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한국 정치는 10분 뒤를 모른다. 일요일 느지막히 일어나 여기저기 둘러보다 내 눈을 의심케하는 사건이 벌어졌으니... 이건 다 알테고.
잠시 전율이 일었다. 이거였구나! 하는 짜릿함에 몸을 떨었다. 그 10분전까지 난 안철수를 대충 포기하고 있었다. 역시 무리다, 결국 잘해야 힘빠진 종필이나 회창이 꼴 되다가 퇴장하겠구나....김한길은 왜 저리 무기력한가, 내참 한국 정치 이렇게 재미없게 흘러 가는건가 했다.

엠팍에 나와 비슷한 감정이 보이길래 쌔벼왔다.
http://mlbpark.donga.com/mbs/articleV.php?mbsC=bullpen&mbsIdx=3887989&cpage=&mbsW=search&select=sct&opt=1&keyword=%B9%AE%C0%E7%C0%CE

상상력은 뭔가? 허구헌날 떠드는 상상력, 내 생각에 상상력은 지금과 다른 상황을 떠올려 현재를 전진시키는 능력이다. 요즘에야 이런 헛소리하는 사람이 없지만 1+1은 1일 수 있잖아요,는 헛소리. 왜 1+1이 2인가라는 현재를 통해 곱셉과 나눗셈을 떠올릴 수 있는게 상상력이다. 즉 상상력의 전제는 현실의 인식이란 이야기다. 

그러면 10분전의 현실이 어땠냐고? 이건 다 알거다. 안철수는 민주당 개혁용 불쏘시개로 쓰이고 버림받느냐, 아니냐의 절박함에 놓여있었고 김한길은 허수아비 땜빵용으로 전락하냐 마느냐의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합당은 당연했다고 답한다면 내 대답은 글쎄올시다다. 평범한 사람은 현실을 직시하는게 아니라 도피한다. 아니 대개의 사람이 그러하다. 국개론은 바로 도피의 산물로 자주 애용되는 메뉴다. 난 잘못없어. 주변 조건과 상황이 잘못이야, 이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가.

이를 대입하면 안철수는 문국현처럼 대충 개기다가 한국 정치의 후진적 상황을 핑계 삼아 퇴장하면 그만이고 김한길은 당대표 했다는 경력 한줄 추가하며 대충 글 써서 먹고 살면 그만이다. 그래도 먹고 사는데 지장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다. 아마도....나라면 그랬을 거다.

결국 둘의 한수는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는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한거다. 삼당합당과 DJP 연합을 떠올리는 거, 이거 당연하다. 역사적 공과나 평가는 그만두고 두 사건 모두 YS와 DJ라는 정치적 상상력의 대가라 가능했던 거다. 나같이 야당 국회의원이라도 한번 하면 인생의 횡재로 여기고 평생 자랑할 사람은....절대로 못한다. 

이러한 상상력은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이다. 현실에 대한 냉철한 직시하에 상황을 돌파할 길을 제시하는 것.

감히 말하건대 이번 거사로 김한길은 야권의 거목으로, 안철수는 진정한 대통령 후보로 자리잡았다. 말이 좋아 정치고 권력 투쟁이지, 이거 사실은 원시시대부터 내려온 전쟁이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뭔가? 승리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직 뭘 모르는 사람이다. 뭣보다 생존이다. 전쟁은, 잔혹하다. 며칠씩 굶어가며 부대를 이끌고 처음 온 산 속을 헤맬 수도 있다. 그럴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뭘까 생각해보시라. 지도자의 도덕성? 지식? 선함? 모두 일정정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부대원 전체를 묶을 수 있는 결단력이다. 

프랑스의 구라꾼 라파이유는 정치 지도자로서 국민들이 선택하는 코드는 파충류적 생존능력이라 말한 적이 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이 말만큼은 동의한다. 인간은 자신이 인간이기 이전부터 본능적으로 생존을 중시하기에 이를 담보할 능력이 보이는 사람을 지도자로 선택한다. 소위 검증이라는 거, 바로 이걸 의미한다. 가령 언론이 한번 흔든다고 우왕좌앙하는 사람을 뭘 믿고 지지하나? 언론이 한번 흔든다고 우왕좌왕하는 사람은 진짜 전쟁이 터졌을 때 혼자 패닉에 빠져 도망치기 바쁠 텐데?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이번 한수가 한국 정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둘은 이번 한수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도 이전과 다른 정책과 정치를 보여야 한다. 불필요한 대결과 막말, 이분법의 정치에서 생상성있는 정치로의 업그레이드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둘이 들어섰다는 거다. 이제 안철수는 소수 야당을, 김한길은 당내 분열을 핑계로 댈 수 없다. 

그리고......

아임 백 아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