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십수년간 굳어진 눈팅족인데.. 오늘은 머리에 총 맞았습니다. 여기다 이런 거 묻고 있는 거 보니. -_-  마침 연휴가 낀 주말이라 월요일인 내일도 논다고 생각해서인지 새벽 두시가 넘어도 잠이 안오네요. 사람이 잠을 못자면.. 심심해서라도 가끔 이상한 짓도 하게 되는.. 뭐.. 그런 증상인 것 같습니다. ㅎㅎ 하필 이렇게 심각하게 수다모드가 될 때 시비걸 아무도 채팅실에 안 계시고 말임다.. -.-

한국의 아는 사람과 메신저에서 잡담을 나누는 와중에 나이가 드니 머리가 빠지네 마네 하는 소리들을 늘어놓으면서 시시껄렁한 농담을 이어가는데 그가 자기의 머리카락이 너무 억세서 파마를 해도 한달만에 풀리는지라 곱슬머리가 그리 부럽더라는 말을 하길래 놀린답시고 그노무 성질머리를 닮았네 머리카락도, 대꾸했습니다. 그랬더니 '나 정도면 양반이지'로 응수해오고 뭐 별 생각없이 '양반이 상것보다 성질머리가 더 좋다고 누가 그래?; 받아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그럼 귀족이 하녀보다 교양이 있어, 없어? 를 되묻더군요. '귀족넘들이 하층민들이란 교양머리 없다고 지들이 멋대로 우기고 기정사실화 했겠지. 그러나 그걸 직접 조사하고 증거해서 나온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자나' 했지요.. 말하면서도 다분히 억지스럽게 들리는 말이다 싶긴 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개인별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성격까지 그렇게 계급과 신분에 의해서 좋은 것은 기득권에게 나쁜 것은 하층민에게 돌리는 것이 생각해보니까 몹시 거슬리더라구요. 더 물고 늘어졌지요..

그런 관용표현 자체를 부당하게 생각하는 내가 비정상적임을 넘어서서,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주기 위해서 엉뚱하게 호남차별, 성차별, 연령차별, 학력차별, 심지어는 군필자차별 문제까지 다 끌고 와서 장황한 설명이 이어지더군요. 그런 차별들이 생기는 원인을 무시하고 무조건 부당하다고 말하는 것은 해결의지가 있다고도 볼 수 없고 올바르지도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덧붙여서 경제력과 교육수준이 인성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답시고 결손가정의 아이들이 문제아가 많다고 기정사실처럼 얘기하길래 지엽적인 것에 더 발끈하는 한 피곤기질 있는 제가 가만 있질 못하고 또 그게 뻥,이라는 게 밝혀진 게 언젠데 지금도 그런 거짓말을 써먹냐고 씩씩거리니 그런 연구니 조사니 하는 것은 관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는 거니까 믿을만한게 못된다로 나오고.. 암튼, 이런 식으로 오르내리면서,  차별이 정당한가의 여부와 당연한가의 여부가 갈리는 상황들을 두루 섞어서 열심히 비교하는 강의(?)를 듣다보니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건지 흐름을 놓친 제가, ' 아 그냥 어떤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 것 뿐인데 무슨 설명이 이리 장황해?' 말을 끊고 버럭, 했습니다. 그리고는 여태까지의 장난스럽게 흥분해서 씹어보자,로 유지되던 분위기가 마구 험악해지는.. 그, 정치적으로 올바른,이라는 걸 갖다붙이는 게 무슨 범죄라도 되는 듯이 마구 몰아붙이는데  좀 벙벙..해지더군요. 

그러고보니, 얼마전에도 직장에서 비슷한 일이 있긴 했어요. 인종차별에 대한 잡담이 오가던 중에 백인동료 하나가 요즘은 그 인종차별에 대한 강조가 지나쳐서 조심하느라고 이런저런 규칙이 생기는 바람에 오히려 역차별이 진행되는 거 같아, 투덜거리면서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는데.. chink와 japs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중국인과 일본인들을 낮게 부르는 일종의 별명인데, 경멸하는 뜻이 많이 담긴, 흑인들을 nigro라고 부르면 안되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가진 단어들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걸 지적했습니다. 분위기 험악해지면 골치아프니까 되도록이면 완곡하게 둘러 표현한다는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언어습관들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는 그런 표현은 금기시 된 지 오래인데 이렇게 다인종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자제해야하지 않겠느냐고 했지요.(심지어는 미소까지 띄우면서 말했다니까요!) 그런데 그 친구, 얼굴까지 벌개져서는, 이를 악물고 내뱉더군요.
 
'정치적으로 올바르네 마네하는 그 crap, 난 아주 싫어해!' 

웃기는 건, 그런 그의 말에 동조하는 사람들 몇명이 나서서 그 PC하다는 표현이 얼마나 짜증나고 억압적이고 불공평하고 불합리적인지에 대해서 성토하기 시작하더군요. 역차별이란 말이 또 여러번 등장하고.. 이젠 더이상 잡담이나 농담의 분위기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뭔가 불편한 분위기가 되어갔습니다. 제가, PC하다는 표현 자체가 그런 반감을 불러일으킬 거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던지라 이미 상식이 된 것에 대해서 왜 그렇게 합의하는 것이 새삼스럽게 어려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더니 리버럴한 애들 중에서도 소수의 극좌파들이나 아직 사용할까, 거의 금기시되는 표현이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사실 전 믿을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주위에 앉아서 구경하던 사람들한테도 주르르 물었는데.. 개인별 호불호의 차이는 있었지만 거의 모두가 '이제는 거의 아무도 쓰지 않게된 말'이라는 데 동의를 하더군요. 아니 뭐 이런 뻥찌는 경우가 다 있나, 싶어서 그 이후에도 생각날때마다 이사람 저사람 붙잡고 물어봤어요. 역시나, 그 말을 써먹어 본 사람은 고사하고 들어본 사람들도 드물더군요. 대부분이 '아주 오래전에(?) 유행하던' 혹은 '정치인들이나 사회운동세력들만 사용하던' 말이라고 인식하고 있더라구요. 아니 캐나다가 언제 미국남부로 이사를 갔지? 싶어서 어찌나 우울해지던지요..  평소에 텔레비젼을 전혀 안 보는 탓이라고 해도 이렇게 다른 세상이라니 생각하니까 아득한 느낌까지.. 그러면서 속으로 한국은 그래도 이정도는 아닌데.. 괜히 뿌듯해하기도 했습니다.

근데, 한국에서조차 그런 거라는 정황을 제가 오늘 포착한 거 같아서 무지 심란해집니다. 어쩌다가 그 아름다운 말이.. 무슨 무뢰한이나 쓰는 욕처럼 변했을까요. 늘상 들어오고 써오던 말인 것 같은데.. 제가 무슨 다른 혹성에라도 불시착하고 여기가 지구가 맞다고 착각하고 살아온 기분 비슷해졌습니다. 그니깐, 심심하신 분들, 제 속 좀 풀어주세요. 전 아직도 고집스럽게 이게 제 오해라고 우기고 싶은데.. 이거..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는 그 상황이 맞는 겁니까? -_-