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단순화된 분배 모델

 

일단 매우 단순화된 분배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이 공산주의 사회에는 노인, 어린이, 장애자, 환자, 임신부, 학생 등이 없다. 모든 사람이 건강하며 교육을 마친 어른이다. 숙련도, 노동 강도, 위험도, 업종의 차이 등도 무시하겠다. 어떤 사람은 월급을 많이 받아서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 중 일부를 받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기서는 모든 국민이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모두 소비한다고 가정할 것이다. 물론 세상에 이런 사회는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단순화한 이유는 설명의 편의를 위해서다. 더 온전한 분배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위에서 무시한 것들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사회 구성원은 모두 100 명이다. 이 사회에서 하루에 이루어지는 총 노동 시간은 1000 시간이다. 따라서 일인당 평균 노동 시간은 10 시간이다. 이 노동으로 총 1000 원어치의 재화를 만든다. 1 시간 당 1 원의 재화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 재화 중 500 원어치는 공짜로 분배되고 500 원어치는 시장에서 팔린다. 시간당 임금은 0.5원이며 모든 노동자의 임금 총액은 500 (0.5 * 1000 시간)이다. (숫자를 이렇게 정한 것은 순전히 계산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이 사회의 국민 한 명은 5 원어치(500 / 100 )의 공짜 서비스를 받는다. 노동자는 1 시간 당 1 원의 재화를 생산한다. 하지만 그 대가로 1 시간당 0.5 원의 임금을 받는다. 받지 못하는 0.5 원을 ‘세금’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이 ‘세금’이 있기 때문에 무료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세금을 따옴표로 묶은 이유는 실제 세금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사회에는 세금이 없다. 세금이 없어도 국가가 운영되는 이유는 상품 판매액이 일단 몽땅 국고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거칠게 이야기하자면, 국가는 그 돈으로 무료 서비스를 운영하고, 노동자에게 임금을 주고, 새로 기업을 만든다.

 

평균 노동 시간인 10 시간을 일하는 사람의 소득은 10 원이다. 무료 서비스가 5 원이고 임금이 5 (0.5 * 10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15 시간을 일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소득이 12.5 원이다. 이 사람의 임금이 7.5 (0.5 * 15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5 시간을 일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소득이 7.5 원이다. 하루에 20 시간을 일하는 사람의 소득은 15 원이다. 이 사회에서 가장 일을 안 하는 사람은 전혀 일을 하지 않는다. 가장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20 시간을 일한다고 하자. 그러면 하루에 5 원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부터 15 원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까지 다양하게 있을 것이다. 이 사회에는 빈부 격차가 있다. 죽어라 일하는 사람은 전혀 일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3 배의 소득을 올린다.

 

엄밀한 정의는 아니지만 “평균적인 노동 시간 이하로 일하는 사람”을 무임승차자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평균 노동 시간은 10 시간이다. 따라서 이 사회에서 10 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사람을 무임승차자, 10 시간 일하는 사람을 손해도 이익도 보지 않는 노동자, 10 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을 초과 노동자 즉 손해 보는 노동자라고 볼 수 있다.

 

각각의 사례에 대해 간단한 산수를 해 보겠다.

 

첫째, 극단적인 무임승차자의 경우: 이 사람은 전혀 일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짜 서비스를 받는다. 이 사람이 받는 공짜 서비스는 5 원어치다. 이 사람은 5 원의 이득을 본다. 왜냐하면 하는 일이 전혀 없는데 5 원의 소득을 올리기 때문이다.

 

둘째, 평균적인 시간을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이 사람은 10 시간을 일한다. 임금으로 5 원을 받는다. 이 사람은 공짜 서비스 5 원어치를 받고 유료 서비스 5 원어치를 받을 수 있다. 10 원어치를 생산하고, 10 원어치의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손해도 이득도 아니다.

 

셋째, 적게 일하는 무임승차자의 경우: 이 사람은 5 시간을 일한다. 임금은 2.5 원이다. 이 사람은 5 원어치를 생산하고 총 7.5 원어치(공짜 5 + 임금 2.5)를 소비하기 때문에 약간은 무임승차하는 것입니다. 이 사람은 2.5 원의 이득을 본다.

 

넷째, 초과 노동자의 경우: 이 사람은 15 시간을 일한다. 임금은 7.5 원이다. 이 사람은 15 원어치를 생산하고 총 12.5 원을 소비하기 때문에 2.5 원을 손해 본다.

 

물론 일을 더 많이 하는 사람이 소득이 더 많이 때문에 더 부유하게 산다. 하지만 그들은 ‘세금’을 더 많이 내기 때문에 더 큰 손해를 본다. 그리고 그 손해는 일하지 않는 사람 또는 평균보다 덜 일하는 사람의 불로소득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일을 많이 하는 사람과 일을 적게 하는 사람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시간당 임금 차이를 고려한 분배 모델

 

이 모델은 한 가지를 빼면 매우 단순화한 분배 모델과 같다. 이 사회에서는 숙련도, 노동 강도, 위험도, 업종 등의 차이에 따라 시간당 임금을 차등 지급한다.

 

사회 구성원은 모두 100 명이다. 이 사회에서 하루에 이루어지는 총 노동 시간은 1000 시간이다. 따라서 일인당 평균 노동 시간은 10 시간이다. 이 노동으로 총 1000 원어치의 재화를 만든다. 1 시간당 평균 1 원의 재화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 재화 중 300 원어치는 공짜로 분배되고 700 원어치는 시장에서 팔린다. 모든 노동자의 임금 총액은 700 원이다.

 

이 사회의 국민 한 명은 3 원어치(300 [공짜 서비스의 총량] / 100 )의 공짜 서비스를 받는다. 총 노동 시간이 1000 시간이고 총 임금이 700 원이기 때문에 1 시간당 평균 임금이 0.7 원이다. 하지만 시간당 임금의 차이는 3 배까지 난다. 어떤 노동자는 1 시간당 0.5 원을 받고 어떤 노동자는 1 시간당 1.5 원을 받는다고 하자. 고액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소수이기 때문에 시간당 평균 임금은 1.0 ((0.5 + 1.5 ) / 2)이 아니라 0.7 원이다.

 

일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은 공짜 서비스로 제공되는 3 원의 소득을 얻는다. 시간당 0.5 원을 받는 사람이 하루에 10 시간을 일한다면 임금으로 5 원을 받는다. 이 사람의 소득은 공짜 소득 3 원을 합하여 8 원이다. 시간당 1.5원을 받는 사람이 하루에 20 시간을 일한다면 임금으로 30 원을 받는다. 공짜 소득까지 합치면 이 사람의 소득은 33 원이다. 이 사회에서 가장 부자로 사는 사람이다. 가장 부유한 사람은 전혀 일을 하지 않는 가장 가난한 사람에 비해 10배 이상의 소득을 올린다.

 

이 사회의 빈부 격차는 위의 매우 단순화된 모델에 비해 훨씬 크다. 그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시간당 임금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고소득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은 훨씬 더 많이 벌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델에서는 전체 생산물 중에 50%가 아니라 30%만 공짜 서비스로 제공된다고 가정했다. 시간당 임금의 차이가 클수록, 공짜로 제공되는 서비스의 비율이 작을수록 빈부격차가 커진다.

 

 

 

 

 

약자를 고려한 분배 모델

 

시간당 임금 차이를 고려한 분배 모델에 한 가지 요인을 더해 보자. 이 사회에는 어린이, 노인, 장애자, 환자, 임신부 등의 약자들이 있다.

 

사회 구성원은 모두 120 명이다. 노동 인구는 100명이다. 편의상 장애자, 노인, 환자, 임신부 등은 전혀 일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물론 이것도 설명의 편의를 위한 단순화다. 이 사회에서 하루에 이루어지는 총 노동 시간은 1000 시간이다. 따라서 일인당 평균 노동 시간은 10 시간이다. 이 노동으로 총 1000 원어치의 재화를 만든다. 1 시간 당 평균 1 원의 재화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 재화 중 300 원어치는 공짜로 분배되고 700 원어치는 시장에서 팔린다. 모든 노동자의 임금 총액은 500 원이다. 그리고 200 원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연금’으로 지급된다. 편의상 ‘연금’이 똑같이 지급된다고 가정하겠다.

 

이 사회의 국민 한 명은 3 원어치(300 [공짜 서비스의 총량] / 100 )의 공짜 서비스를 받는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는 2 원의 ‘연금’을 추가로 받는다. 20 명이 200 원을 받으니까 1인당 2 원이다. 총 노동 시간이 1000 시간이고 총 임금이 500 원이기 때문에 1 시간당 평균 임금이 0.5 원이다. 하지만 시간당 임금의 차이는 3 배까지 난다. 어떤 노동자는 1 시간당 0.4 원을 받고 어떤 노동자는 1 시간당 1.2 원을 받는다고 하자. 고액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소수이기 때문에 시간당 평균 임금은 0.8 ((0.4 + 1.2 ) / 2)이 아니라 0.5 원이다.

 

일을 전혀 하지 않는 건장한 어른은 공짜 서비스로 제공되는 3 원의 소득을 얻는다. 약자는 공짜 서비스 3 원과 ‘연금’ 2 원을 합하여 5 원의 소득을 얻는다. 시간당 0.4 원을 받는 사람이 하루에 10 시간을 일한다면 임금으로 4 원을 받는다. 이 사람의 소득은 공짜 소득 3 원을 합하여 7 원이다. 시간당 1.2원을 받는 사람이 하루에 20 시간을 일한다면 임금으로 24 원을 받는다. 공짜 소득까지 합치면 이 사람의 소득은 27 원이다. 이 사회에서 가장 부자로 사는 사람이다. 가장 부유한 사람은 가장 가난한 사람에 비해 9배의 소득을 올린다.

 

이 모델에서는 시간당 임금의 차이도 고려했고, 약자의 존재도 고려했다. 그렇다고 온전한 모델은 아니다. 매우 단순화한 모델에 비해 조금 더 온전해졌을 뿐이다. 이 모델에 반영되지 않은 수 많은 요인들이 여전히 있다. 두 가지만 지적하겠다. 이 모델에서는 모든 국민이 공짜 서비스 3 원을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부자들은 공짜 서비스를 스스로 거부(?)할 수 있다. 예컨대 항상 유료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은 무료 음식 서비스를 거부 또는 반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공짜 서비스를 거부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 하더라도 똑 같이 3 원씩 받는 것도 아닐 것이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밥을 더 많이 먹거나 교육을 더 많이 받는다면 공짜 서비스를 더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이 모델로 공산주의의 상에 대한 나의 생각을 어느 정도 전달할 수는 있었다고 본다.

 

 

 

 

 

시간당 임금 차이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사람들은 직장에서 임금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임금을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를 둘러싼 갈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는 양상이 다를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동일한 노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나 이주 노동자나 비정규직은 동일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즉시 시정될 것이다. 그리고 임금 차가 현재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얼마나 줄어들지는 이익 집단 간의 투쟁으로 결정될 것이다. 예컨대 의사들은 자신들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에 저항할 것이며 단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임금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혁명이 부른 평등주의의 물결 때문에 의사들과 같은 특권층의 이익이 침해될 것이다. 예컨대 혁명 직후에 의사들은 최저 임금의 세 배 정도에 만족해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만약 의사가 세 배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 해도 무료 서비스 때문에 지금보다 빈부격차가 줄어든다.

 

 

 

 

 

공짜 서비스와 ‘연금’의 비율

 

공짜 서비스와 ‘연금’의 비율을 지금 미리 정할 수는 없다. 그것은 여러 가지 요인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이 더 많이 일할수록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할 수 있다.

 

공짜를 원하는 무임승차자와 초과 노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의 세력 관계에 의해 어느 정도를 공짜로 제공할지가 결정될 것이다. 놀고 먹는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공짜로 제공하라고 요구할 것이고, 초과 노동을 해서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은 그런 무임승차자에 대해 곱게 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공짜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줄이라고 요구할 것이다. 이 세력 관계는 무임승차자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율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놀고먹는 사람이 많을수록 한편으로 공짜 서비스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질 것이다. 왜냐하면 11표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고먹는 사람이 많으면 초과 노동을 하는 사람의 부담도 더 커진다. 따라서 그들의 분노도 더 커질 것이다. 그러면 공짜 서비스를 줄이라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공산주의도 시장 경제다

 

흔히 자본주의를 시장 경제라고 부른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혼합한 경제를 시장 사회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용어는 혼동만 줄 뿐이다. 자본주의를 가리키는 용어로는 시장 경제라는 말보다는 이윤 경제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 흔히 이윤 논리와 시장 논리를 동일시하지만 둘은 분명히 구분될 수 있다.

 

공산주의를 배급 경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이론적으로 배급 공산주의를 생각할 수는 있다. 그런 사회에서 소비자는 자신이 어떤 소비재를 쓸 것인지를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공산주의는 내가 원하는 공산주의는 아니다.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재화의 일부는 무료로 제공되고 일부는 유료로 제공된다. 교육과 의료는 무료로 제공될 것이다. 또한 기본적인 의식주도 원한다면 무료로 제공될 것이다. 아마 문화 생활 중 일부도 무료로 제공될 것이다. 노동자들은 일한 시간, 일의 종류에 따라 임금을 받을 것이고 그 임금으로 유료 상품을 살 것이다. 그리고 약자로 분류되는 사람은 정해진 ‘연금’을 받을 것이고 그 ‘연금’으로 유료 상품을 살 것이다. 건장한 어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전혀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무료 서비스만 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돈을 한 푼도 벌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료 상품 또는 서비스는 당연히 시장을 형성한다. 소비자는 시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산다. 어떤 상품은 인기가 많을 것이고 다른 상품은 잘 안 팔릴 것이다. 무료 물품은 시장과 상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무료 물품도 시장(엄밀히 말하면 시장이라고 부를 수 없을 테지만)에서 구할 것이다. 따라서 어떤 무료 물품은 다른 무료 물품보다 더 인기가 많을 것이다. 무료 식당의 경우에도 당연히 어떤 곳이 더 인기가 좋을 수 있다. 공산주의 경제에도 이런 의미의 시장은 있으며 어떤 상품이 다른 상품에 비해 더 잘 팔린다는 의미에서 시장 경제다.

 

 

 

 

 

공산주의 사회의 시장

 

시장 메커니즘의 핵심은 “어떤 상품은 인기가 좋고 어떤 상품은 인기가 없다”는 것이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 논리 자체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모두에서 작동한다. 하지만 양상은 상당히 다르다. 공산주의에서는 시장 메커니즘의 절반 정도만 작동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양상을 먼저 살펴보자. 논의의 편의상 극단적인 상황을 생각해 보자. 어떤 기업 A B가 모두 옷을 만들어 판다. A가 만든 옷은 시장에서 인기가 좋은 반면 B가 만든 옷은 잘 안 팔린다. A의 사장은 많은 이윤을 얻을 것이고 어쩌면 노동자에게도 떡고물이 떨어져서 보너스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B는 재고가 쌓여서 망한다. B의 사장은 커다란 빚을 진다. 그리고 B의 노동자들은 실업자 신세가 된다.

 

덜 극단적인 상황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B가 파산하지 않더라도 이윤을 많이 내지 못하는 B의 사장은 노동자의 일부를 해고하거나 임금을 삭감할 것이다. 적어도 B의 사장은 A의 사장만큼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할 것이다. 이것이 시장 논리와 이윤 논리가 결합된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이다.

 

이번에는 공산주의 사회를 생각해 보자. 여기에서도 기업 A가 만든 옷이 B가 만든 옷보다 잘 팔린다. 이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우선 이런 인기 차이를 반영하는 피드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해 보자. B가 만든 옷은 계속 팔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B가 만든 옷은 계속해서 창고에 쌓인다. 사회 전체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 사회가 만든 상품 중 인기 없는 상품은 엄청나게 창고에 쌓일 것이다. 이것은 엄청난 낭비다.

 

자본주의적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소위 시장 사회주의를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이 사회는 자본주의와 여러 면에서 다를 바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윤을 사장이 모두 독차지하거나 사장 맘대로 재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의 노동자들끼리 공평하게 분배하거나 노동자들의 토론을 거쳐 재투자한다는 점이다. 이런 사회에서 각 기업들은 상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 기를 쓸 것이다. 왜냐하면 더 많이 팔아야 자신의 임금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또한 만약 상품 판매율이 어느 정도 이하로 떨어진다면 기업은 망하게 되고 노동자들은 임금을 못 받을 뿐 아니라 직장까지 잃을 것이다.

 

내가 바라는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다른 식의 피드백이 이루어진다. 우선 임금 문제를 생각해 보자. 자본주의 사회와 소위 시장 사회주의에서는 임금이 상품을 얼마나 팔았느냐에 달려있다(물론 자본주의에서는 사장이나 투자자가 얻는 이윤도 상품 판매량에 의존한다). 장사가 잘 된다면 임금을 많이 받을 수도 있겠지만 장사가 완전히 망하면 임금도 없고 일자리도 잃는다. 하지만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임금이 상품의 판매량과 무관하다. 따라서 상품을 더 많이 팔아먹기 위한 격렬한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경쟁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존재 자체가 경쟁을 필연적으로 수반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상품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면 당연히 어떤 상품은 다른 상품에 비해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약간의 인기 차이는 별로 문제될 것도 없고 없앨 수도 없다. 문제는 어떤 상품이 매우 인기가 없어서 재고품이 엄청나게 쌓이는 것이다. 국가는 이런 사태를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다. 만약 어떤 상품이 심하게 팔리지 않는다면 국가 기관은 그 사태를 조사할 것이다. 상품이 안 팔리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첫째, 콜라와 오렌지 주스의 예를 생각해 보자. 콜라의 예를 드는 것은 논의의 편의 때문이다. 나는 콜라 같은 음료수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 A에서는 콜라를 만들고 회사 B에서는 오렌지 주스를 만든다. 그런데 오렌지 주스가 정말 인기가 없어서 재고품이 쌓이고 있다. 국가는 이 사태를 조사할 것이다. 국가는 콜라는 이빨에도 안 좋고 비만으로 이어지지만 중독성이 있어서 인기가 좋다고 결론 내린다. 이에 대해 국가는 콜라 판매를 금지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좀더 온건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예컨대 콜라가 얼마나 안 좋은지를 보여주는 TV 광고(자본주의에서는 어떤 상품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서만 광고하는데 공산주의에서는 어떤 상품이 얼마나 나쁜지를 광고할 수 있다)를 할 수 있다. 또는 콜라 병에 “이 콜라 마시면 이빨 썩고 배 나옵니다”라고 경고문을 붙이도록 명령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제품의 질이 나빠서 안 팔릴 수도 있다. 기업 A에서도 텔레비전을 만들고 B에서도 텔레비전을 만드는데 B의 텔레비전만 안 팔린다고 하자. 국가 기관의 조사 결과 B의 제품이 고장도 잘 나고 화질도 안 좋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하자. 국가는 B에게 시정을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나름대로 시정을 했는데도 별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최후의 조치를 취하라고 명령할 것이다. 최후의 조치란 A에서 만드는 것과 똑 같은 텔레비전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지적 소유권이 있는 자본주의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공산주의에서는 이상할 것이 없다. A의 기술자가 회사 B에 가서 어떻게 텔레비전을 만드는지를 가르쳐 주면 그만이다.

 

물론 이 두 가지 경우 이외에도 판매 부진의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여러 가지 피드백을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공산주의에서는 시장 경쟁이 이윤 경쟁으로 치닫지 않으면서도 엄청난 재고를 막는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의식주

 

토지는 국유화(또는 공동체 소유)되어 있다. 따라서 땅이나 집을 사고 팔 수 없다. 그렇다고 정부에서 강제로 배정해주는 집에서 산다는 뜻은 아니다. 우선 크게 두 가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공짜 집에서 살 것인가? 아니면 돈을 내야 하는 집에서 살 것인가? 돈을 내는 집은 지금의 영구 임대 주택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당연히 유료 주택이 공짜 주택보다 좋을 것이다. 유료 주택은 공짜 주택에 비해 집이 넓거나, 시설이 더 좋거나, 교통이 더 편리하거나, 주변 풍경이 좋거나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요인들에 따라 월세가 결정될 것이다. 어떤 집의 월세는 다른 집에 비해 아주 비쌀 수 있다. 유료 주택의 경우 빈 집 중에 자신이 살고 싶은 곳을 골라서 월세를 내면서 살면 된다.

 

마음에 드는 집이 있는데 누가 이미 그곳에 살고 있는 경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많다면 큰 돈을 주고 사면 된다. 하지만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불가능하다. 월세는 정부에서 정한다. 기존에 살고 있던 사람이 월세를 꼬박꼬박 내고 있다면 그 사람을 쫓아낼 수는 없다.

공짜 주택에 살고 싶은 사람들은 공짜 주택 중 남아 있는 곳을 고르면 된다. 이 때 사람 수에 따라 살 수 있는 주택의 크기 등이 결정될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같이 살면 더 큰 집에서 공짜로 살 수 있다. 장애인이나 노인의 경우 더 좋은 공짜 주택에서 살 수 있다.

 

누구든 정부에 공짜 주택을 요구하면 공짜 주택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항상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린이가 부모와 대판 싸우고 집을 나왔다 하더라도 정부에 요구하면 어린이가 혼자 살 수 있는 곳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나이가 많이 어리다면 공짜로 제공되는 하숙집이나 기숙사 같은 곳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

 

공산주의 사회에서 음식을 먹는 방법은 세 가지다. 시장에서 재료를 사서 집에서 해 먹거나, 공짜 식당에서 먹거나, 유료 식당에서 돈을 내고 먹을 수 있다. 물론 공짜 식당에 비해 유료 식당의 음식이 더 맛이 있을 것이다. 또한 비싼 유료 식당도 있고 싼 유료 식당도 있다.

돈이 없거나 돈을 아끼고 싶은 사람은 동네마다 있는 공짜 식당에 가서 먹으면 된다.

 

돈이 없거나 돈을 아끼고 싶은 사람은 공짜로 제공되는 옷을 입으면 된다. 물론 공짜로 제공되는 옷은 돈 주고 사야 하는 옷보다 품질이 떨어질 것이다. 정부에서는 한 사람이 공짜로 일년 동안 받을 수 있는 옷의 양을 종류에 따라 정해 놓는다. 예컨대 속옷은 몇 벌, 바지는 몇 벌 하는 식으로 말이다.

 

옷을 사고 싶은 사람은 시장에 가서 사면 된다. 아주 싼 옷도 있고 매우 비싼 옷도 있을 것이다. 시장에 가면 공짜 옷도 있다. 공짜 옷을 원하는 사람은 국가에서 받은 옷 교환권과 시장에 있는 공짜 옷 중 원하는 것과 교환하면 된다.

 

 

 

 

 

교육과 의료

 

정부에서 무료 교육 기관으로 인정하는 교육 기관에서 받는 교육은 모두 공짜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대학원 포함), 여러 종류의 직업 학교, 노인 학교 등이 무료다.

하지만 대학교 등은 시험을 보아야 입학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시험과는 매우 다를 수는 있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자격 시험을 볼 것이다. 예컨대 사칙연산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물리학과 대학원에 들어가겠다고 우긴다고 해서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악기 연주, 그림 그리기 등을 배우는 학원은 유료일 것이다. 물론 자격이 되는 사람은 나이와 상관 없이 음대나 미대에 들어가서 공짜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유료 학원의 경우에도 학원비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사실상 거의 모든 의료 서비스는 무료다. 하지만 성형 수술 등은 화상 흉터 등이 아닌 경우에는 아마 유료일 것이다. 그리고 건강 검진을 매일 받겠다고 우긴다고 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1년에 한 번 또는 6개월에 한 번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의사가 정밀 검사를 의뢰한 경우에는 공짜다.

 

 

 

 

 

기업

 

창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국가의 결정이 필요하다. 누구나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창업을 제안할 수 있다. 창업을 관장하는 국가 기관에서 그 제안을 검토하여 창업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그렇게 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면 국가에서 재원을 마련하고 입사 공고를 한다.

 

사양 사업의 경우 국가의 결정에 따라 업종 전환을 하거나 규모를 축소하거나 폐업한다. 이 때 해당 기업 노동자들과 국가 사이의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어도 강력한 복지 제도 때문에 어느 정도의 생활이 보장되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처럼 노동자들이 강하게 저항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직업을 잃은 실업자에게는 근속한 기간 등을 기준으로 실업 수당을 준다.

 

국가로부터 독립해서 기업을 만들어 영업을 하는 것은 사소한 수준이 아니라면 금지된다. 사적 영업 금지가 공산주의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와 핵심적으로 다른 점이다.

 

 

 

 

 

직종 선택

 

인기 있는 직종과 인기 없는 직종이 있을 것이다. 인기가 있든 없든 입사 시험을 치르거나 자격증 조건 등이 있다. 따라서 아무나 원한다고 해서 어떤 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기가 없는 직종의 미숙련 노동의 경우에만 거의 아무나 취직할 수 있다. 인기가 있는 기업 또는 직업의 입사 시험은 경쟁률이 높을 것이다.

 

사회에는 꼭 필요한데 인기가 너무 없어서 노동자가 모자란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결국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해당 직업의 시간당 임금을 높이는 것이다.

 

 

 

 

 

지적 재산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대박 특허 하나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개인이 독립적으로 발명을 한 경우에는 특허권이 있다. 따라서 상품의 일정액을 특허료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상한제가 있어서 1년에 한 사람이 받는 특허료가 일정액 이상이면 초과되는 부분은 국가가 몰수한다.

 

기술 개발을 하는 기업에서는 노동자들이 임금을 받고 기술을 개발한다. 획기적인 기술 개발을 한 팀에는 성과급을 주는 식으로 동기를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개발된 모든 기술은 완전히 공개되어서 어느 기업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

 

소설 창작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소설가는 인세를 받지만 인세 상한제가 있다. 문학 창작이든 번역이든 읽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하더라도 그 가치를 국가 기관으로부터 인정 받는다면 노동의 대가를 금전적으로 보상 받는다.

 

 

 

 

 

상속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속세를 거두어들인다. 어떤 나라에서는 부자의 경우 상속세가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1조원을 자식에게 상속해 주면 5천억 원을 세금으로 물고 5천억 원만 자식에게 상속된다. 이것은 엄청난 세금이다. 하지만 결국 갑부의 자식은 단지 갑부의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갑부가 된다.

 

공산주의 사회에는 상속세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상속 상한제가 있다. 부모가 죽을 때 재산이 일정액이 넘으면 그 액수를 빼고 모두 국가가 몰수한다.

 

 

 

 

 

2010-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