀란다나 어쩐다나. 암튼 그렇다 치고.

어떤 이발사 아저씨에게 들은 얘긴데, 시골에서 이발사를 하다 보면 손님들 가운데 뱀을 잘못 먹어 후유증을 앓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다. 사충(뱀 기생충)에 감염되어 이 녀석들이 사람 피부 아래 근육을 이리저리 이동한다는 거다. 그러다 가끔 피부를 뚫고 밖으로 기어나온다는 거다. 이 손님들이 자신의 얼굴이나 팔뚝에 볼록 솟은 부분을 가르치면서 "이게 사충이니 지금 짜줘~" 이런다는구만. 그러면 마치 여드름 짜듯이 쥐어짜서 사충을 뽑아준다고. 심지어는 눈알 가운데서 사충이 뚫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는데, 듣고 진저리를 쳤다. 제발, 뱀 같은 것 먹지 마시기를.

사실 생선도 찜찜한 구석이 있다. 강원도 바닷가에서 군대 근무하던 형에게 들은 얘긴데, 어느날 부대 근처 바닷가로 시체가 떠올랐대. 아마 사고로 익사한 사람이었겠지. 그런데 가 봤더니 눈이 훵 비어있는데, 거기에 작은 새우들이 가득차 있더래. 이 녀석들이 와서 사람 눈알로 식사를 한 거지.

지금이야 갈치가 귀한 생선이 됐지만 사실 옛날 사대부 집안에서는 갈치를 먹지 않았다는구만. 이름이 칼(刀)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서 흉하게 여기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물속에 빠지면 제일 먼저 공격해서 살을 뜯어먹는 게 갈치라는 소문도 있어. 하긴, 바다 생선들 가운데 사람이고 뭐고 물속에 빠진 사체를 뜯어먹지 않는 게 있을까 싶기는 하네.

먹장어라고 있잖아? 술안주로 인기가 좋지. 하지만 저게 실은 바닷속 흡혈귀라고 하더라고. 저게 물고기라기보다 원형생물에 가까운데, 그 이빨 본 적 있어? 둥그런 입 전체에 촘촘이 이빨이 박혀 있는데, 엑스파일에 등장할 법한 괴물 같더라. 저게 생선이나 오징어 등에 파들어가서 뼈와 껍질만 남기고 살을 완전히 파먹는다는구만. 징그러운 생물이지. 외국 소설에서 원양어선이 바닷물에 빠진 시체를 건졌는데 시체를 수습하려는데 입에서 바닷생물이 튀어나와 꿈틀거리지. 기억이 정확치는 않은데 그게 저 먹장어 아닌지 모르겠다. 실은 천안함 사건 일어나고 죽은 병사들 시체 건진다고 했을 때 나는 그 시체들 속에서 저 먹장어 같은 놈이 튀어나오는 것 아닌가 은근히 걱정이 되더라고. 그런 모습을 보면 유족들이 얼마나 끔찍하겠어?

담벼락에서 보양식 이야기가 나왔는데, 보양식도 좋지만 먹을 것으로 납량특집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어서 이리 주절댔네? 너무 불쾌해하지는 마세요들.

먹을 것 얘기를 하다보니 이제 나는 원래의 미각을 잃고 찾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어느 순간, 머릿속이 아니라 혀끝에서 어떤 미각의 기억이 가물가물 되살아나거든? 그런데 그게 무슨 맛인지, 어떤 음식을 먹으면서 생긴 기억인지 도무지 모르겠는거야. 딱, 먹어보면 알 것 같은데, 그 기억이 손에 확 잡히질 않아요. 그 상실감이 꽤 크더라고. 분명 내 삶의 한 부분이었는데, 그걸 내 자신이 제대로 기억할 수도 없다는 사실...

이 글을 주절주절 쓴 것은 그런 아쉬움이 심통으로 이어진 탓인지도 몰라. 이 글 읽고 식욕을 잃은 분들이 있다면 정말 죄송. 하지만 정말 먹는다는 것은 엄숙하고 슬프고 잔인한 일이야. 그 의미를 처절하게 느끼면서 먹은 것의 의미를, 먹는 것의 맛을 다시 생각해봤으면 하는데... 이건 억지같구만, 어쩐지...ㅎㅎㅎ

너무 길었지? 진짜 엽기성은 이 글의 내용이 아니라, 이 글의 분량에 있는 것 아닐까? 반말투도 죄송. 담벼락에서 눈팅을 하다 보니 나도 자꾸 그쪽으로 쏠리네. 양해 부탁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