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실력 있는 선생님이 열등반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는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걸 부정하는 인간들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면서 광분했지만, 사실 그의 성실한 수업태도에 대해서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다.

문제는 그 학생들의 실력이 더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선생님이 바뀌는 사태가 일어났다. 물론 지금의 선생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할 가치가 없다.

왜 실력도 있고 수업태도도 진지했는데 결과가 나빴을까? 간단하다. 우등반 학생들에게나 어울리는 수업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학부모들은 이상하게 진단을 한다. 선생님은 잘 가르쳤으므로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 학생들이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 훌륭한 선생님은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다. 물론 실력은 기본으로 갖춰야겠지만, 대상학생들의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여 그에 맞는 수업방식을 택하는 선생님이 진짜 선생님이다.

열등반 아이들에게 우등반 아이들이나 이해할 수준의 공부를 시킨 선생님이 있다면 그는 선생님 자격이 없는 것이다. 이건 교사로서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이전 선생님의 실력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그의 수업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평가하는 측과 그것을 아예 거론도 하지 않고 따라가지 못한 학생들 탓만 하는 측으로 나뉠 뿐이다.

우리는 이미 학생들에게 눈높이를 해서 수업을 했던 선생님을 경험한 적이 있다. 여기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문제의 근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김대중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노무현을 지지했다. 그들은 출신지역 같은 것에 의미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무현을 또 다른 김대중으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노무현 지지자가 모두 다 김대중 지지자는 아니다. 바로 노무현 지지자 집합과 김대중 지지자 집합의 차집합에 해당되는 부류가 문제의 원인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죽어도 김대중은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김대중의 방식을 거부한다. 그들은 오로지 노무현이다. 노무현을 위해서라면 대한민국도 얼마든지 희생시킬 수 있다.

2002년 노무현이 선택될 수 있었던 토양에 관심 없는 이유도 노무현 개인이 똑똑해서 뽑힌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노무현을 선택해도 안심할 수 있다는 토양을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는다.

만일 노무현이 먼저 대통령을 지냈고 그 다음에 김대중이 출마했다면 당연히 떨어졌다. 왜냐? 김대중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토양이 만들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Crete님의 주장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정치현황에 대해서 노무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맞는지도 모른다. 사실 공부 제대로 못한 대가리 미련한 학생놈들이 문제였지, 어려운 문제 제대로 설명해준 선생님은 실력 좋았으니까.

그들은 오늘도 같은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전 선생님 실력은 좋았다고. 그렇게 실력 좋은 선생님은 없었다고. 아니, 누가 그거 모르나? 지금 그 이야기가 아니잖아.

아는 것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가르치는 것은 대상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많이 안다는 것과 잘 가르친다는 것이 같은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학생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선생님은 실력 좋은 선생님이 아니라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자신의 학생들이 우수한지 열등한지 그것도 제대로 판별하지 못하고 열등반 아이들을 우수하다고 주장한 선생님이 실력만 좋으면 대순가. 처음에 그 선생님을 선택했던 학생들이 나중에 전혀 다른 유형의 선생님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없이 그저 그 선생님 실력은 최고였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애들 살살 꼬셔가며, 공부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으면서 조금씩 공부하게 만들어 놓았더니 후임이라고 와서는 공부, 공부 하면서 애들로 하여금 공부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선생님이 누군데, 그저 실력만 좋으면 최곤가? 지금 애들 성적은 말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