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차를 고치러 센터에 갔다가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해서 산책을 하기로 했다

왕복 6차선의 대로에서 불과 50미터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아주 낮익은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그리 오래된 기억도 아니건만 이제는 웬만해서는 찾아보기 힘든 풍경들이 아직도 시내 한복판에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개발이라는 현대식이라는 불도저 같은 시대의 흐름에 맞서 자리를 지키고 있 었다.

  지금도 어디선가 아이들이 튀어나와 딱지치기나 구슬치기를 할 것 같은 낮익은 골목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바람소리만 지나갈 뿐 이미 아이들의 그림자는 사라져 버린 죽은 골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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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평 남짓한 대지위에 15평정도 되는 작은 집이지만 최근에 지은 번듯한 그러나 차갑고 쌀쌀 맞은 아파트나 양옥 보다는 한결 미적으로도 나은 듯 하다.

인간에게 있어서 발전이라는 것이 반듯이 시간의 흐름과 비례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작고 불편한 집일망정 지금은 보기 힘든 석류나무와 넝쿨장미의 조화는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의 내면이 평화롭고 아름다울 것이라는 느낌을 갖게 하며 저 안에 들어가면 시간이 멈출 것 같은 한가로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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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골목 역시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갓 시집온 새댁같이 고왔던 새집이었던

주택은 이제 보기 흉한 천막을 뒤집어 씌우지 않으면 비를 가릴수 없는 옹색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집도 사람도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초라해 지고 쇠약해 지는가 보다.

녹슨 대문 기울어진 담장 파란 천막이 그 집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나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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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넓은 골목길로 나오니 식당 앞에 고무통에 심은 고추와 옥수수 깻잎등이 보인다

오늘 우리는 그 넓은 들과 산과 밭은 다 어디두고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자연을 그리워하며 아스팔트 위에 농사를 짓는 것일까?

아니 비록 어쩔수 없이 먹고 살기 위해 도시로 나올 수밖에 없지만 인간은 자연을 떠나 살 수 없으며 이렇게라도 잃어버린 고향을 그리워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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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골목길을 휘돌아 나오는데 눈에 들어오는 낡은 슬라브에 뿌리를 딛고 서 있는 이름모를 나무 한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저 씨앗은 어떻게 저기에서 싹을 틔웠고 그 단단한 콘크리트 틈 사이로 뿌리를 내릴 수 있었을까?

현대화의 물결 속에 간신히 도심 한가운데서 버티고 있는 이 골목의 집들 그들의 주인들도 젊은이는 없다

젊을 때 온 힘을 다해 겨우 마련한 내집들이 모인 이 골목, 벌써 여유가 되거나 사정이 있는 사람들은 집을 팔아 떠났을 것이다

이제 남은 사람들은 오직 이 집에 의지하여 늘그막을 보내야 하는 나이든 이들이다.

슬라브 콘크리트에 뿌리를 박고 버티고 서 있는 것처럼 이제는 단열도되지 않는 열악한 집들을 지키며 마지막까지 집을 지키고 골목을 지키는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

도심의 빌딩과 아파트에 가려진 뒤안길 속에 아직도 낮익은 우리의 추억이 살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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