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은 열린우리당이 해체되면서, 그리고 결국 자신도 대세에 밀려 통합을 찬성하면서, 아무튼 그 즈음부터 자신은 철저히 실패했다는 자괴감에 사로잡혔던 것 같아. 최소한 정치적으론 말야. 정치 자체에 대한 회의도 깊어졌고 그래서 대충 들리는 소문으론 우울증도 심해졌다고 하더군. 감정도 격해지고 사람을 멀리하고 심지어 하야하겠다고 했다가 한명숙과 유시민 등등이 가서 달랬다고 하고.

나중에 경선 즈음해서였나 아무튼 고건 공격하고 정동영 공격하고 그랫던 거...면밀한 계산하에서 그랬던 거 같지 않더라고. 마지막 안간힘이라고 할까? 그런데 그마저 실패했고.

그때쯤부터 뭐랄까 어떤 집착을 버리기 시작했던 것 같아. 내 그릇이 이 거 밖에 안되는 구나, 혹은 정치가 이런건데, 권력이 이런건데 난 휘둘려 살아왔구나란 한탄이랄까?

아무튼.

노무현은 그때 친노당 만들겠다는 애들에게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했다지? 최소한 노무현은 그때 그건 알았던 거 같아. 어떤 이념이나 주장, 이상을 구현한다는 것과 정치는 다른 영역이란 것.

가령 말이지. 역사적으로 현군이니 위대한 지도자니 뭐니하는 사람들..... 어떤 점에선 야비한 면이 있어. 저번에 정조 서신에서 드러났듯이 겉과 속이 다른 인간들이 많다고. 가령 위대한 대통령 루즈벨트도 보면 아랫 사람 다룰 땐 마키아벨리스트적이었지. 어떤 점에서 권력은 인간의 심연을 건드리기에 인간을 순수하게 믿는 사람보다는 인간의 가장 어두운 면, 야비한 면까지 간파하고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 권력자에게 더 어울리는지도 몰라.

그런데 말이지. 인간의 어두운 면을 이해하게 되면 비관적이 되기 쉽고 우울증에도 잘 빠져. 천재들이 우울증에 잘 빠진다는게 그래서 그런 거라고. 범인들은 대충 환상가지고 대충 살아가지만 천재들은 그 이면의 속성을 간파하기에 스스로를 위로하지 못하거든.

아무튼.... 그래도 노무현은 다시 시작해보려고 그랫던 것 같아. 정치와 권력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걸 알았으니 다른 측면에서 그나마 남은 자신의 어떤 이상을 구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

그런데 세상일은 늘 뜻대로 되지 않지. 어쩌면 권력이란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순간 정해져있던 길인 것 같아. 다시 시작하려고 했던 것조차 불가능해졌다는걸 알게 되었을 때 노무현이 안게된 절망은 무엇이었을까? 특히나 흉아들은 그거 아는지 모르겠는데 말야. 난 어쩌다 보니 주변에 유명한 사람들 몇 알게되서 말이지. 그 유명세란게 반드시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아. 그걸 즐기고 가지고 놀만큼 기가 센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보는 자신과 자신이 아는 자신의 괴리가 인간을 굉장히 힘들게 만들거든.

그러니까 유명 연예인들이 걸핏하면 약먹고 도박하고 심지어 목숨을 끊기도 하잖아. 평범하게 사는게 제일 좋다는 말...보면 볼 수록, 나이가 들면 들 수록 실감하게 되더라고.

아무튼 말야.

난 노무현이 '이제 여러분은 절 버리셔야 합니다' 했을 때, 그 속마음이야 어떤지 몰라도 난 정말 가슴이 아팠어. 난 그 말이 이렇게 들렸거든.

"난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예수도 아니고 정조도 아니다. 여러분의 그 환상에 맞추느라 나 정말 힘들었다. 제발 이제 날 좀 놔달라. 그리고 반대로 난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영패 주의자도 아니고 분열주의자도 아니다. 설사 실패로 끝났지만 내 나름대로는 정말 선의로 그랬던 거다. 그건 알아달라. 그리고 난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신자유주의자도, 삼성 장학생도 아니다. 나름대로 할만큼 노력 했다. 난 이제 그냥 생긴대로 살고 싶다. 그러니 이제 제발 날 좀 내버려 달라.'

그래. 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별하고 스스로 장벽을 세우고 감정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말이지. 노무현은 기본적으로 그게 좀 안됐던 것 같아.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보통 사람 수준은 됐지만 대통령이란 영역, 그리고 2002년에 몰아닥친 회오리를 감당할 수준엔 택도 없이 모자랐던 거지.

노무현이 따로 정당 만들지 말라 그랬다지? 더 이상 정치에 미련두지 말라 그랬다지?

만약에 저 세상이 있다면 지금 노무현이 지금 누굴 제일 기특하게 볼까?

난 이병완일 것 같아. 아 물론 농사 열심히 짓는다는 비서관 누구와 정치에 관심없다는 문재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